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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억압하는 ‘정숙’의 족쇄
2018년 08월 27일 (월) 14:24:43 나재연 편집장 -

  이번 달, 여성 전용 섹스토이샵인 ‘PUXXY BERRY’(이하 푸시베리)가 2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푸시베리는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성인용품점 겸 카페이자 바(bar)로 운영되고 있다. 푸시베리의 운영자인 정두리 씨(이하 정 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트위터 게시글에서 정 씨는 “많고 많은 성인용품점이 있는데 왜 푸시베리에게만 ‘풍기문란 미방지’라는 법을 내세웠는지 모를 일이다”며 “그 이유를 모르겠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자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게 섹스토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풍경을 상상했고, 그 상상이 실제로 이뤄져서 뿌듯했다”며 “이것이 풍기문란 미방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실 정 씨에게 이 영업정지는 황당한 일일지언정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정 씨는 2013년 발행을 시작한 ‘젖은잡지’의 편집장이다. 젖은잡지는 도색 잡지의 컨셉을 표방한 아트북이다. 젖은잡지는 여성이 만든 성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젖은잡지 4호가 성황리에 판매되던 2015년, 정 씨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에 의해 젖은잡지는 음란물로 고소당했다. 이에 젖은잡지는 서점에서 몰수당했으며, 정 씨는 경찰에게 조사까지 받았다. 이후 정 씨는 재판을 통해 무죄를 입증했으나 판매정지를 당한 동안 수익을 얻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여름, 과거 정 씨에게 젖은잡지에서 일어났던 일이 섹스토이샵 푸시베리에서 다시 일어난 것이다.

  두 사건을 통해 우리는 정 씨와 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기존의 도색 잡지와 성인용품점에서는 논란이 되지 않던 문제가 왜 여성의 도색 잡지, 여성의 성인용품점에서는 논란이 일고, 신고를 받고, 나아가 그것이 처벌로 이어지는 걸까? 이는 여성을 성적인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억압하는 우리사회의 인식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여성이 성적으로 개방돼 있기보다 정숙하기를, 당당하기보다 수줍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얼핏 들었을 때 ‘정숙’이란 과거 여성들에게 요구되던 정절과 같은 성적 억압과 함께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숙이라는 단어가 직접 활용되지 않을 뿐, 그 이념은 여전히 여성의 행동을 억압하는 잣대로 남아 있다.

  사회는 여성이 ‘풍기문란’하거나 ‘음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때 반대로 여성이 가져야 하는 이념을 함께 제시한다. 이 이념을 반영하는 단어가 바로 정숙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정숙을 ‘여자로서 행실이 곧고 마음씨가 맑고 고움’이라 정의했다. 여성의 주체성을 풍기문란과 음란이라는 죄로써 억압하는 한 정숙은 사라지지 않고 여성이 지향해야 할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여성이 성적 존재로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야 올바르다는 정숙의 이념은 생활 속에 보이지 않게 녹아 여성의 행동을 억압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여성이 성적 주체성을 드러내면 이를 ‘싸보인다’거나 ‘헤프다’고 표현해 부정적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행동을 지양하기를 유도한다. 남성의 성 경험과 달리 여성의 성 경험이 숨겨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그 예시다. 또, 여성이 성적 주제로 대화할 때 언어를 은유적으로 구사하는 것과 같이 여성에게 배어있는 사소한 행동들까지도 정숙의 이념이 영향을 끼친 사례라 할 수 있다. 모두 여성과 성을 직결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성은 노골적인 점부터 사소한 부분까지 차별받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식의 상향과 페미니즘의 확산으로 많은 여성이 성차별에 눈을 뜨고, 정숙의 족쇄에 맞서고 있다. 실제로 푸시베리가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자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이는 단순히 이번 사태에 대한 지지일 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부당함에 비판의식을 갖고 이에 맞서는 모습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이처럼 정숙의 부당한 이념에 맞서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갈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가 여성에게 더는 정숙의 족쇄를 채울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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