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방인이다
우리도 이방인이다
  • 강진경(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18.04.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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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마블에서 제작한 영화 <블랙 팬서>를 봤다. 영화를 보며 등장 인물 대부분이 흑인인 것과 다른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여성의 역할이 등장하는 것을 보며 사회가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왠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참을 생각해보니 영화 초중반에 나온 장면에서 관객들이 보인 반응이 그 이유였다.

  영화의 초중반에는 ‘나키아’라는 등장인물이 부산에서 상인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부분의 관객은 이 장면이 나오자 웃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큰소리로 박수까지 치며 웃는 관객도 있었다. 나 는 그런 관객들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장면이 뭐가 웃 긴 거지?’, ‘외국어를 발음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웃음이 나 오나?’ 등의 의문만 들었다. 영화에서 나키아 역을 연기한 루피타 뇽은 멕시코 출신의 배우로, 패션 잡지인 ‘하이컷’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에 있는 한국인 친구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계속 연습했다”, “한국어의 어감과 멜로디를 살리려고 열심히 연습했다”며 한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내가 관객들의 태도에 기분이 좋지 못했던 이유는 그 장면에서 관객 들이 웃은 것이 ‘제노포빅(xenophobic)’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제노포 빅은 ‘제노포비아(xenophobia)’의 형용사 형태로, 뚜렷한 이유 없이 외국인에게 반감을 드러내며 모든 사회 범죄나 문제를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외국인 혐오증을 뜻한다. ‘조선족은 강력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 와 같은 잘못된 인식뿐만 아니라 이방인의 행동을 과장해서 따라 하거나 희화화해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것 모두가 제노포빅에 해당한다. 우 리나라에서 제노포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개그 프로그램인 <코미디 빅 리그>에서 진행한 코너인 ‘깝스’는 한국에 온 국제경찰의 서툰 한국어로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라고 당당히 소개돼 있다.

  우리나라의 제노포빅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것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미디어는 제노포빅 발언과 행동을 검열하지 않고 생생하게 내보이며 이를 재미로 포장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제노포빅을 보고 들어도 그것이 제노포빅인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 우리는 미디어가 제노포빅을 아무렇지 않게 내보낼 때마다 그 발 언과 행동을 꼬집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내가 왜 이 부분에 서 웃었을까?’, ‘방금 저 발언은 제노포빅 발언이 아닐까?’하고 스스로 에게 물으며 성찰한다면 우리는 이방인 희화화와 혐오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이방인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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