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뭡니까 이게~ 외국인 차별 나빠요"
"뭡니까 이게~ 외국인 차별 나빠요"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4.09.14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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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족이 다른 나라와는 피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채 지난 5천년을 지내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크나큰 자랑거리로 꼽힌다. 이런 점을 강조하다 보니, 우리에게는 타민족을 수용하는 자세가 부족하다. 근래에 와서는 국제화 시대가 도래하고 통신 매체가 발달하여 점차 국가 개념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대한 민국이라는 민족적 자긍심과 공동체적 사고 방식을 무의식 중에 쌓아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TV속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희화화 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이한 억양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프랑스 출신 이다도시를 비롯하여 공영 방송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독일 출신 하일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 일본인 미즈노 교수는 대학 교수까지 맡고 있는 교양있는 지식인이지만 특유한 한국말 솜씨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이처럼 어색한 한국 말씨를 쓰는 외국인 방송인들은 오락 프로의 양념 역할으로 우리에게 적지 않은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다. 더욱이 시대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혼혈인이나 흑인들은 이런 웃음거리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대중 문화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게 민족 우월주의가 깔려있다.

 하지만 최근 어느 코메디 프로에 등장하는 이주노동자 ‘블랑카’는 우리에게 오락 이상의 그 무언가를 제공한다. 진짜 외국인 노동자인줄 알았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현실과 맞닿아있다. 개그 속의 블랑카는 스리랑카에서 한국에 온지 11년 되었으며 아내 봉숙과 지하 셋방에 산다. 그가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 라고 외치면 관객은 물론 시청자들은 웃음바다가 된다. 하지만 블랑카는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던 종전의 비뚤어진 시선을 반성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좀 더 그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블랑카의 블랙코메디가 오히려 이주 노동자들을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하고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블랑카가 내뱉는 말들은 단순 코메디가 아닌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웃음 뒤에 “한국의 이주 노동자들이 좋은 추억만 만들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멘트도 잊지 않는다. 그들이 가슴에 품고 온 코리안 드림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블랑카는 이 시대의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의 친구이자, 우리의 친구가 되었다.

 이제는 점차 TV속의 타국인이 낯설지 않다. 한국 내에서 쏘냐나 인순이와 같은 실력있는 가수들이 인기를 얻고, 김 디애나와 같은 연예인도 CF에도 출연할 만큼 혼혈인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경향이다. 또한 얼마 전 “박수홍·윤정수의 아시아 아시아!”라는 프로그램은 그동안 소외되어왔던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 한 최초의 프로그램으로 그 의미를 갖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우리가 그들과 함께 어울리기에 거리감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을 웃기는 블랑카가 아닌 자신 스스로 웃고 있는 블랑카가 많아지길 바라며, 더 이상 한국 안의 외국인이 타자가 아닌 함께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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