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0th 내인생의 덕성여대 신문사
창간 40th 내인생의 덕성여대 신문사
  • 본사 92년도 편집장 김지영
  • 승인 2004.08.28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써 십수년전이다. 1990년. 난 그 때 뭘 해도 풋풋한 열정 하나 때문에 일단은 눈부신 나이 스무살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보는 스무살과 직접 겪는 스무살의 현실은 너무 달랐다. 대학만 가만 모든 것이 잘 될 줄 알았던, 좋게 말하면 순진했고 솔직하게 말하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던 나에게 스무살은 혼돈 그 자체였다. 격정의 80년대가 끝나고 변화의 시대를 맞이한 90년대. 시대가 주는 혼란과 더불어 스무살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시행착오와 혼돈 속에서 나의 신문사 생활은 시작되었다.

 신문사 기자생활은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대학과 사회의 변화에 늘 주목하고 있어야 하고, 오만군데 취재가야 하고, 글발이 안살아도 때 되면 꼬박꼬박 기사 밀어내야(?) 하고, 청탁하랴 청탁원고 받으랴, 마감되면 편집하랴, 기사 타이틀 뽑고, 오자 교정보랴... 거기에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참가해야 할(?) 집회는 왜 그렇게도 많았는지...

 참 많이도 힘들었는데, 빛나는 성적표와 일반적으로 대학시절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경험들과 맞바꾸면서까지 꾸역꾸역 3년을 버텨낸 힘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이전에 배워왔고 얽매어 왔던 규범들과 이별하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가치와 경험들로 채울 수 있게 해주어서 일까?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일도 결국은 끝이 나고 밤과 새벽의 경계에서 터벅터벅 집으로 향할 때의 후련함과 공허함,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종류의 감정들이 뒤범벅된 채 찾아오는 야릇한 쾌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세상이 날 속일지라도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린 날의 오기 때문이었을까? 10년이 더 흐른 후이지만 나는 오늘도 그 대답은 유보해야겠다.

 정밀화처럼 순간순간을 또렷이 기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세월은 많은 것을 잊게 한다. 비록 어린 여자 아이들이 나누었던 삶에 대한 고민은 희미해졌지만, 세상을 누구의 눈으로 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조용히 안내해주는 신문사가 내 고단한 노동의 대가로 선사한 인생의 나침반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