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셋을 입어도 페미니즘을 외칠 수 있다
코르셋을 입어도 페미니즘을 외칠 수 있다
  • 조승혜(국어국문 2)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18.05.2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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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몇 주 동안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슈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중 지난 토요일(20일)에 혜화역 앞에서 열린 편파 수사 규탄시위에 총 15,000여 명이 참여한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여성들은 자신이 당한 차별에 정당한 분노를 건전하게 표출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또한 일상 속 당연시됐던 것에 끝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불평등한 것을 버리고 거부함으로써 성평등을 이뤄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코르셋’이다.

  페미니즘 운동에 있어서 코르셋이라는 용어는 그동안 사회의 요구로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야만 했던 것을 의미한다. 보통 화장, 옷, 머리 스타일 등을 코르셋으로 꼽는다. 그리고 이 코르셋과 관련해 다양한 주장이 충돌하면서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코르셋에 대한 다양한 의견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봤다. 주인공은 짧은 치마를 입은 것을 지적하는 상사의 말에 이슬람 문화권의 의상 ‘니캅’을 입음으로써 그 지적의 부당함을 간접적으로 항의한다. 이 장면은 ‘옷차림 지적’이라는 코르셋에 대항해 코르셋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보여주기 위해 가장 극단화된 형태의 코르셋을 착용한 것이다. 즉 이 장면에서 코르셋은 긴 바지고, 짧은 치마는 ‘탈 코르셋’ 차림이다. 하지만 지난 혜화역 시위 이후 워마드에 올라온 한 글에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온 시위 참가자들을 “코르셋을 착용하고 온 가짜 페미니스트”라며 비판해 논란이 됐다.

  우리사회에 코르셋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코르셋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코르셋’이라 불리는 사회의 요구는 매우 유동적이다. 화장 역시 직장인 여성에게는 코르셋이 될 수 있지만, 미성년자 여성에게는 민낯이 코르셋이다. 그러므로 어떤 하나의 요소를 들어 ‘이건 코르셋이니 다 같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이것을 한 사람은 코르셋을 탈피하지 못한 진정성 없는 페미니스트다’라며 발언권을 박탈하는 일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가 소수자에게 어떤 압박을 가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뤄지는 모든 토론과 그에 대한 대항은 무척 의미 있고 소중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항이 또 하나의 규범으로 강요돼 페미니스트의 자질을 평가하게 된다면 이 또한 하나의 압박
이 된다.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덕분에 사회는 바뀔 것이다. 하지만 매우 천천히 바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긴 싸움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서로에 대한 비난을 멈춰야 한다. 우리끼리 상처 입히기에는 이미 밖에 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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