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속 보이지 않는 범법자, 저작권 침해
문화예술계 속 보이지 않는 범법자, 저작권 침해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8.08.2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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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 뻗쳐있는 창작물을 향한 검은 손

  창작자는 본인의 창작물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저작권’을 가진다. 이는 창작자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며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저작권은 창작자의 동의 없이 창작물을 사용하는 사람을 법적으로 제한하며 단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로를 통해 타인의 창작물을 불법으로 공유하거나, 본인의 경제적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 저작권 침해는 어떻게 발생하며, 왜 근절되지 못하는 것일까?

  밤토끼,
  세상에 그 민낯을 드러내다

  지난 5월, 부산경찰청은 불법 웹툰 유포 사이트 ‘밤토끼’를 검거했다. 밤토끼는 웹툰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웹툰을 복제해 게시하는 사이트로 월 평균 방문자 수가 3,500만 명에 이르는 대형 불법 웹툰 유포 사이트다. 밤토끼는 웹툰을 불법적으로 유포해 방문자 수를 늘린 후 불법 광고를 실어 광고료로 이득을 취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밤토끼가 불법으로 유포한 웹툰의 수는 8만 3천 편에 이르며 그로 인한 손해는 약 2,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웹툰 업계 수익 규모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으로 밤토끼가 웹툰 업계에 심각한 손해를 입힌 사실을 나타낸다.

  웹툰 플랫폼을 비롯한 많은 웹툰 작가들은 밤토끼가 검거됐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오랜 시간 동안 밤토끼로 인해 입은 금전적 손해가 컸지만, 밤토끼의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있고 밤토끼가 지속해서 서버를 바꿔 운영하고 있어 그 피해를 막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선뉴스에서 네이버 웹툰 김준구 대표는 “밤토끼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고소장을 제출하고 웹툰 작가들의 피해자 진술을 돕는 등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국내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 한희성 대표는 “창작자가 공들여 만든 작품을 훔쳐 가는 이들이 다시는 활보하지 않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저작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이다”고 전했다.


  창작의 고통
  그보다 쓰라린 저작권 침해

  문화예술계에서는 타인의 창작물을 본인의 경제적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웹툰 업계에 그치지 않고 영화 업계로도 이어진다. 영화 업계에서 저작권 침해로 입는 경제적 손해는 다른 콘텐츠 분야와 비교했을 때 더욱 심각하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음악, 영화, 방송, 출판, 게임을 비롯한 주요 창작물 분야에서 불법 복제물 이용률이 가장 높은 분야는 영화로, 그 비율은 23.7%였다. 또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금전적 손해도 영화가 9,108억 원으로 가장 큰 손해를 봤다.

  영화 <워낭소리>는 저작권 침해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대표적인 영화다. 지난 2009년에 개봉된 <워낭소리>는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기간 중 영화를 불법으로 복제한 동영상이 불법 사이트와 SNS를 통해 유포됐다.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편집한 복제 동영상이 DVD로 출시돼 가게에서 버젓이 판매되기도 했다. <워낭소리>를 제작한 고영재 PD는 블로그를 통해 “<워낭소리>의 불법 유포 규모는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며 “정보 공유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 판권을 팔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 동영상이 해외까지 유포돼 수출은 물론이고 DVD, 공중파, 케이블 등과 계약하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정부 단속 비웃는
  저작권 침해 사이트

  우리나라에서 웹툰, 영화를 비롯한 많은 창작물은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 침해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저작권 침해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재 문화예술계에서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사이트를 폐쇄해도 지속해서 생겨나는 대체 사이트로 이용자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해결되지 못 하는 것이다. 웹툰시장조사업체 웹툰 가이드에 따르면 밤토끼가 폐쇄된 후 대체 사이트인 H 사이트의 조회 수는 4,000만 건에서 3억 600만 건으로 늘었다. 또 다른 대체 사이트인 A 사이트의 조회 수는 3,032만 건에서 2억 3,126만 건으로 늘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현재 해외 저작권 침해 사이트는 신고가 접수되면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대체 사이트가 생성돼 불법 복제물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불법 사이트 차단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한국만화가협회장 윤태호 만화가가 불법 웹툰 유포 사이트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모습이다.<출처/웹툰인사이트>

  어두운 그늘에
  ‘제2의 밤토끼’는 여전히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저작권 침해 범죄에 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법 위반의 처벌 수위가 낮아 대중들이 저작권 침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지다. 우리나라는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을 침해하는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는 ‘저작권 보호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자에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약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에 비하면 처벌 수위가 낮은 편이다.

  더군다나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레진코믹스는 2017년까지 불법으로 웹툰을 유포한 6명을 고발했다. 그러나 이들 중 한 명은 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5명은 피의자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수사가 중단된 상태다. 미디어SR에서 박성철 웹툰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불법으로 웹툰을 유포한 사람은 주로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을 받는다”며 “처벌 수위가 낮다 보니 저작권법 위반으로 검거돼도 벌금을 낸 후 다시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창작물 이용자의 저작권 의식을 높여 저작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전 국민의 40.4%가 불법 복제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가 횡행한 데에 큰 영향을 준다”며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이 저작권 침해의 근본적 원인이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불법으로 유포된 복제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제2, 제3의 밤토끼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고 전했다.

  
불법 복제물,
  보는 사람도 가해자입니다

  최근 정부에선 한층 발 빠르게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불법 복제물이 유포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그 사이트의 회선을 직접 차단할 수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보다 간소화된 절차로 불법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

  불법 복제물 유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피해가 일어난 후 단속하는 ‘사후단속’보다 피해가 일어나기 전 저작권 침해를 막는 ‘사전예방’ 중심으로 저작권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기존의 ‘사후단속’ 전략을 일부 유지하되 ‘사전예방’ 개념의 제도로 저작권 침해 단속의 전략적 축을 확대해야 한다”며 “미리 저작권 침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보호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작권 침해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창작물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창작물을 이용하는 올바른 저작권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창작물 이용자가 올바른 저작권 의식을 제고하기를 당부했다.

네이버 웹툰에서 웹툰 <반투명인간>을 연재하고 있는 마인드C, 김명현 웹툰 작가가 밤토끼 검거 소식을 듣고 그린 축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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