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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를 빼앗긴 여성들
2018년 05월 14일 (월) 00:00:00 나재연 정기자 _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기자는 가장 먼저 직원에게 L 사이즈나 XL 사이즈의 옷이 있는지 물어보고 그 안에서 옷을 고르기 시작한다. 이러한 절차가 없다면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구매하려 할 때 맞는 사이즈가 없어 옷을 고른 시간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자의 ‘자기관리’가 엉망이기 때문에 나타난 상황이 아니다. 2017년 7월, 여성환경연대가 진행한 브랜드 의류 사이즈 실태조사에 따르면 31개 브랜드 중 23개의 브랜드에서 의류 사이즈가 한정돼 있고 그중 국내 브랜드는 22개라고 한다. 이처럼 여성의 체형이 S 사이즈와 M 사이즈에서 벗어나면 여성이 선택 할 수 있는 옷의 범위가 크게 줄어든다. S 사이즈 M 사이즈의 체형에 속하지 않는 여성은 의류 판매장에서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찾아 헤매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가 없을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 브랜드뿐만 아니라 소규모 의류 쇼핑몰도 L 사이즈 이상의 옷을 판매하는 곳이 터무니없이 적어 옷에 대한 여성들의 선택의 폭이 매우 적다.

  이에 ‘수요가 적은 사이즈를 찾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시장논리에 따른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시장 논리로 인해 큰 사이즈의 옷이 나오지 않는 거라면 남·여 모두의 의류 사이즈가 한정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남성 의류는 사이즈의 한정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지난해 마라톤 대회 <RUN ON SEOUL>이 개최됐을 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에서 공식 기념 티셔츠를 판매했다. 그런데 이 티셔츠의 남성 사이즈는 M부터 XXL까지 4개인 데 비해 여성 사이즈는 S와 M으로 두 개뿐이었다. 이는 사이즈의 한정성이 시장 논리로 인해 나타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자는 여성 의류가 사회의 차별적 시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옷이 있는 옷가게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 없는 걸 알게 된 순간, 세상이 자신의 몸을 비난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듯 한정적인 의류 사이즈는 여성의 자존감을 앗아간다. 한정적인 의류 사이즈에 속하지 못하는 여성은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 여성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시선에 따라 여성은 옷에 자신을 맞출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요소를 ‘의식주’라고 부른다. 마르지 않은 여성도 살아가는 데 ‘의’, 즉 옷이 필요하다. 모든 여성이 삶의 기본적 요소를 누리고 살기 위해 다양한 체형의 여성을 위한 옷이 준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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