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진 거장들의 17개 시선
세계 사진 거장들의 17개 시선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6.10 0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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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 세대들 중 대부분은 가방에 디지털 카메라 한대씩은 넣고 다닌다. 굳이 디카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휴대폰에는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고 이외에도 로모나 폴라로이드와 같이 각자 취향에 따라 사람들은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따라서 자연히 사람들의 관심은 좀 더 멋진 사진 찍기, 즉 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관한 것들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잘 찍은 사진이란 도대체 어떤 사진일까? 어떤 장소와 시간의 순간을 포착하여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요즘처럼 포토샵과 같은 최첨단 기술로 사물이나 인물의 모습을 왜곡하는 것 또한 썩 좋은 사진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음악, 좋은 미술, 그리고 좋은 여화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예술적 가치로 높이 평가받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지 만나보자.

 청담동에 위치한 사진 갤러리 뤼미에르에서는 이번 달 10일까지 '20세기 세계 명작 사진展'을 열고 있다. 미국의 Robert Mapplethorpe(로버트 메이플소프), 프랑스의 Willy Rois(윌리 노니) 그리고 독일의 Agust Sander(아우구스트 잔더)와 같은 세계의 사진 예술 거장 17명의 작품이 전시되는 것이다. 그 중 로퍼트 메이플소스는 노골적인 신체의 묘사나 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성애 장면의 사진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를 일으킨 작가이다. 더군다나 그가 동성애자이자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그의 작품조차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전시회에 소개된 KEN MOODY & ROBERT SHERMAN 은 이러한 그의 개인적 성향이 반영되어 있는 듯 남성의 신체와 에로티즘을 사진으로 표풀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흑인과 백인 두 남성의 누드 흉상이 클로즈업 되어 있는 이 사진은 두 눈을 감은 흑인의 어깨 뒤로 바싹 얼굴을 붙인 백인의 모습이 교차된 구조로 동성애라는 성적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무표정한 얼굴에 빡빡 민 머리까지 이 두 남성의 모습은 마치 사이보그처럼 닮아있다. 하지만 이 닮음 때문에 흑, 백이라는 이 둘의 패부색은 더욱 극명히 대조될 뿐더러 이로 인해 정치적 해석 또한 가능해진다. 로버트 메이플소스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있어 성적 이미지를 시대의 저항이나 분노의 표출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또 한명의 미국작가 Dennis Stock(데니스 스톡)은 대표적인 미국 문화라 할 수 있는 헐리우드 영화와 할렘, 그리고 째즈를 주제로 한 사진을 많이 찍은 작가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의 작품들 중 그가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게기가 된 영화 사진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라 할 수있는 오드리 햅번과 제임스 딘 그리고 마를린 먼로를 단 한장의 사진으로 완벽히 소화해 내었다. 몇 시간의 영화아 아닌 불과 하나의 장면으로 스타가 가지고 있는 그 이미지와 매력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임스 딘을 주인공으로 한 JAMES DEAN, TIME SQUARE(1995)의 경우는 사진 속 인물만이 아니라 사진 그자체가 제임스 딘 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비 오는 날 도심의 한 가운데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입에는 담배를 문채 걷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구부정한 걸음걸이와 아무렇게나 푹 찔러 넣은 두 손, 먼 곳을 향한 그의 시선은 앞으로 곧게 뻗어 있는 길만큼 고집스러우며 아무도 없는 거리만큼 자유로워 보이는데 이 모든 것이 그의 특징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문학적 난망성과 사지을 조화시켜 표현한 Ruth Orkin(루스 오르킨)의 작품이나 사물을 잇는 그대로 촬영함으로써 완벽한 조형성과 정신성을 담고 있는 Edward Weston(에드워드 웨스톤)의 작품 등 이번 전시회에서는 총 23작품이 선보였다.

 같은 거장이라 하더라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 모두 17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개성과 표현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점에서 '잘 찍은 사진'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무엇을 어떤 이미지로 찍든지 그리고 어떤 구도로 어떤 기술을 찍든지 기초가 되는 것은 자신이 찍는 사물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자기만의 관점으로 바바볼 줄 아는 눈이 중요할 것이다. 카메라 속 동그란 렌즈가 마치 내 눈인 것처럼 여기고 애정을 듬뿍 담아 바라본다면 친구와 한바탕 수다를 떠는 모습, 우리 학교 스머프 동산의 나무 한그루, 그리고 예쁜 옷을 입은 내 모습 등 모두가 훌륭한 사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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