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몰입하세요
무엇이든 몰입하세요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8.05.2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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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대학 시절을 보냈던 대학생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꿈이었던 기자가 돼 열정적으로 몰입하며 살아갔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고 세상의 차가움을 직면하게 됐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글을 써서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류승연 작가(이하 류 작가)를 만나봤다.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류 작가는 우리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철학과에 입학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단지 성적에 맞춰 철학과에 지원했죠. 그러다 보니 철학과 강의를 지루하게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철학과에 입학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철학과에서 배운 구체적 지식은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 철학자의 생각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범위를 뛰어넘어요. 저는 철학과에서 수업을 들었을 때 철학자들의 생각을 보고 들으면서 생각의 흐름을 쫓아갔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어요.”

  류 작가는 우리대학에 재학할 당시 우리대학 연극동아리 운현극회에서 활동했다. “저는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대신 제가 좋아하는 것에는 최선을 다해 몰입했어요. 그러다 보니 학사경고까지 받았죠. 저는 운현극회에서 활동하면서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그 당시에 제가 직접 연극의 기획을 맡으면서 모든 것을 총괄했어요. 처음에 기획을 맡게 됐을 때는 막막함이 앞섰지만 정말 미친 듯이 발로 뛰면서 스스로 모든 걸 해나갔어요. 그렇게 스스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어요. 어떠한 분야의 일이든지 책임감을 갖고 야무지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죠. 이런 능력은 단순히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경력을 쌓아서 길러지는 게 아니에요. 무언가에 몰입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죠. 지금도 저뿐만 아니라 운현극회 출신 선후배들 모두 입을 모아 ‘우리만큼 일 잘하는 사람 없다’고 말해요.”

  류 작가는 대학 시절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저의 대학 생활은 모든 것에 몰입해서 끝까지 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고 가치 있었던 시간이 대학 시절이에요. 그저 놀고 즐기기만 했던 시간이 아니라 사회 생활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함양할 수 있던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어요.”


  
몰입해서 몰입할 수 있게 되다
  류 작가는 운현극회의 활동이 기자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기자는 단순히 상사의 지시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직업이 아니에요. 매일 내가 무엇을 기획하고 어떻게 취재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는 직업이죠. 그래서 스스로 일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기자를 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운현극회에서 활동하면서 이러한 주체의식을 배웠고요. 또 대학 시절에 몰입하는 경험을 했었기에 기자로서 몰입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류 작가는 처음에 잡지사 기자로 활동했다가 사회부 기자로 전향했다고 한다. “저는 대학생 때 예쁘게 꾸미는 것을 좋아했어요. 제 주변 친구들도 그랬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화려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생각해 저에게는 잡지사 기자가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이를 접해보니 달랐어요. 그래서 사회부 기자로 전향했어요. 사회부 기자가 되고 나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 살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저는 그동안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하고만 살아와서 사회부 기자가 된 후 이런 세상을 처음 접했어요. 계속해서 여러 부당한 상황을 접하다 보니 사명감이 생기고 피가 끓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국회에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로 전향했어요.”


  생각의 변화로 삶이 변하다
  류 작가는 쌍둥이를 낳고 난 후 기자 생활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저는 딸과 아들을 낳았어요. 안 그래도 쌍둥이라 육아가 배로 힘든데 아들이 발달장애라서 육아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죠. 기자로 생활할 때는 마감에 중독돼서 살았어요. 매일 치열하게 살며 성취감을 느꼈죠. 치열함에도 중독되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을 낳고 나서 기자였을 때 느꼈던 치열함과 성취감을 얻지 못하면서 상실감을 크게 느꼈어요. 아이들이 태어난 후 2년 동안은 뉴스를 단 한 번도 보지 않을 정도로요. TV를 켜서 뉴스를 보면 그곳에 제가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뉴스가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장애가 있는 제 아들을 탓하기도 했어요.”

  류 작가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가 생각을 바꿨다고 말한다. “생각을 바꾸니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제 생각을 변화시킨 거죠. 제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갖고 아들에게 갖는 생각이 어떠한 기제를 통해 나타난 건지 알고 보니까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생각이 바뀌고 나니 그동안 ‘아들 때문에’였던 일들이 ‘아들 덕분에’로 바뀌었어요. 그랬더니 모든 게 제가 원하는 대로 풀려나가기 시작했어요.”

 

  ‘내’가 아닌 ‘사회’가 바뀌기를
  류 작가는 항상 고개를 숙이며 살았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고 나서 세상의 차가움을 마주했어요. 심지어 제가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단지 제 손을 잡고 있는 제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세상의 차가움을 매일 수시로 느끼고 살았어요. 제 아들이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그 부모님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매번 고개를 숙이며 살았죠. 그런데 제게 돌아오는 건 아들의 퇴학 조치였어요. 사실 제 아들이 다른 아이들을 살짝 할퀴었던 적이 있었지만 같은 반에서 다른 아이들이 장난치는 모습과 비교하면 별것도 아닌 행동이에요. 다른 아이들이 과격하게 장난치는 모습은 ‘아직 어려서 그래’라고 하면서 제 아들의 행동은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다르게 보는 거죠.”

  이후 류 작가는 장애인에게 차가운 세상을 바꾸고 싶어졌다. “저는 제 아들을 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였죠. 그리고 제가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아들에게 낙인을 찍은 거였더라고요. 그렇다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니라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우리 가족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 세상의 시선들, 우리의 고민 등을 다루는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컸어요.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하라고 연락이 와서 책도 출간하게 됐죠”


  장애가 하나의 특성으로
  류 작가는 장애가 하나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한다. “사람의 성격에 따라 특성이 다르잖아요. 항상 ‘대장’을 하고 싶은 어린이가 있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어린이가 있듯이요. 마찬가지로 발달 장애를 가진 제 아들은 인지가 낮은 특성을 갖고 있을 뿐인 거죠. 각종 매체에서 장애는 극복할수  있다며 바리스타나 제빵사가 된 장애인들을 비춰주곤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례는 정말 극소수고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요. 애초에 장애는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닌 거죠.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 보며 장애에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기보다 장애가 하나의 특성이라는 걸 인정하길 바라요.”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기자는 류 작가에게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대학 시절만큼 인생에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대학 시절은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시간이에요.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서 행복해지세요. 또 무조건 학점을 높이거나 스펙을 쌓으려고 하는 건 사회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보다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몰입하는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해요. 이런 것들은 대학 시절에만 기를 수 있어요. 대학생 때 꼭 무엇이든 몰입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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