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처벌보다는 존중과 신뢰를
규제와 처벌보다는 존중과 신뢰를
  • 박선미, 배은정 기자
  • 승인 2004.09.14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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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점만 있을뿐 만회 제도는 없다. 불시검문은 사생활 침해 소지 있어

 우리대학 규정집에 따르면 기숙사는 자질 함양과 인격을 도야하며 건전한 학풍을 진작시키는 데 목적을 둔 하나의 교육 기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교육 기관으로서 기숙사는 원활한 운영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사칙을 만들어 사생들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정도에 있어서는 학교마다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 학교인 삼육대의 경우 기숙사생들은 매일 아침 예배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벌점을 받는 등 그 규제 정도가 엄격하다. 이에 비해 서울대는 비교적 학생들에게 자율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우리학교의 기숙사는 규제가 어느 정도일까.

 기숙사측은 이번 학기부터 무단 외박과 지각에 대한 벌점을 하향 조정하면서 벌점 규제를 완화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위의 두 벌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벌점의 점수는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퇴사 벌점이 15점 이상에서 10점 초과로 강화됐기 때문에 규제 완화라 보기 힘들다.

 무단 외박과 지각의 경우만 벌점을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 기숙사측은 두 벌점 항목의 경우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청소 벌점이나 여타의 항목은 다른 사생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벌점을 낮출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숙사 기준이 이러하다면 청소 벌점이 무단 외박 벌점보다 더 높아 야 한다. 따라서 기숙사의 이번 벌점 내용 변경은 사생들을 이해시키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학생들의 불만이 큰 것은 벌점 제도만 존재하고 만회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청소를 통해 벌점을 만회해 주고 있으며 전북대, 경북대 등 대다수의 대학들은 각각의 봉사항목 별로 점수를 매겨 상점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학교 기숙사는 ‘오픈하우스’ 행사 참여를 통해 벌점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백한 사항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무단 퇴사생의 경우 인터넷에 사진을 공개하고, 해당학과에 통보하는 방침은 사생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회자되고 있다. 인터넷에까지 사진을 개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기숙사측은 이러한 제도의 운영 가능성을 단지 말로만 전했기 때문에 무단 퇴사에 적용한다는 것을 무단 외박일때 적용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있는 사생들도 많다.

  기숙사가 많은 학생을 관리하기 위해 무엇보다 안전과 질서 유지를 가장 중시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혹 안전과 질서 유지를 강조해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하여야 한다.
 

 현재 기숙사는 화재의 위험이 있는 물품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물품의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불시 검문을 하고 있다. 불시 검문은 기숙사생이 방에 없어도 이루어진다. 기숙사생은 기본적으로 학생이라는 점에서 교육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법적으로 성년이거나 곧 성인이 될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기숙사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사생의 기본적인 사생활 조차도 무시된다면 이는 지나친 일이다.
 

 기숙사는 공공의 장소이고 단체 생활과 개인이 생활이 결합된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지나치게 단체 생활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기숙사는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 설치 여부와 같은 개인 컴퓨터 점검을 이유로 문이 잠긴 사생의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점검하는 일이 있었다. 기숙사측은 미리 공지를 했고 개인 하나 하나의 사정을 들어주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는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한다. 즉, 기숙사는 사생 개인 소유의 컴퓨터를 점검하기로 결정했고, 미리 알렸으므로 사생으로서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소방훈련과 기숙사 행사에 불참할 경우 벌점을 부과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논리로 보인다. 물론 기숙사는 단체 활동에 불참할 경우 사유서를 참작해 벌점을 면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사유서 제출 과정이 복잡하여 몇몇의 학생들은 벌점을 그대로 맞는 경우도 있다.
 

 교육에 있어 피교육자에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격체로서 교육대상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때문에 기숙사의 운영은 규제와 처벌을 강조하여 학생을 관리하기보다는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바람직한 전인격체를 양성해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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