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에 죽고, 폼에 산다
폼에 죽고, 폼에 산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8.28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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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우리세대를 말한다 (1)

 

 

 

 

 

 

 

 

 

 

 

사례 1. 대학생 이모양은 요즘 하루에 3~4시간을 소위 말하는 ‘싸이질’에 소비한다. 오늘 내가 어떤 옷을 입고 누구를 만나 무엇을 먹었는지를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이른바 얼짱 각도로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리플은 “연예인 누굴 닮았네요.”와 “스타일 좋은데요.”
 

 사례 2. 대학생 김모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쭉 이어온 자신의 ‘범생이’ 이미지를 과감히 바꾸기 위해 피어싱을 시도한다. 결과는 대 만족. 사람들이 자신을 공부도 잘 하지만 멋도 아는 조금은 특별한 아이로 보는 것 같다고 한다.

  히 요즘 젊은 세대를 가르켜 ‘이미지 세대’라 한다. 어릴 적 텔레비전 만화를 보고 자라 청소년 시절에는 컴퓨터 오락을 하고 또 어른이 되서는 영화를 보며 데이트 하는 우리 세대에게 ‘이미지’는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거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요즘 세대에게 ‘보여지는 것’과 ‘보이는 것’은 곧 전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어떤 것이 존재하는지 관심 밖이다.
 

 요즘 열풍인 ‘싸이월드’의 인기도 젊은 세대의 이러한 성향을 이용한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의 트랜드에 있어 ‘싸이’는 나를 말할 수 있는, 쉽게 말해 홍보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방법인 동시에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 5분이라도 만나서 대화를 하지 않고도 상대방을 어떻게 잘 알 수 있는 것일까? 간단하다. 그 사람이 입는 옷과 머리스타일부터 먹는 음식 등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진을 올린다. ‘나는 오늘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든 다음 누구와 만나 무엇을 먹고 어떤 영화를 봤다.’를 담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이 곧 나 자신을 정의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례 1과 같이 자신의 스타일과 외모에 대한 칭찬은 다른 무엇 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될뿐더러 어느새 자아실현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미지’라는 새로운 무기의 등장으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쿨’함을 설명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생각하며 일일이 말하는 수고스러움을 겪지 않게 되었다. ‘이미지’야 말로 한 번에 강렬하고도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7~8시간을 공들여 땋은 레게 머리나 동전 크기 만한 피어싱은 남과 다른 나의 개성이나 남을 인식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말하거나 단순히 멋을 위한 노력으로서 ‘쿨’을 말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 되고 있다.
 

 이미지에 대한 의존성이 커질수록 매번 새로운 ‘힙합 스타일’이나 ‘니뽄 스타일’과 같이 여러 스타일이 등장하고 우리는 유행에 뒤질세라 이를 쫒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스타일을 위한 스타일’은 힙합 음악을 듣지 않으면서, 힙합 정신과는 다른 보수 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단지 힙합 옷을 입고 소품을 드는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 문화 평론가 이명석씨는“자신의 외면에 투자하는 시간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 외모든 라이프 스타일이든 너무 일방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스타일이 가치가 있으려면 그만큼 개성이 있어야 하고, 자기 내면의 스타일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스타일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현혹된 나머지 자칫 유행이나 브랜드 가치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범람하고 있는‘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매번 그것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는 일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내 자신 조차 눈에 보이는 이미지와 같이 하나의 허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이나 신고 있는 신발, 악세사리 등등에 파묻혀 그것들이 나를 규정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모두가 사라질 때 자신의 존재, 가치 또한 함께 소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가 나의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혹은 다른 이들과 나를 구분 짓기 위해‘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은 분명 하나의 소비 행위일 뿐이다.
 

 물론 외모가 능력이 되는 세상에서 이에 대한 투자는 그것이 돈이든 시간이든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는 일들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마치 마네킨과 같은 몸에 원하는 이미지들을 차근차근 입혀나가고 또 이를 통해 자신을 완성시키는 위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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