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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보장되는 평등한 권리, 기본소득
떠오르는 기본소득 이슈
2018년 05월 15일 (화) 15:32:16 정예은 기자 ye31301995@duksung.ac.kr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미래에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로봇의 발달로 2020년까지 약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 속에서 모든 사람에게 아무 조건 없이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에 기사에서는 미래 사회의 복지 제도로 제시되고 있는 기본소득제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알아보고자 한다.


  기본소득, 넌 뭐야?
  기본소득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충분성, 정기성, 현금성을 골자로 중앙·지방정부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 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에 공유 자원이 있어 해당 공유 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사회 구성원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석유 등 천연 자원의 경우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의 일부를 해당 천연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의 주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천연 자원이 아니더라도 빅데이터처럼 수많은 사람의 기여로 상품이 만들어지는 경우 빅데이터 분석 회사가 빅데이터를 사용해 얻는 수익 중 일부를 사회 구성원과 공유해야 한다는 논지다.


  정책적 관심사로 떠오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듯 기본소득제를 이미 도입한 국가와 이를 도입하려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기본소득 실험 중 대표적 사례는 알래스카 주의 영구기금배당금 제도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1982년부터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을 활용해 얻는 수익의 25%를 알래스카의 주민들에게 분배해왔다. 영구기금배당금은 배당금을 신청하기 전 알래스카 주에서 1년 이상 거주했다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영구기금배당금 제도는 1984년에 연 35만 원으로 시작해 2015년 기준, 1년에 230만 원을 주민들에게 배당했다. 알래스카 주의 영구기금배당금 제도는 기본소득의 원칙인 충분성을 충족시킬 만큼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에 충분한 금액을 지급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 서는 기본소득의 원칙에 가장 충실하다고 평가받는다.

  스위스는 2016년에 기본소득의 도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바 있다. 당시 스위스의 기본소득제 법안은 스위스의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 프랑(한화 약 289만 원), 미성년자에게는 매달 650스위스 프랑(한화 약 75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해당 법안대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려면 스위스 GDP의 30%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존 복지 제도가 축소되고 이민자가 대량 유입될 것이 우려돼 반대 77%로 국민투표가 부결됐다. 하지만 당시 스위스 여론 조사 기관인 ‘gfs.bern’이 스위스 유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9%가 “조만간 기본소득제에 대한 또 다른 국민투표가 이뤄질 것이다”고 예측했다. 또한 18~29세 응답자 중 41%가 “수년 내에 기본소득이 도입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세계적 흐름과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제를 정책적으로 논의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2016년 7월 5일자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20대 국회의 국회의원 217명을 대상으로 정책·이념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0.7%가 기본 소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응답자 중에서 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43.5%에 달했다.

 

   
▲ 지난해 8월 30일, 광화문 광장에서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등의 단체가 협력해 '기본소득 개헌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출처/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부분적 기본소득제도 있다. 연애와 결혼, 꿈 등을 포기하고 사는 청년들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성남시의 ‘청년배당’이 그 예다. 현재 성남시는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는 만 24세 청년에게 조건 없이 연 100만 원 상당의 성남사랑상품권을 분기별로 나눠 제공하고 있다. 2016년에 서던포스트가 청년배당을 받은 2,866명에게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6.3%가 청년배당이 자신에게 도움이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기본소득, 효율적 대안 될 수 있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제가 우리사회의 병폐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안효상 상임이사(이하 안 상임이사)는 “기본소득제는 극심한 사회 불평등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없는 미래에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 외의 소득을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 상임이사는 “중산층, 부유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며 “기본소득을 수혜받는 것을 권리로 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정치공동체는 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 써 모든 사람이 실질적 자유를 누리고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또한 사회적부(social wealth)가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토지나 자연 자원 같은 공공재(commonwealth)에서도 창출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는 사회적 부에 대한 일정한 몫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제는 복지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 외의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입법 연구 모임인 ‘아젠다 2050’이 개최한 기본소득 관련 토론회에서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박기성 교수는 기본소득제가 행정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누수되는 예산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이 수혜받기 때문에 일반 복지 제도처럼 수급권자와 부양 의무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수급자를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행정 비용이 절약된다. 또한 기본소득은 수혜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돼 복지 예산을 사용하는 데 있어 생기는 횡령이나 비리를 막아 복지 예산이 누수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외에도 기본소득제는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 정작 필요한 사람이 복지를 제공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특정 상품이 아닌 현금의 형태로 지급돼 수혜자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다.

   
▲ <출처/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재정상 실현이 가능할까?
  그러나 기본소득을 실현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장애물이 있다. 바로 재정 문제다. 한신대학교 강남훈 교수가 발표한 ‘한국에서 단계적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재정모형’ 논문에 따르면 매달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18년 기준 184조 원으로 추정됐다.
 
  이에 안 상임이사는 “기본소득 제도를 뒷받침할 재원은 크게 세 가지다”며 “법인세를 포함한 소득세와 토지에 부과되는 토지세, 투기에 부과되는 불로소득세에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해당 항목들에 대한 조세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증세로써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안 상임이사는 “모든 소득의 10%를 소득세로 추가 부과할 경우 모든 사람에게 매달 2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고, 토지세의 경우 0.6%를 부과하면 매달 5만 원의 기본소득을 보장 할 수 있다”며 “이외에도 생태세를 부과해 ‘생태 배당’의 형태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복지 정책과 공존할 수 있을까?
  기본소득제에 투자해야 하는 재원이 막대해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 기존의 복지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보편적 복지를 보장하는 기본소득제가 선별적 복지를 제공하는 기존의 복지 정책을 대체하는 방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안 상임이사는 “우파적 기본소득론자는 사회적 약자에게 일정 금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기존의 복지뿐만 아니라 복지 서비스까지 모두 폐지하고 기본소득제로 통합하자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좌파적 기본소득론자는 기존의 복지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제를 시행한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복지 정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에 안 상임이사는 “기본소득제는 하나의 복지형태일 뿐이므로 기본소득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기존의 복지 정책을 반드시 폐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본소득제는 보편적 복지의 형태로, 기존의 복지 정책은 선별적 복지의 형태로 함께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기본소득제와 여타 복지 정책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며 “현금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개인이 필요한 곳에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데 반해, 의료나 교육 등 사회 서비스는 시장이 아니라 공공의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제 이행, 천천히 지켜봐야
  기본소득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기본 소득제가 현실화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에서 청년배당 같은 부분적 기본소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국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재정적 한계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안 상임이사는 기본소득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현재의 복지 제도에서 기본소득제로 변화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정치적 문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청년배당 같은 부분적 기본소득제를 경험하면 기본소득제의 의의와 장점을 알게 될 것이다”며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부분적 기본소득제가 도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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