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꼴찌가 일등에게
문해력 꼴찌가 일등에게
  • 양정호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7.11.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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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교육의 중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문맹률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문자를 배워 음소(音素)와 자소(字素) 사이의 전환이 가능해진다고 해서 사회적 의사소통이 온전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인식되면서 관심의 초점은 문해력(Literacy)으로 옮겨졌다.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을 뜻하는 기초 문해력은 인간이 사회적·경제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직업 능력과 계산 능력을 포함하는 기능적 문해력(Functional Literacy)을 거쳐 사회의 주체적 구성원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비판적 문해력(Critical Literacy)으로까지 그 개념이 확장됐다. 또한 금융 문해력(Financial Literacy), 문화 문해력(Cultural Literacy), 정보 문해력(Information Literacy)과 같은 개념들도 등장하면서 그 개념을 정의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졌다.

  문해력의 개념의 발달과 확장은 그만큼 문해력의 중요성이 크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문해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201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성인 숙련도 조사(Survey of Adult Skills)를 실시했는데, 그 가운데 23개국 16~6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조사에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어 참고가 된다. 전체 평균 점수는 292.79점이었고 우리나라는 272.56점을 받아서 12위로 평가됐다. 그런데 이를 연령별로 나눠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나는데, 45~54세는 258.60점으로 20위, 55~65세는 244.10점으로 21위인 반면 16~24세는 292.94점으로 당당히 4위를 차지했다.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문해력이 20세 전후에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하락세를 보여 60세 전후에는 거의 바닥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결과는 국립국어원에서 이뤄진 국민 기초 문해력 조사(2008)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 조사에서는 일
상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자료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0~4수준으로 평가했다. 의무교육의 마지막 해인 중학교 3 학년 학생들은 평균 77.4점을 받았는데, 이는 어렵고 복잡한 문장을 잘 이해할 뿐 아니라 글에 직접 드러나지 않은 내용도 추론할 수 있는 4수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20대 평균은 3등급에 해당하는 70.2점이고 성인 전체 평균 또한 63.6점인 것을 보면 20세 이후로는 꾸준히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고등학교 졸업 또는 대학교 재학 정도까지 이뤄지는 우리나라 교육의 틀 안에서는 문해력 교육이 어느 정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의 현저한 문해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 하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조사에는 이에 대한 답을 시사하는 결과들이 포함돼 있어 음미할 만하다. 우선 월 평균 독서량과 문해력 점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한 달에 한 권 이상 독서하는 집단과 한 권도 읽지 않는 집단 사이에는 10점 이상의 뚜렷한 차이가 났다. 한 권 이상 읽는 독자들 내에서는 양에 따른 문해력 차이가 2~3점 정도로 적었다는 점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어쨌든 월 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은 문해력과 관련해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텔레비전 시청 시간과의 상관관계도 조사했는데, 2시간 이하 시청 집단의 문해력 점수가 2시간 이상 시청 집단에 비해 약 10점 정도 높게 나타났다. 또 어려운 용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집단은 이를 그냥 지나치는 집단에 비해 15점 정도 높은 점수를 보였다.

  우리 학생들은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20세 초반의 젊은이들이므로 문해력이 정점에 있다고 판단된다. 안타까운 점은 이제부터 서서히 문해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위 연구 결과는 우리 학생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첫째,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줄이자. 둘째, 그 시간에 책을 읽자. 셋째, 책 옆에는 사전을 두자. 이 몇 가지 단순한 생활 지침을 지키면 문해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젊은이들의 문해력 점수를 마구 갉아먹는 지금의 어른들처럼 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문해력 꼴찌 세대가 문해력 일등 세대에게 감히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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