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 덕성여대 신문사) 윤정자(85년도 취재부장)
(내인생의 덕성여대 신문사) 윤정자(85년도 취재부장)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4.09.14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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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퓨전테크 대표이사
윤 정 자(85년도 취재부장)


 내게 있어 대학 학창시절을 떠올릴 때면 몇 가지가 떠오른다. 첫째, 국어국문학과 소속 보다는 대학신문사 소속으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둘째, 치마를 입어보았던 순간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셋째, 거의 운동화만을 즐겨 신었던 것 같다.

 격주 발행되는 신문의 각 면들을 가득 채울 기사거리를 찾아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일이 , 특히 취재부에 소속된 내게는 조각조각 많은 기사들의 기획과 기사거리를 찾아내는 일이 다른 부 소속 기자들보다 늘 몸과 마음을 바쁘게 했다.

 83년도 84년도 민주화를 열망하는 대학의 학생운동으로 교문을 사이에 두고 학생들과 대치되어 있던 전경들의 모습들. 사건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취재부 기자들이 달려가야 했고, 수강신청안내나 학내행사 등 교내의 각 정보들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는 우리 신문사 기자들은 신문이 인쇄되어 나오는 시간까지 긴장되고 밤샘도 부지기수로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행간의 글자하나 하나까지 모두 1차 검열을 받아야 했던 비 자유로움 속에서 객관적인 보도와 사실적인 보도를 위해 “절대로 펜을 꺽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으로 주간 간사들과의 언쟁과 대치상황이 빈번했고 기자들 모두 ‘기자정신’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했다. 인쇄가 되어 신문 활자로 나오기까지 피말리던 시간들. 강압적, 언론탄압 앞에서 전면을 백지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 우짜짬(우동,짜장,짬봉)으로 거의 끼니를 떼우며 원고지를 메우던 시간들. 지금 이 순간 모든 아련한 시간 속에 묻혀있던 기억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대학생활에 있어 ‘덕성여대신문사’는 여성들에게 부족한 조직사회의 구조화와 시스템을 경험하게 했던 소중한 부분이었다. 주로 여학교만을 다녀왔던 내게 선배와 후배, 각 업무별 특성을 위해 편집장, 부장, 기자의 작은 조직 시스템 속에서 체계적인 업무흐름 수행능력 배양, 한 파트가 펑크를 내거나 문제를 발생시킬시 전체가 치명타를 받을 수 있는 공동체 속에서의 나의 역할, 그리고 상하 업무협의를 위한 상대방(선배나 후배)에 대한 배려와 인간관리. 이러한 것들이 사회생활의 작은 조직체로서 움직이는 시스템을 경험하게 했던 것이다.

 현재, 작은 IT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대학 3년간의 대학신문사 생활이 근간을 이루었던 소중한 경험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대학의 지식 문화를 선도하고 만들어 간다는 사명감에 신문 발간 틈틈 반 강압적인(?)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 각 분야에 관련된 독서와 세미나, 밤을 지새우는 토론의 합숙. 선배들의 빠듯한 스케줄 계획에 의해 후배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새로운 지식과 싸우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그러한 경험들이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경영 등에 눈을 뜨이게 했고, 오늘날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로서의 모습을 갖게 한 것은 아닐까? 어떠한 어려움도 그 3년간의 치열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면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신문 발간 때문에 늘 수업시간에 지각하여 헐레벌떡 뛰어 들어 갔던 내 모습에 미소로서 양해해주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벌써 20년이 흘렀으니 그 노교수님의 흰머리는 더 많이 은색 빛으로 물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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