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 그 기로에 선 권역외상센터
생사의 갈림길, 그 기로에 선 권역외상센터
  • 이예림 기자, 정지원 기자
  • 승인 2018.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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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상황 속에서 운영되고 있어

  응급실에 가본 적 있는가? 일반 병원의 진료 시간이 지났을 때 감기나 복통으로 혹은 교통사고나 추락사고로 인해 입은 외상으로 대다수의 사람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처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중증의 외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곳이 있는데, 바로 ‘권역외상센터’다. 권역외상센터는 소말리아 해적 피랍 사건과 북한군 병사 귀순 사건에서 활약해 주목받았고, 이때 그 운영의 어려움도 같이 알려졌다. 이에 열악한 권역외상센터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권역외상센터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권역외상센터는 24시간 항시 대기 중!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실에서 처치하는 외상의 범위를 넘는 외상을 입은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외상 전용 치료센터다. 중증외상환자는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한 즉시 응급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만을 위한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구축해야 하고 1개 이상의 중환자실을 상시 비워두며 중증외상환자가 오기 전까지 의료진이 항상 대기해야 한다.

  또한 권역외상센터는 권역 내에 있는 외상환자의 진료와 외상 의료에 관한 연구, 대형 재해가 발생할 시 응급의료 지원, 그 밖에 외상 의료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1곳의 권역외상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5년 내로 6곳의 권역외상센터를 추가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열악한 권역외상센터 그 현실은?
  2011년 1월, 삼호해운의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다. 모든 선원이 구출됐지만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은 치명상을 입었다. 이때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이하 이 교수)가 석해균 선장을 살려 권역외상센터가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13일, 권역외상센터는 총상을 입은 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치료하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실제로 권역외상센터는 어렵게 운영되고 있어 그 활약의 이면은 그리 밝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정찬 전문연구원(이하 이 전문연구원)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병원은 적자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공익적 측면에서 권역외상센터는 중요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이를 운영하는 것이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마다 외상 외과 전문의로 지원하는 사람이 감소하고 있어 권역외상센터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이 전문연구원은 “이는 외상외과 전문의의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가 높아 초래된 현상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간호사와 같은 외상 외과 의사 외의 지원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이 전문연구원은 “간호사의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그에 따른 보상이 낮아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다”고 말했다.

 

<출처 / 위키백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이라는 청원에 답하는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의 모습이다. <출처 / 대한민국청와대>


<출처 / 데일리메디>


  늘어난 지원 엇나간 방향
  지난해 11월, 이 교수는 중증외상환자의 치료에 관한 제도적·경제적 지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호소했다. 이에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환경적, 인력 지원’이라는 청원을 올렸고 약 28만 명의 국민이 이 청원을 지지했다.

  이후 이 청원에 답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이송체계 개선 △의료수가 개선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인건비 인상 △외과계 수련의 일정 기간 권역외상센터 배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정부가 권역외상센터를 지원하는 데 예산을 이전보다 높게 편성하면서 상황은 개선되는 듯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권역외상센터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권역외상센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2008년, 보건복지부가 수행한 권역외상센터 관련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권역외상센터에서 전문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외상 외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전국에 6개의 대형 권역외상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열악한 외상 시스템과 지역별 권역외상센터의 규모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전국에 같은 규모로 17개의 중소형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했다. 그 결과, 일부 권역외상센터에는 환자가 몰려 여전히 경제적 지원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 가운데 다른 권역외상센터에는 환자가 없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낭비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권역외상센터,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의 권역외상센터가 선진국의 권역외상센터 수준으로 개선되는 것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선진국의 외상 외과 의사는 병원 이송 단계에서부터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것까지 전 단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이트 키퍼’ 역할을 수행한다. 게이트 키퍼는 구급대원과 함께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며 환자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중증외상 환자인지, 응급실에서 치료가 가능한 외상환자인지 분류한다. 나아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외상 외과 의사의 역할도 수행한다.

  선진국의 권역외상센터에서 게이트 키퍼 역할을 수행하는 외상 외과 의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권역외상센터에서 게이트 키퍼 역할을 수행하는 외상 외과 의사는 드물다.

  또한 우리나라의 외상 외과 의사의 특성 또한 외상 외과 의사가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상 외과 의사가 본인이 전공한 분야에 관해서만 수술하는 체계를 지니고있다. 이로 인해 중증외상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신체 부위에 이상을 보일 때 각 전공 분야의 전문의 여럿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 즉 국내 외상 시스템 체계가 광범위한 신체 부위를 전문적으로 수술할 능력을 갖춘 선진국의 외상 시스템 체계를 따라잡는 것은 어렵다.



  모든 환자가 치료받는 그 날이 오길 바라며
  그렇다면 권역외상센터에서 모든 중증외상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상황을 개선하려면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일부 중증외상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적자로 운영되고 있는 권역외상센터를 정부가 맡아 국민의 필수의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문연구원은 “단기간에 정부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어려워 현재로서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권역외상센터에 시설, 인력,장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중증외상과 같은 필수의료 영역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정부는 그동안 보상이 부족했던 의료행위에 수가를 더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수가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이 방안은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실제 권역외상센터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선진국 수준의 시설과 인력을 갖춘 국내 권역외상센터의 모습은 아직 멀기만 하다. 대한민국에서 중증외상환자가 ‘골든 아워(목숨이 위급한 환자가 신속한 치료를 받으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그 날까지 정부는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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