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는 식상하고 뻔한 영화에 질린 관객이라면, 한번쯤은 들려볼 곳으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전통적 좀비극에 서부영화와 무협영화적 요소가 가미되었고, 또 SF적 설정에 신비주의까지 더해진 그 복합체를 한번에 맛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른 여느 영화제와는 달리 전체적 주제 또한 기이하고 특이하다.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많은 사람들로 영화제는 축제 기간 내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대부분의 영화들은 매진 행렬을 이루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도 하드 코어적인 분위기의 호러물이나 컬트물은  단연 매니아층에게 인기이다. 영화의 그 예로는, 300년전 실재했던 흑인 목동과 백인 남자의 동성애 이야기를 탐미적으로 다룬 ‘프로테우스’나 섹스와 마약, 그리고 스트립쇼를 다룬 ‘니나’라는 작품들을 들 수 있다. 또 한가지 주목되는 영화로는 죽음과 시체애호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네크로맨틱’ 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썩어 문드러진 시체를 부위별로 수집하여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연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작국인 독일에서는 영화의 공식 상영을 금지하고 있을 뿐더러 "이 보다 더한 좀비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는 영화평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 정도가 상상이 되지 않는가?

이처럼 엽기적이고 황당한 영화들이 궁극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랑’이다. 가장 비인간적인 장면에서 사람의 가장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사랑과 외로움의 정서를 건드리는 것이다. 오히려 시체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흐르는 애잔한 음악과 맞닿아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으니, 이러한 미묘한 감정 때문에 우리는 이와 같은 영화를 찾는 것이 아닐까. '엽기' 이상의 어떤한 메세지가 전달 될 때,  영화는 그 수요에 있어서도 단순히 매니아층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닌 일반 관객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겁에 질리기도, 인상을 찌푸리기도, 감동에 젖어보기도 하다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나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도, 아쉬워 할 필요도 없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중인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영화제가 열리는 열흘간 스크린 피서를 떠나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리라 보여진다. 풍성한 볼거리에, 직접 참여하는 이벤트 코너까지, 즐겁고도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김지향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