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검은꽃의 실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검은꽃의 실체
  • 김설희(국문3)
  • 승인 2004.09.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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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그의 작품은 우선 나에게로 하여금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읽히고 작품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김영하 소설의 전반적인 장점이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해서 무언가 가벼운 흥미꺼리 만을 다루지도 않는다. 이는 내가 그의 소설에 더욱 더 매력을 느끼는 부분 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점은 멕시코이민의 수난사를 다루고 있는 『검은 꽃』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역사적인 내용이 있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줄거리의 속도가 빠르고 잡다한 내용들이 섞일 여유가 없다. 이 작품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한 편의 영화를 본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 만큼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영화의 다음 장면을 떠올리듯이 책장의 속도를 빠르게 하였다. 그의 이야기는 슬픈 역사를 담고 있지만 감정적이지 않다. 또 긍정적 혹은 비관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 억울하고 슬픈 역사이지만 그 것이 전체를 할당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게릴라 용병 이야기 등은 ‘실제로도 그랬을까?’ 라는 정도의 생각이 들 정도의 묘사를 갖추고 인물 개인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는 작가의 철저한 사전 조사와 멕시코에서의 작업이 가능케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이 일포드 호에 승선한 순간부터 폐부를 찌르는 악취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악취 속에는 뜨거운 사향 노루의 피냄새, 시큼한 사과 냄새가 드문드문 섞여 있고, 이따금 열대의 농장 한 구석에서 음탕하게 몸을 섞는 어린 이정의 정액냄새와 고된 노동 끝에 비가 오기 시작하면 풍기는 쿰쿰한 먼지 냄새를 느끼게 하였다. 『검은 꽃』의 인물들은 그들의 질곡 많은 내력이 아닌, 특유한 냄새들로 그 존재감을 만들어 냈다. 또한 인간의 인생도, 이상향이라는 국가도, 제도도, 모든 것이 불완전하며 허무하게 사라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의 꿈도 좌절되고 사람들은 계속 변화되고 그들이 머물렀던 농장이나 한반도에 남아 있던 대한제국이나 고종황제나 그들 자신 모두 결국 세월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그 형체를 상상하기 어려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검은꽃의 실체가 은밀하게 떠오르는 듯 하다.
 

 9월 21일 그와의 만남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김설희(국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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