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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생각을 갖고 주변을 둘러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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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6일 (월) 15:27:06 정지원 기자 jiwon981002@

  “우리사회에서 여성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면 가볍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반대로 여성이 섹스를 모르는 경우에는 내숭을 떤다는 이중적 시선을 받는다. 은하선 작가(이하 은 작가)는 이러한 모순을 비판하며 여성의 섹스를 다루는 섹스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이에 기자는 ‘섹스’를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섹스 칼럼니스트 은 작가를 만나봤다.


 

 

 

  글을 쓸 계기가 된
  문제 많던 대학 강의

  은 작가는 대학에 다니던 시절 지인의 추천으로 당시 인기 있는 강의를 수강했다. “그 강의에서는 교수가 학생과 함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해당 강의의 교재에는 ‘성폭력은 남성의 고유한 본능이다’라고 적혀 있었고 타인의 다리 사진이나 포르노를 찍어오라며 몰래카메라 범죄를 조장하는 과제를 내주는 등 강의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그 강의의 문제점을 모아 학교측에 건의했지만 학교측은 이 강의를 제재하지 않았어요.”

  한편, 해당 강의의 문제점이 알려진 후 당시 학생들은 그 강의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섹스를 싫어하는 페미니스트의 반란이라 생각했다. “저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섹스를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죠. 이 강의는 섹스에 대해 잘못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제가 잘못을 지적했지만 아무도 제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래서 섹스는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에 따라 문제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죠.”

  억압받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다
  은 작가는 여러 주제로 글을 쓰다가 특정 사람이 쉽게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을 글로 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저는 10대 여성이 자신의 성생활(sexuality)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제가 직접 글을 써서 지적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글을 쓰려다보니 ‘10대 여성의 성생활을 다루면서 내 경험을 가감 없이 글에 담아도 될까?’, ‘이 글로 인해 사람들이 나를 비행 청소년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나는 그런 시선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고민 끝에 제가 다루고 싶은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걸 도전해보자고 결심했죠.”

  은 작가는 자신이 섹스칼럼을 쓰는 것을 지인들이 많이 지지해줘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제가 섹스칼럼을 쓰는 것에 대해 ‘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라며 저를 이해해줬어요. 이렇게 저를 지지하는 이들의 힘과 지금까지 제가 글을 써왔던 경험이 책을 출판하려 할 때 자신감이 됐어요. 제가 쓴 글로 호응을 얻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제가 쓴 글에 대해 사람들이 욕해도 괜찮겠다는 자신감 말이에요.”

 

   

 

  성소수자 탄압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까지

  섹스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은 작가는 지난해 EBS 프로그램 <까칠남녀>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논란으로 은 작가는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하게 됐다. “<까칠남녀>가 종영을 앞두고 성소수자 특집 방송을 했어요. 커밍아웃을 했던 저는 그 방송에 출연하게 됐고요. 그런데 성소수자 특집 방송이 방영되기 전부터 성소수자를 주제로 방송이 방영된다는 이유만으로 담당 PD에게 이 특집 방송에 대한 항의가 들어왔고, 저는 담당 PD가 이런 이유로 사람들에게 항의를 들은 것에 화가 났어요.”

  이후 <까칠남녀>에서 중도 하차한 은 작가는 자신이 하차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누군가 제 SNS에서 2016년도에 게재된 십자가 모양의 딜도(여성용 자위기구) 사진을 발견해 이 사진을 올린 것이 신성모독이라며 EBS에 제보했어요. 제가 그 십자가딜도를 만든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다 나오는 사진인데도 말이에요. 이 제보를 받은 제작진들이 저의 하차 여부에 대해 회의했고, 결국 저는 <까칠남녀>에서 중도 하차하라는 통보를 받았어요.”

  또한 은 작가는 당시 반동성애 관련 시민단체가 했던 시위가 자신의 하차 여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까칠남녀>에서 성소수자 특집 방송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위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성소수자를 주제로 방송을 한다고 해 시민단체가 시위를 한 거예요. 그때의 상황을 복합적으로 봤을 때, 성소수자를 탄압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주변을 둘러보면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은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는 성소수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성소수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성소수자를 신기하게 바라봐요.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는 경우는 드문데 말이에요. 이들이 주변을 보려 하지 않아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려는 태도를 고쳐야 해요.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어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글을 쓰고 싶어요
  기자는 은 작가에게 앞으로 어떤 섹스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활동하고 싶어요. 저는 아직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제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욕을 들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고 글을 써요. 오히려 제가 섹스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욕을 안 듣는다면 더 이상 글을 쓸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요? 만약 제가 글을 쓰면서 욕을 듣지 않는다면 ‘내가 글을 잘못 쓰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저에 대한 악성 댓글이나 글을 찾아보기도 해요. 이렇게 앞으로도 타인의 시선에 동요하지 않고 할 일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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