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덕성 100년사]한국사 교과서 속의 차미리사 선생과 조선 여자 교육회
[미리 보는 덕성 100년사]한국사 교과서 속의 차미리사 선생과 조선 여자 교육회
  • 정요근(사학과) 교수
  • 승인 2018.08.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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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대학은 10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존립했다. 그만큼 덕성의 역사는 가치 있다. 모든 역사는 현재로 통한다.앞으로 나아갈 덕성의 미래를 위해 덕성의 10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선 여자 교육회가 최초로 실린 1990년대 국사 교과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목의 내용과 관점은 우리나라 대학생과 시민들의 일반적인 한국사 이해 수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했던 것도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1973년 박정희 유신정권은 한국사를 객관적이고 일관적으로 서술하겠다는 명분 아래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단행했다. 그러나 국정 국사 교과서의 발행은 다원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제도다.

  1980년대 학계의 연구 역량이 높아지고 우리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이때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실력 양성을 위한 여성 교육 운동’도 대표적인 연구 분야 중 하나였다. 그 과정에서 여성 교육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차미리사(1879∼1955) 선생의 생애와 활동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1996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된 제6차 교육과정의 국정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조선 여자 교육회’의 이름이 최
초로 나타나는 역사 교과서다. 이 교과서에는 3.1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경험이 1920년대 초에 조선 여자 교육회 등
여성의 교육과 계몽을 위한 여성 단체의 결성으로 이어졌다고 서술돼 있다. 차미리사 선생이 결성한 조선 여자 교육회가 3.1운동의 성과물이었음이 분명하게 언급된 것이다. 


  교과서 서술에서 확고해진 조선 여자 교육회의 위상 
  2002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정 국사 교과서에 일제강점기 여성 교육 운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조선 여자 교육회가 단순한 여성 교육단체가 아니라, 1920년대를 대표하는 민족 교육 계몽 단체로 다뤄진 것이다. 또한,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필수 교과목인 국사 이외에 ‘한국 근현대사’라는 새로운 교과목이 사회과 선택 과목으로 신설됐다. 한국 근현대사 교과목은 학생들에게 민주 시민의 덕목과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에 기본 목표를 두고, 19세기 후반 이래의 역사적 흐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에 따라 차미리사 선생이 활동했던 일제강점기 역사의 비중과 내용이 국정 국사 교과서에서보다 훨씬 증가했다.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기존 국사 교과서와 달리 국정이 아닌 검정의 방식으로 발행됐다. 검정 교과서는 정부에서 정한 기준이나 지침에 따라 민간 출판사에서 편찬하되, 정부의 심사를 통과한 교과서다. 검정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6곳의 민간 출판사에서 발행됐다. 그중 5종에서 조선 여자 교육회가 서술돼 있다. 조선 여자 교육회는 1920년대 초반에 결성돼 강연회와 토론회 개최, 야학과 강습소 운영 등의 여성 교육을 수행한 대표적인 여성 교육 운동 단체로 기술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 여자 교육회가 갖고 있던 여성 교육 운동 단체로서의 독보적인 위상과 영향력이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또한, 조선 여자 교육회를 언급한 교과서 5종 중 2종에는 조선 여자 교육회의 창립 인물로서 차미리사(김미리사) 선생이 언급됐다. 차미리사 선생의 실명이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여성 교육 운동가로서 고등학교 교과서에 드디어 명시된 것이다. 2000년대에 이르러 차미리사 선생과 조선 여자 교육회는 일제강점기 여성 교육 운동의 중심적인 존재로 뚜렷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조선 여자 교육회는 1920년 4월 배화 여학교 사감인 김미리사를 중심으로 창립되었다. 조선 여자 교육회는 창립 직후 여자야학교를 설립해 조선어와 산술 등을 가르치고, 여러 차례 토론회와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여성 계몽에 힘을 쏟았다. 1921년 여름에는 3개월여에 걸쳐 전국 60여 곳을 순회하는 대대적인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강연의 주요 주제는 조선 여자 교육회의 취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여성 교육과 사회 활동의 중요성, 남녀 평등, 생활 습관의 개선 등이었다. 조선 교육회와 마찬가지로 총독부 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하다가 1922년 1월 조선 여자 교육 협회라는 이름으로 함께 인가를 받았다.
<출처/금성출판사 발간 고등학교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중 235p 조선 여자 교육회>


  수구 보수 정권의 등장과 여성 교육 운동의 교과서 서술 축소
  2011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는 제7차 교육과정 대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됐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목을 폐지하고 국사 교과목에 통합했다. 통합 교과목의 명칭은 ‘한국사’로 했다. 그리고 정부의 검정을 받은 6종의 민간 출판사 제작 한국사 교과서가 고등학교 현장에서 사용됐다. 1973년부터 시작된 국정 국사 교과서 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전보다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한 분량이 축소됐다. 당연히 여성 교육 운동에 대한 비중도 작아졌고, 조선 여자 교육회에 관한 서술은 이전보다 현저하게 줄었다. 6종의 한국사 교과서 중 절반인 3종만이 조선 여자 교육회를 언급했다. 그나마도 여성의 계몽과 지위 향상을 위한 단체였다고 간략하게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014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된 2011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한국사 교과서에서 근대 여성 교육 운동의 비중과 중요성이 더욱 줄어들었다. 이명박 정부 이래 한국 근현대사 교육을 홀대하는 역사 교육의 흐름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8종의 검정 한국사 교과서 중, 4종에서 조선 여자 교육회(조선 여자 교육 협회 포함)를 언급했다. 다만 이전보다 일제강점기의 서술 분량과 비중이 상당히 축소됐기 때문에 조선 여자 교육회가 중심이 된 일제강점기 여성 교육 운동에 관한 내용도 간략해졌다.

  그러나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조선 여자 교육회를 언급한 4종의 교과서 중 2종에서는 조선 여자 교육회가 덕성의 전
신인 근화여학교를 설립했다는 사실을 명기했다. 그중 1종의 교과서에는 차미리사 선생이 조선 여자 교육회를 결성하고 직접 근화여학교를 설립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선 여자 교육회 활동의 성과로 근화여학교가 설립됐다는 사실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최초로 언급된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 비중의 축소는 박근혜 정부 역사 교육 정책의 주요한 특징이다. 그런데도 기존의 한국사 교과서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내용, 즉 근화여학교의 설립이 조선 여자 교육회의 주요 활동으로 교과서에 실렸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덕성여자대학교의 뿌리가 차미리사 선생과 조선 여자 교육회, 나아가 3.1운동에 있었음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기억돼야 할 차미리사 선생
  2015년 10월, 박근혜 정부는 올바른 하나의 역사관을 가르치겠다는 명분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했다. 이는 다
원주의를 생명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 부적합한,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다. 대다수 역사학자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행렬에 나섰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2017년 5월 최종적으로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일제강점기 친일행위를 옹호하고 박정희 독재 권력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친일파의 후예나 친일파 옹호 세력이 해방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기득권을 지니며 권위주의 정권의 핵심 지지층으로 존재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조선 여자 교육회조차도 언급하지 않았다. 여성 교육과 여성 운동에 관한 교과서 서술에 있어서 엄청난 퇴보가 진행된 것이다.

  2020년 고등학교 신입생부터는 새롭게 집필되는 검정 한국사 교과서로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동안 교과서에 축소 기술됐던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의 서술 비중이 높아지고, 일제강점기 여성 운동도 자세히 기술될 것이다. 이에 따라 차미리사 선생이 주도한 조선 여자 교육회의 활동도 훨씬 강조될 것이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시안>에 따르면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운동의 전개’ 단원에 대해 “청년, 농민, 노동, 여성, 소년, 형평 운동 등 다양한 대중운동이 전개됐음을 인식한다”고 해설돼 있다. 또한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운동의 전개’ 단원에서 “일제시기 지배정책의 변화, 3.1운동 이후 전개된 국내외 민족운동과 근대사회로의 흐름과 함께 여성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전개과정을 설명한다”라고 제시돼 있다.

  하지만 교과서 서술에 포함되는 것만으로는 차미리사 선생과 조선 여자 교육회의 역사적 중요성이 다 채워질 수 없다. 한국 근대 여성 교육 운동의 선구자인 차미리사 선생의 활동이 교과서 서술을 넘어 일반 시민에게 널리 알려지고, 그 활동이 갖는 역사적 중요성이 정당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덕성 구성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펼쳐질 것이다.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려 우리대학이 3.1운동을 계승해 설립한 유일한 민족사학임을 널리 알리는데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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