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질 공화국과 재벌
갑(甲)질 공화국과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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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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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기도 어느덧 중간고사를 지나 학기 말로 향하고 있다. 중간고사에 집중하는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말 그대로 격변을 겪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논의가 오고 갔으며, 이번 주에는 구체적 일시와 장소도 공개됐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도 남북 평화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으며, 분단 이후 가장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외 언론이 또한 주목하는 사건 중 하나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중심이 된 한진그룹 사태다. 영어로 번역을 할 수 없어 한글을 음차해서 만들었다는 ‘재벌(chaebol)’이라는 단어만큼 이들의 행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름도 생소한 조현민이라는 회장 일가 중 한 명이 벌인 갑질 논란은 이제 그 여파가 한진그룹 족벌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관세청까지 나서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대한항공 직원이 참여하는 촛불집회는 그야말로 전례 없던 새로운 풍경이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한 이래 어느 사회나 불공평이 있었다. 인류와 불평등은 어떻게 보면 불가분의 관계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사회 재벌들처럼 비인간적이며, 비상식적 불평등을 일상화한 행태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한국 재벌은 가족 중심 경영을 자임하며, 복잡한 지배구조 뒤에서 거대한 기업집단을 사유화하고 있다. 이들은 박정희 개발독재 기간 중 정치권력과 결탁해 온갖 불법과 전횡을 일삼으며, 한국 경제의 중심이 됐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보여준 일부 재벌의 정경유착은 한국 사회가 재벌 문제로부터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가를 보여줬다. 대한민국을 ‘삼성공화국’으고 부르는 상황이 이런 배경에서 나온 점에서 한국 사회는 재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은 복잡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변칙적 승계와 반시장적 기업경영을 일삼고 있다.

  정경유착이라는 한국 사회의 기이한 재벌 키우기는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특권의식을 심어줬다. 재벌가 구성원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자신들을 특권층으로 인식하고 타인을 안하무인으로 대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들은 돈으로 사들인 권력으로 온갖 탐욕을 누렸으며,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 세상은 변해왔지만 이들은 여전히 특권의식 속에 갇혀 있다. ‘시민은 1류인데, 기업은 3류’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재벌은 명심해야 한다. 촛불을 거치며 더욱 성숙해진 시민의식은 이제 구태의연한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재벌가의 문제를 과거처럼 인식하지 않는다. 더 이상 재벌 문제에 관용이란 없어야 한다. 이들이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실수나 온당한 행위에도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보였던 엄혹한 폭력만큼 사회가 채찍을 들어야 할 때다. 남북평화를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어야 할 세상에서 재벌이라는 걸림돌을 치워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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