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세상의 중심에서 정치를 외쳐라
20대, 세상의 중심에서 정치를 외쳐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10.13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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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요즘 우리는 너무 바쁘다. 당장 몇 년 뒤 ‘백수’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기 위해서는 학점관리는 물론 각종 자격증, 영어, 능숙한 제 2외국어까지도 필요하다. 친구들과는 일주일에 한편 정도 영화를 보면서 적당히 문화생활을 즐겨야 하고 틈틈이 연애도 해야 한다. 나를 가꾸는 것이 곧 경쟁력인 사회에서 요가나 헬스 정도의 운동도 필수요,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로 견문을 넓히는 일 또한 중요하다. 20대의 전부를 미래의 내 삶을 위해, 내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고 해도 모자를 판이다. 오죽하면 「20대에 꼭 해야 할 일」,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100가지의 일」과 같은 책까지 나왔을까.
 

 이렇게 바쁜 20대들에게 정치에,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져 주기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일까? 지난 4월 17대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가장 낮은 37.1%로 50대의 투표율인 82.6%와 비교해 볼 때 매우 저조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러한 풍토는 자신이 공부를 하고 생활하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대 총학생회선거의 경우 이틀간 연장 투표를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절반에도 못 미쳐 선거를 다시 치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같은 해 우리학교 총학생회 투표율 역시 51%로 겨우 과반수를 채우는데 급급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성숙한 사회인으로서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학교’라는 공간에서조차 지금 우리들은 탈(脫)정치화된 세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과거 사회의 정치 변화를 주도하며‘운동권’이라 불리던 총학생회도 오늘날은 달라진 모습이다. 더군다나 요 몇 년 사이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도‘운동권’과 ‘비운동권’으로 나뉘는 등 요즘 세대들의 탈 정치적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숙명여대, 강남대, 한양대 등 전국 15개 비운동권 대학 총학생회장의 모임인 ‘민중연대 21’의 부의장 이수진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민중연대 21은 이라크 파병이나 사립학교법 제정, 반미 반전 등 현재 정치적 이슈에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하지만 학내 사안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이 비운동권 총학생회의 주요한 특징이므로 학생들의 호응이 괜찮은 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거나 병폐를 치료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학생회를 원하는 것이다. 솔직히 현재 우리들에게는 쌀 개방보다는 학교 식당의 개선이 반미·반전보다는 취업 프로그램이 더 중요한 것이 되어 버렸다. 더군다나 붉은 글씨의 대자보나 단식농성과 같이 투쟁 위주인 기존의 학생운동 방식에 거부감을 가지는 학생들이 많아진 만큼 기존의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은 냉랭할 뿐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과거에 비해 보다 치열한 경쟁으로 자본주의는 심화되었고 개인이기주의는 극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관심은 이제 더 이상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변화된 만큼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들로 바쁠 수밖에 없다. 과거 사회의 담론을 이끌고 여론을 형성한 대학생이라는 지위 역시 오늘날에는 성공한 사회인의 되기 위한 발판정도이다. 총학생회와 같이 정치적 입장을 가진 단체나 동아리는 매년 지원자가 줄고 있지만 얼마 전 서울대에 신설된 ‘부자 만드는 동아리’의 경우 1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창업 동아리나 영어 동아리와 같이 자신의 미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단체에는 언제나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 우리세대를 과거 70~80년대처럼 화염병을 던지고 온 몸을 내던지며 사회의 변화를 이끌었던 젊은이들의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눈앞에 닥친 현실에 맞서기에만 급급하여 정치란 내 삶과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그렇게 밤낮 고민하는 취직 걱정은 나라차원에서 청년 실업에 대한 완벽한 대책을 세워야 영구적으로 해결 될 수 있다. 매년 오르는 우리의 등록금은 사립학교법 제정과 맞닿아 있고 자본의 논리에 맞춰 돌아가는 세상에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이 ‘빈익빈 부익부’를 만들어 간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姑 김선일씨 또한 내 오빠나 친구가 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지금 키가 큰 나무를 바라보며 오를 걱정에 정작 숲은 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자 탈(脫)은 ‘벗다’, ‘벗어나다’, ‘소홀하다’ 라는 뜻을 가지는 한편 이것이 ‘태’로 읽힐 경우 ‘기뻐하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세대의 ‘탈(脫)정치화’가 더 이상의 무관심이 아닌 기뻐할 수 있는 정치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로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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