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목소리로 전하는 여성의 이야기
여성의 목소리로 전하는 여성의 이야기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8.09.28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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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관련된 소설을 쓰며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가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글은 누군가에게 무시 받았고 폄하됐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고 항상 여성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그는 그 노력을 인정받아 다양한 문학상을 받으며 꾸준히 그의 글을 읽는 독자를 지닌 소설가가 됐다.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 <미스 플라이트> 등의 소설로 국내 문학계를 뒤흔들고 있는 소설가 박민정 작가(이하 박 작가)를 만나봤다. 

 

  소설가를 꿈꾼
  어린 시절

  박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취미로만 여겼어요. 그런데 글을 쓸수록 점점 욕심이 생겼어요. 내가 쓴 글로 상을 받아서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었죠.”
  
  박 작가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설가를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박 작가는 큰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다른 글보다 소설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소설가로서 언젠가 나만의 개성이 담긴 소설을 써야겠다는 목표도 생겼고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열심히 노력했어요. 소설을 쓰기 위해선 다양한 지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해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책과 논문, 이론서 등을 찾아 읽었어요. 그리고 유명한 소설을 필사하거나 제한된 시간 내에 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연습을 했어요. 이런 연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제가 쓰고 싶은 글이나 제 개성이 담긴 글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 작가는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글을 쓴 경험이 제가 문예창작과에 진학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후에는 학과 동기들과 함께 문예에 등단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대학 생활을 했어요. 동기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 좋은 책을 추천해주고, 공모전이 있으면 서로의 글을 봐주며 함께 공모전을 준비했죠.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지식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 생활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인생의 전환점
  페미니즘을 접하다

  대학을 다니던 박 작가는 우연히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다. “당시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대학에서 여성주의교지를 제작했어요. 그래서 그 교지가 발행될 때마다 제게 페미니즘을 다룬 내용의 책과 함께 언니가 제작한 여성주의교지를 보내줬어요. 이를 읽고 처음에는 낯선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은 뭐지?’라는 의문이 생기면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페미니즘을 알고 난 후 박 작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고 결심한다. “제가 대학생일 때 문학계에서는 작가가 페미니즘이나 여성과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을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글을 쓰는 작가에게 ‘인식의 폭이 좁다’, ‘여성 작가의 글에는 한계가 있다’고 비난했죠.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문예창작과에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많았지만, 여성의 목소리는 늘 무시됐어요. 학과가 여초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는 남초 집단과 유사했던 거죠. 이런 환경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커밍아웃처럼 여겨졌어요. 그래도 저는 여성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한 번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고 제가 바라보는 세상이 달라진 이상 그전과 똑같은 관점으로 글을 쓸 수 없었어요.”

 

  달라진 분위기 속
  자유로워진 목소리

  대학을 졸업한 후, 문예에 등단한 박 작가는 소설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 작가 생활을 하는 때에는 페미니즘을 다룬 제 소설이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페미니즘은 대중의 관심사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폄하되는 분야였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이런 이야기를 써도 사람들은 읽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썼고, 이가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러나 그는 최근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느낀다고 한다. “2015년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페미니즘 리부트’를 계기로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러면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제 소설이 주목받았고 이전과 달리 새로운 평가를 받기 시작했어요. 아직 사회가 바뀌어야 할 부분은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적어도 눈치 보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이를 들어주는 독자가 많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소설 쓰는 스승 
  문학을 사랑하는 제자

  박 작가는 소설가로서 글을 쓸 뿐만 아니라 강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몇 년 전부터 고등학교와 대학교, 출판사의 글쓰기 아카데미에서 강의하기 시작했어요. 학생들에게 주로 문학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떻게 글 속에서 본인의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는지를 가르쳐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좋은 작품을 마음에 새기며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요.” 
  
  그는 매년 강의를 통해 만난 학생들에게 힘을 얻는다고 한다. “직접 강의를 준비하고 그 강의를 하는 게 힘들 때도 많아요. 그리고 내 말 한마디가 학생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해요. 그런데 이보다도 학생을 만나고 가르치면서 얻는 보람이 더 커요. 매년 다른 학생들을 만나지만, 모든 학생이 열심히 문학을 읽고 글을 써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도 하고요. 순수하게 문학을 사랑하는 학생들을 만나 그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껴요.”

 

  소설을 통해
  마주하는 세상

  기자는 박 작가에게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물어봤다. “저는 ‘늙어도 맛이 가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항상 겸손하고 현재에 감사할 줄 아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의미예요. 사람은 한 분야에서 경력이 쌓이면 본인이 어느 정도 높은 지위에 위치한다고 자만해요. 저는 일부 작가들이 책을 몇 번 출판하면서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해 자만하는 모습을 봤어요. 후배 작가에게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 정도만 해도 괜찮아’, ‘나처럼만 하면 돼’라며 훈계하는 상황도 봤고요. 전 책을 많이 출판할 수 있는 것은 소중한 기회를 여러 번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글 쓰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 좋게 외적 요인이 맞아 책을 출판할 수 있게 돼 그 책을 읽는 독자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지금의 제 삶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기회고 이를 언젠가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며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 작가는 그의 소설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한다. “저는 제 글을 통해 사람들의 시각이 넓어지길 바라요. 소설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성향이 있어요. 독자는 작가의 한 대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담긴 소설을 통해 그 글에 담긴 작가의 인식을 받아들이기도 해요. 인식을 받아들이면 그러한 인식의 폭이 더 넓어지기도 하죠. 저는 독자가 제 소설을 통해 조금이라도 넓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날카롭게 보길 바라요. 그러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가 보이면서 앞으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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