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13 목 18:05
 
선거 세칙, 학술문예상
> 뉴스 > 여성
     
재치가 아니라 성차별입니다.
웃어 넘길 수 없는 미디어 속 성차별
2017년 11월 06일 (월) 15:21:05 나재연 기자, 손정아 기자 njen530207@, sonjunga5323@

  누구나 한 번쯤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성차별적 미디어를 보고 불편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YWCA(기독교 여자 청년회)가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으로 한 달간 미디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성차별적 광고는 총 37편으로 성평등적 광고(7편)보다 약 5배 많았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어떠한 성차별적 내용이 얼마나 담겨 있을까.


  여자는 이래야 해!
  틀에 갇힌 여성들

  누군가는 우연히 보게 된 광고에서 위화감을 느끼거나, 유행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웃다가도 ‘방금 그건 뭐야?’하고 이상함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 속에서 시청자는 불쾌감의 정체를 눈치채기도 전에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 녹아있는 성역할 고정관념들을 발견할 수 있다.

  풀무원의 광고 ‘2017 바른 먹거리 캠페인’에서는 여성이 아이와 함께 식사를 준비한다. 그런데 이후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남성이 등장한다. 여성이 요리한 음식을 먹는 남성의 모습에서 요리와 식사 준비는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내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이 광고는 한국여성민우회의 <광고 속 성차별, 이대로 괜찮은가> 발표회에서 최악의 광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성별에 따라 같은 행동에 부여되는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한 화에서는 남성 연예인이 일과 중 꽃꽂이를 하며 꽃꽂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에 ‘능숙한 꽃 손질’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하지만 다른 화에서 여성 연예인이 꽃꽂이를 배우는 장면이 나왔을 때 상황을 묘사하는 자막은 달랐다. 여성 연예인이 꽃꽂이를 하며 “신부수업 같다”고 말하고, ‘꽃꽂이에 요리까지, 시집가도 되겠어’라는 자막이 달린 것이다. 남성 연예인에게는 꽃꽂이를 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과 달리 여성 연예인에게는 꽃꽂이를 ‘신부 수업’과 ‘시집’으로 연결시켰다. 해당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꽃꽂이와 신부가 무슨 연관이 있냐’, ‘여성이 하는 행동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지 미래의 남편을 위한 게 아니다’ 등의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미디어는 성차별을 보편화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적해도 주변인들에게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본부의 소연 활동가는 “미디어 속 성차별에 대해 지적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는데 왜 불편하게 생각하냐’며 ‘프로불편러’라는 조롱을 듣기 일쑤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예능에서는 성차별적 발언을 해도 ‘재미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이러한 발언이 받아들여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전했다.

  못생기면 시집 못 간다?
  미디어 외모지상주의 심화해

  최근 지하철 2호선 역사에서 한 성형외과의 광고가 논란이 됐다. 광고에는 “딸아, 걱정마. 이제 시집갈 수 있을거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는 여성이 아름다워야만 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이를 성적 대상화라고 한다. 성적 대상화란 개인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보다 사회적, 신체적으로 약한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인격이나 감정이 부재한 물건처럼 취급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여성을 남성의 눈요깃거리로 취급하거나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사례는 광고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찾을 수 있다. KBS2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코너 ‘연기돌’에서는 개그우먼이 남자친구와 싸우는 연기를 하다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라고 묻자 상대 연기자가 “넌 어떻게 그렇게 생길 수가 있어?”라고 말한다. 아무 맥락 없이 외모를 비하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이외에도 다수의 여성을 비하하는 개그로 비난을 받았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개그 프로그램이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하기는커녕 이를 더 심화하고 있다’, ‘날씬하지 않거나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비하하고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품 설명은 노출로
  웃음 요소는 성희롱으로

  미디어에서는 외모를 중시하는 성적 대상화 외에도 노출을 통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 모델이 나온 게임 광고 50개 중 34개(약 70%)에서 여성 모델들은 게임과 관계없이 속옷과 가슴골을 노출하거나 몸에 달라붙는 의상을 입었다. 또 10개(약 20%)의 광고는 “하고 싶지 말입니다”, “나를 길들여줘” 등의 대사를 집어넣었다. 게임 광고가 아니더라도 여성의 몸매를 부각시키거나 여성이 상품을 광고하는 남성의 주위에서 춤을 추는 등 장식품처럼 전시된 광고도 많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상품에 대한 설명보다 여성의 의미 없는 성적 어필을 강조하는 광고가 많아 불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성희롱으로 논란이 되는 프로그램도 많다. tvN 개그 프로그램 <SNL코리아>에서는 여성 연예인이 호스트로 출연할 경우 대체로 여성 연예인의 몸매를 부각하거나 여성 연예인이 남성 연예인들의 구애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SNL코리아 시즌6>의 ‘덕후는 연애중’ 코너에서는 여성 연예인이 남성 연예인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가져가며 “내 모든 것을 가져라” 등의 대사를 했다.

  이처럼 여성을 성적으로 묘사하는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이를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성희롱을 웃음 요소로 사용한다는 게 불편하다’, ‘방송을 보고 사람들이 이를 따라할까 걱정된다’ 등의 비판을 받았다.


  수많은 성차별에
  노출되는 어린이들

  성차별적 요소가 담긴 광고와 예능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대중에게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화가 진행 중인 어린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연 활동가는 “요즘 어린이들은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미디어 속 트렌드를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여 어른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미디어 속의 성차별적 고정관념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미디어에서 생산된 성차별이 어린이 세대에게 주입되고, 성차별적 사고방식이 세대가 변하면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미디어를 생산하는
  이들의 인식이 중요해

  이처럼 성차별적 미디어가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 실리는 광고의 심의 기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지난 9월, 서울시는 서울시에서 제작하는 홍보물 등에 적용하는 ‘성별영향분석평가’ 제도를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설공단에도 적용하도록 확대해 성차별적 광고를 거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성차별적 미디어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한편에서는 <뜨거운 사이다>, <까칠남녀>와 같은 성평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나타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성차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젠더 감수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이와 같은 성평등한 미디어에 대해서 매년 양성평등미디어상을 수여하고 양성평등 콘텐츠 전국공모전을 개최해 성평등한 미디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연 활동가는 “미디어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며 “성평등한 미디어를 만들기 위한 기준을 만들어 성차별적 미디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차별적 미디어에 대해 시청자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보이콧으로 이를 거부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단순히 프로불편러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 나은 미디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 덕성여대신문(http://www.dspress.org)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청소년보호정책
132-714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신문사 | 전화 : 02-901-8551,8 | 팩스 : 02-901-8554
메일 : press@duksung.ac.kr | 발행인 : 이원복 | 주간 : 조연성 | 편집장 : 나재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연
Copyright 2007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spres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