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가 된 안식처, 갈 곳 없는 그들
전쟁터가 된 안식처, 갈 곳 없는 그들
  • 정예은 기자
  • 승인 2018.08.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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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 사태를 들여다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5월까지 제주도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외국인은 948명에 달했다. 이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519명은 2015년부터 내전이 진행되고 있는 예멘 출신의 난민(이하 예멘 난민)이다.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거리가 먼 이슬람 문화권 국가 출신의 난민이 일거에 대량 입국해 갑작스럽게 난민이 증가하자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이에 예멘 난민의 수용에 대한 찬반 논란은 점차 격화됐다. 예멘 난민을 우리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예멘 난민이 우리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예멘 난민 사태가 왜 촉발됐으며 현 상황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다뤄보고자 한다.

  걸어 잠근 빗장, 난민 쇄국정책은 현재진행형
  우리나라는 1992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해 2012년 2월 10일, 동아시아 국가들 중 최초로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하 난민법)을 제정했다. 난민법은 법률안이 제정된 다음 해인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됐으며, 같은 해 5월에는 법무부가 국적 취득과 난민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국적·난민과’에서 난민 업무를 분리한 ‘난민과’를 신설해 관련 업무를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약 20여 년간 난민을 인정하지 않다가 2001년에 처음으로 모국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던 에티오피아 난민 신청자를 난민으로 인정했다.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법무부 난민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난민 신청자를 최초로 받았던 1994년부터 올해 5월까지 누적 난민 인정률은 4.1%에 그쳤다. 이는 유엔난민기구가 발표한 OECD 국가들의 2000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난민 인정률인 24.8%에 크게 못 미친다. 또한 난민 인정률과 인도적 체류율을 합친 난민 보호율도 11.7%에 그쳐 OECD 국가들의 평균 난민 보호율인 38%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특히 올해 많은 예멘 난민이 제주도로 입국하며 난민 수용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되자, 예멘 난민의 수용을 반대하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4월 30일, 예멘 난민에게 난민 심사가 끝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거나 인도적 체류허가자가 되기 전까지 제주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출도 제한을 걸었다. 또한 지난 6월 1일, 법무부는 예멘을 제주도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에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예멘 난민은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로 입국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 지난 6월 13일,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청원은 한 달여 만에 71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처럼 예멘 난민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가 지속되자, 예멘 난민 중 3명이 난민 신청을 철회하고 한국을 떠나기도 했다.
 

지난 19일 10여 명의 아랍권 난민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난민 신청자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출처/뉴스원>

 

  확산되는 공포 무분별한 분노
  심화되는 반(反)난민 분위기 속에서 예멘 난민의 수용을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난민을 수용하면 범죄율이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SNS에서 최근 발생한 제주도민 여성의 사망 사건과 예멘 난민을 연관 지어 예멘 난민들의 위
험성을 경고한 게시글이 확산됐지만, 해당 게시글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게시글에서 언급하는 6건의 사망 사건 중 4건만이 실제 있었던 일이며, 모두 타살 혐의도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안도현 교수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가짜 뉴스가 자신의 가치와 부합할 경우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가짜 뉴스를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난민 관련 괴담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정 작용 없이 빠르게 퍼지는 것도 이러한 심리적 특성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6월 28일자 한겨레 기사 <예멘 난민 오해와 진실…내전 탈출한 사람들 ‘가짜 난민’ 낙인?>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과 관련된 범죄 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

 

최근 발생한 제주도민 여성의 사망 사건을 연쇄 실종 사건으로 둔갑시킨 게시물이다. SNS에서 해당 게시글은 예멘 난민이 입국한 이후 여성혐오적 범죄가 늘었다며 예멘 난민을 조심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난민이 대량 유입됐던 유럽 지역에서 범죄율이 증가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독일에서 지난해 발생한 범죄 건수는 5,760만 건으로,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적은 범죄 건수를 기록했다. 또한 독일 내무부는 독일인 피의자보다 비독일인 피의자 수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스트래스클라이드대마커스 게즈츠(Markus Gehrsitz) 교수는 논문 ‘일자리, 범죄 그리고 투표-난민 위기 평가’에서 “난민 유입이 범죄 급증을 야기했다는 징후를 찾기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 독일에서 많은 난민을 수용했는데도 범죄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하지 않은 것이다.

  코앞에 닥친 현실적 불안 장기적 시각 가져야 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다른 이유로는, 난민에게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일자리 불안’ 문제가 있다. 이에 지난달 5일, 법무부 난민과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예멘 난민의 일자리 잠식 우려에 대해 “예멘 난민의 경우 재정이 부족해 노숙하게 되면 제주도민과 예멘 난민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취업을 허가했다”며 “그러나 난민들이 취업하는 분야는 제주도 내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일자리를 잠식할 가능성이 적은 업종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난민 수용이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대중적 인식과 달리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이가 거시적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난민은 창업을 할 가능성이 높아 고용 측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지다. 옥스퍼드대 난민연구센터의 알렉산더 베츠(Alexander Betts) 교수는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들은 대부분 언어 문제로 고생할 뿐만 아니라 모국에서 얻은 자격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많은 이민자가 중소기업 등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4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에 따르면 2015년에 독일에서 새로 등록된 기업의 44%는 외국 국적의 사람들이 설립한 것으로, 이 수치는 2003년 때의 수치인 13%에서 증가한 것이다.

  난민이 창업하지 않고 저임금 노동에 종사한다고 해도 난민이 유입되면 기존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던 자국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과 코펜하겐대학이 이민자와 난민 유입이 많았던 1990년대의 덴마크의 경제 상황을 분석한 결과, 저임금 이민자와 난민이 유입된 지역의 임금이 타 지역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해당 연구팀은 “유입된 난민은 주로 저임금 직종에서 일해 기존에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던 자국 노동자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얻게 되면서 시간당 임금은 상승한다”며 “이민자 등의 유입이 실업률을 높이고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편향된 인식 바꾸고 적대적 감정 경계해야
  예멘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치안 문제와 경제적 문제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예멘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유럽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이슬람 근본주의적 테러에 기반한다.

  그러나 난민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 성급한 일반화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활동가(이하 김 활동가)는 “안전과 안보 문제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모든 무슬림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난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방향보다는 범죄와 테러 등에 대한 실질적 위험을 검토하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테러 사건들은 난민에 의한 테러라기보다 오히려 이주 정책의 실패로 인해 현재 정부에 불만을 가진 이주민 2, 3세들이 ‘*외로운 늑대’가 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비한 제도 보완해 공평한 심사 진행해야
  우리나라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외국인은 탈북자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해야 한다. 우리나라 안에 들어오지 못해도 입국하면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게 되면, 법무부는 7일 안에 ‘정식 난민 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해 알려줘야 한다. 이는 출입국항 난민인정 신청과 회부심사 단계로, 행정청은 명백하게 난민이 될 이유가 없는 외국인에 한해 우리나라에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적 취지와 달리 난민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만으로 불회부결정이 남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활동가는 “공항에서 입국도 못 하고 정식 심사 기회도 받지 못한 채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거나 외국인 보호소에 장기간 구금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며 “행정청이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재량권을 남용해 인권침해를 감행하는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난민인정 절차가 진행될 때도 난민인정 심사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을 확보하고 난민심사관이 난민 신청자에게 불리하게 위조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 등을 수립하는 등 투명하고 공평한 심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 활동가는 “난민협약에 충실하게 제도를 운영해야 하며, 법무부 1차 심사는 정확하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심사관과 통역관이 공모해 난민심사 인터뷰를 허위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며 “난민 신청자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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