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된 신부
물건이 된 신부
  • 덕성여대신문사 기자
  • 승인 2018.05.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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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강제로부터 자유로운 결혼을 꿈꾸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남녀가 자신의 가정을 떠나 서로의 동의하에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법적 계약이다. 이는 남녀 간의 교제와 약혼을 통해 이뤄진 최종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로의 동의없이 이뤄진 결혼이 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조혼’과 신부를 보쌈해 결혼하는 ‘납치 결혼’이 그 예다.

  신부를 향한
  억압과 강제

  납치 결혼은 남성 측이 원하는 신붓감을 얻기 위해 여성을 납치해 강제로 결혼하는 것이다. 이는 여성을 ‘재산’으로 인식했던 과거에 주로 행해졌지만 지금까지도 몇몇 나라에서 ‘전통’이라는 오명아래 행해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공식적으로 결혼을 할 때 신랑 측이 신부 측에게 상당한 예물을 보내야 한다. 이에 가난한 시민들은 그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납치 결혼인 ‘알라카츄’를 행했고 이는 수백 년간 이어지며 전통적 관습으로자리 잡았다. 알라카츄에서 여성은 중요한 ‘거래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즉, 여성을 남성과 평등한 위치에서 보지 않는 것이다.

  이에 한지혜 여성인권 운동가(이하 한 운동가)는 “일반적으로 보쌈은 평소에 신부가 될 여성에게 마음을 준 남성이 해당 여성의 동의하에 그 여성을 보쌈해가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며 “하지만 알라카츄는 보쌈 문화가 변질돼 남성이 막무가내로 여성의 동의 없이 여성을 납치하는 범죄다”고 말했다. 또한 “납치 결혼을 막기 위해서는 미혼 남성들에게 여성의 의사에 반해 납치 결혼하는 건 범죄행위라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에 방송된 KBS1 교양 프로그램 <특파원 보고-세계는 지금>에 의하면 납치 결혼을 통해 맺어진 부부의 이혼율이 일반적인 결혼을 통해 맺어진 부부의 이혼율보다 높다. 또한 납치 결혼 후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다분하고, 이혼한 여성은 자신의 가족에게 구성원으로 인정을 못 받기도 한다. 이에 2016년, 납치 결혼의 심각성을 인지한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납치 결혼이 범죄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제 결혼 중 하나인 ‘조혼’은 빨리 후손을 얻어 가계의 계승을 안정시키고 남성 측 집안의 경제 이익을 도모하고자 법적으로 혼인을 할 수 없는 나이의 연소자가 혼인하는 것이다. 이는 신부 측의 가족이 어린 딸을 결혼시킴으로써 조금이나마 식량을 확보하고자 지금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유엔인구활동기금’에 의하면 여아 9명 중 1명은 15살이 되기 전에 결혼한다. 또한 매년 1,420만 명의 소녀들이 18살이 되기 전에 결혼한다. 대표적으로 서아프리카에 있는 니제르에서는 약 76%의 소녀들이 18살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아시아에 있는 방글라데시에서는 약 40%의 소녀들이 15살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한다.

  이에 한 운동가는 “여성들이 조혼할 경우 아직 덜 성숙한 산모가 출산 중 사망하거나 태아를 조산할 수 있고 태어나도 사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혼이 꼭 근절돼야 한다”며 “조혼 또한 가부장적 특성을 가진 사회에서 많이 나타나므로 조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는 가족 구성원들이 남아와 여아를 동등하게 대하도록 교육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납치 결혼을 하기 위해 신부가 될 여성을 납치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의
  결혼은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부들은 ‘재산’이 아닌 인격체로서 존중을 받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불과 20세기까지 제주도에서는 신부를 한 집안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 결혼할 때 신랑 측에서 예단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 즉, 신랑 측에서 예단 비용을 전부 부담해 신부를 신랑 측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결혼한 대부분의 여성은 평생 시부모와 함께 살며 신랑가의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조혼을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은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1925년, 여성운동기구 ‘한국YWCA연합’이 설립돼 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운동을 했다. 당시 여성들은 조혼 풍습으로 인해 열 살 안팎의 나이에 결혼해 남성 측 집안에서 종처럼 일하고 시부모를 봉양하며 평생을 살아갔다. 이 때문에 당시 대부분의 여성은 교육받을 권리를 제공받지 못했다. 이에 한국 YWCA연합은 가부장적 가정 속에 갇혀 잃어버리고 빼앗겼던 여성의 권리를 찾아주는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결혼식에는 납치 결혼의 기원이 남아 있다. EBS 다큐프라임 <결혼의 진화>에 의하면 결혼식 때마다 대다수의 신부가 쓰는 면사포는 북유럽의 게르만족이 신부를 약탈할 때 뒤집어씌우던 어망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한 신랑 측 들러리는 신부를 약탈하러 갈 때 동행한 신랑의 친구들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리고 ‘웨스터 마크’의 ‘인류혼인사’에 의하면 결혼식 중 신부와 신랑이 백년가약을 약속하며 신랑이 신부의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는 과거에 신부를 약탈할 때 채우던 족쇄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원을 잊은 채 그 형식만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인도에서 한 남성이 어린 여성과 조혼을 하는 결혼식의 모습이다.

  결혼의 의미에 대한
  의식 제고 필요해

  지금도 조혼, 납치결혼과 같은 강제적 결혼으로 해마다 수만 명의 여성이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 이 같은 여성 인권 침해는 나라마다 종교와 문화의 형태로 고착돼 있고 가족 등 측근에게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선진국조차 이러한 악습의 굴레에 갇힌 여성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는 체계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 운동가는 “과거에 결혼하면 남성이 가사노동에 관해 여성을 통제했고 억압했다”며 “이렇다 보니 현대에서도 가부장제가 남아있는 지역에서는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인식하는 경우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결혼은 살면서 주위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하는 일 중 하나다. 그러므로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결혼을 하는 폐단은 없어져야 한다. 한 운동가는 결혼의 의미에 대해 “결혼은 사랑과 신뢰 속에 서로 존중하며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며 “결혼은 ‘강요와 관례’ 속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남성들에게 여성 인권에 대해서도 교육해 강제 결혼으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와 여성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결혼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지기 위해서 결혼은 당연히 서로의 동의하에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강제로 결혼하는 것이 근절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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