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류과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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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교류과
  • 승인 2004.11.0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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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회 - 5월 30일(일) ~ 6월 1일(화) >>

 

5월 30일 일요일, 우리학교 국제교류과에서 주관하는 2주간의 Experience Korean Culture Program(이하EKCP)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Caldwell College, Wheeling Jesuit University에서 29명의 교수, 학생, 교직원이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오랜 비행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머금은 그들. 마치 절친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갑고 친근하다.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첫만남, 참가자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곧바로 숙소인 Academy House로 직행.

 

5월 31일 월요일, 아침부터 EKCP Orientation, Campus Tour, Welcoming Party 준비로 행정동이 분주하다. 간밤에 호텔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아침 일찍 우리학교를 첫 방문한 참가자들. 그 모습이 한결 가뿐해보인다. Orientation 시간에는 29명의 참가자들은 물론, 총장님과 학생처장님, 국제교류과 과장님, 그리고 2주간 프로그램의 진행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줄 15명의 통역도우미학생들까지 한자리 모여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일정을 안내하며, 정식으로 서로를 소개하고 얼굴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Campus Tour를 통해 우리학교 곳곳을 소개하는 것을 물론이고 Welcoming Party를 열어 29명의 참가자들의 덕성여자대학교 방문을 다시 한 번 환영. 성대한 환영식에 더불어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기대로 인해 참가자들의 눈은 하나같이 반짝반짝. 

 

6월 1일 화요일,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에 돌입. 영문과 최은경 교수님의 Introduction to Korea 수업으로 그 첫 테이프를 끊다. 최은경 교수님의 명강의에 참가자들 모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업에 몰두. 수업 후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학교식당에서의 점심식사. 메뉴는 바로 달래무침과 된장찌개. 전통한국음식을 처음 맛보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겐 너무나 어려운 음식이었을까. 된장찌개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그런 그들을 위해 식당 측에서 즉석에서 샐러드와 당근수프를 준비, 제공. 따뜻한 배려에 모두들 고마워하다. 오후에는 한국의 다도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전통문화체험공간인 삼청각으로 향하였다. 북악산 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삼청각의 고풍스러운 자태에 참가자들 모두 감탄을 아끼지않고. 마당이 탁 트인 전통가옥 안, 시원한 온돌방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다도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참가자들 역시 한복을 정갈하게 갖춰입고는 절하는 법이며, 차를 만들고 따르는 법을 배웠다. 우리와는 달리 좌식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 장시간 방석 위에 앉아있어야 하는 고충에 괴로워했지만, 다른 참가자들의 어색한 절 동작에 웃음을 터트리고, 다기와 한복이 너무 예쁘다며 계속 사진을 찍어대는 등 처음 경험해보는 한국전통문화체험에 매우 즐거워했다.    

 

<< 제 2회 6월 2일(수) ~ 6월 5일(토) >>

6월 2일 수요일, 오늘의 강의는 사학과 남동신 교수님의 Korean History & Language. 구석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는 물론, 한국의 언어, 종교, 풍습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다. 강의와 함께 곁들여진 풍부한 영상자료는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 특히, 참가자들은 전통온돌과 우리의 찜질방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한 분은 위치를 수소문하여 일정 외 시간에 직접 찜질방에 다녀와보기도. 매우 개운한 것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으셨다고. 오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창덕궁을 방문하여 수문장 교대식을 관람하고 궁궐지킴이의 유창한 영어안내를 따라 2시간 여에 걸쳐 창덕궁내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기품 있으면서도 당당한 궁궐의 풍채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 따가운 오후 햇살에 참가자들 모두 땀을 흘리면서도 아름다운 궁궐에 대한 유익한 설명이 참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창덕궁을 나오는 길에 일부러 청와대 앞을 지나며 우리나라 대통령이 머무시는 곳이라고 간단히 소개도 하고 이내 미리 예약해놓은 삼청동의 한 칼국수집에 들러 칼국수와 만두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참가자들 중 채식을 하는 분들을 포함하여 음식에 예민하신 분들이 몇 분 계시다는 것을 깨달음.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뚜렷이 다른 그들, 우리와는 정말 다르다. 처음 느껴보는 문화적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을 나서면서 It was an excellent choice라고 말하며 윙크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는.

 

6월 3일 목요일, 어제 오후 일정의 여독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이른 아침 학교로 들어오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조금은 지쳐보인다. 오늘 강의의 주제는 Korean Art. 미술사학과 박은순 교수님께서 다양한 그림자료와 그에 곁들인 설명으로 한국의 예술사에 대해 아주 알찬 강의를 해주셨다. 오후에는 학교 근처 옹기박물관을 방문하여 옹기의 역사와 기능, 종류, 그리고 만드는 방법 등에 관해 소개한 영상물을 보고, 전시실로 이동하여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는 옹기들과 기타 민속용품을 살펴보았다. 장구와 징 등의 민속악기에서부터 뒤주, 장롱 등의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속용품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죽부인의 용도에 관한 설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옹기 박물관 일정의 피날레는 바로 직접 자신의 옹기를 만들어보는 옹기실습. 실습실로 자리를 옮겨 옹기 선생님이 알려주시는대로 각자 만들고 싶은 모양의 옹기를 빚었다. 실습시간 내내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노래를 웅얼웅얼 따라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꺄르르 웃기도 하는 등 모두들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6월 4일 금요일, 국제통상학과 권순원 교수님의 Korean Economy 강의로 오늘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대강의동에서 진행된 이 강의는 한국경제의 이모저모에 관해 상세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매우 좋았다는 참가자들의 평. 특히 80년대 이루어진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에 참가자들, 특히 Business를 전공하신 ORourke 교수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셨다고. 학교식당에서의 간단하게 점심식사. 이제 한국음식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신 듯. 물론, 몇몇 분은 여전히 학교 밖 버거킹과 KFC를 이용하셨다지만. 역시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지는 일은 쉽지않다. 오후일정을 위해 부랴부랴 버스에 오른 우리들. 삼성전자 연구소를 방문하기 위해 수원을 향해 출발하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그 명성을 떨치며 그 기술력을 두루 인정받고 있는 기업, 삼성. 생각보다 큰 연구단지에 놀랐다. 단지 내에 위치한 삼성역사박물관 정문에서는 미리 연락을 받은 삼성측 직원들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문 밖까지 나와있고, 버스에서 차례차례 내리는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소강당에서 삼성기업의 역사를 포함하여 주력상품, 시장규모 등에 관한 전반적인 브리핑을 들은 후,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1층 전시장에 진열되어 있는 삼성의 제품들을 관람하였다.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지니고 있는 핸드폰으로 직접 사진도 찍어보고, 홈씨어터가 구비되어 있는 공간에서 실감나는 써라운드를 체험해보기도 하면서 참가자들 모두 삼성의 뛰어난 기술력에 매우 신기해하고 놀라워했다. 우리 나라에 이렇게 훌륭한 기업에 있다는 사실에 내 마음이 절로 뿌듯했다는. 로비에서의 단체사진을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직원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홈스테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서울로 올라온 우리, 학교에 도착해보니 이미 도착한 홈스테이 식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 연구소에서의 여운을 미처 떨어버릴 새도 없이 참가자들과 홈스테이 가족들 간의 첫만남이 이루어지고, 인사를 하고 서로를 소개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반가움과 수줍음이 엿보인다. 모두에게 내일 아침의 일정을 이야기해준 후 학교집합시간을 정하고 홈스테이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위하여 각자 바이바이~

 

6월 5일 토요일, 아침 일찍 홈스테이 식구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참가자들이 하나, 둘 학교로 모여들고 식구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버스에 오른 참가자들, 이내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을 향해 출발. 입구에 도착하니 오늘 하루 우리를 위해 민속촌 곳곳을 안내해줄 한복차림에 밀집모자를 쓴 가이드 아저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고. 아저씨의 간단한 소개말을 들은 뒤 민속촌으로 입장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우리 나라 전통의 초가집이며 기와집, 군데군데의 마당에 즐비한 옹기들. 우리 나라 옛 전통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민속촌의 모습에 참가자들은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얼마 전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던 옹기를 보며 아는 척도 하는 등, 매우 즐거워했다. 민속가옥은 물론, 민속용품, 농기구, 옛날식 텃밭, 약재창고, 대장간 등등에 대한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이 이어지고, 특히 제주도에서 사람의 분뇨를 돼지들(일명 똥돼지)의 먹이로 만들기 위해 도민들이 어떤 형태의 화장실을 만들었으며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떤 자세로 볼 일을 보았는지 아저씨께서 몸소 보여주시기도. 엉거주춤한 아저씨의 포즈에 참가자들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민속촌 장터에서 각자 먹고싶은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후에는 박물관도 둘러보고, 줄타기와 널뛰기 등의 야외공연도 구경하였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문득 하늘을 보니 어느새 하루 해가 저 멀리 서쪽으로 뉘엿뉘엿. 민속촌을 나오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조금은 지쳐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체험에 마음만은 다들 벅차오르는 듯. 뿌듯한 마음의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는 다시 서울로 향하다.

 

<< 제 3회 6월 6일(일) ~ 6월 8일(화) >>

6월 6일 일요일, 참가자들을 데리러 버스를 타고 Academy House로 올라가는 길. 입구에 다다르니 참가자들, 일찌감치 준비를 마치고 로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오늘은 근처 화계사에서 설법도 듣고, 명상도 하기로 한 날. 화계사에 도착한 우리를 현각스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현각스님의 안내를 따라 화계사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법당건물 바깥쪽 벽에 그려져 있는 아름다운 벽화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을 해주시는 현각스님과 스님의 말씀을 수첩에 적어가며 열심히 경청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매우 진지하다. 현각스님과 참가자들 사이에 설법에 관한 문답도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안내가 끝나고 식당에 들어가보니 우리를 위해 미리 점심을 준비해놓으셨다.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며 참가자들 모두 맛있게 식사를 하고는 곧바로 절 안 방으로 자리를 옮겨 현각스님의 설법을 들었다. 설법강의 후에는 다시 본당 3층으로 올라가 명상시간을 가졌는데, 참가자들 중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장시간의 바닥앉음 인해 유발된 허리와 다리 통증 때문에 명상보다는 절 곳곳에 흩어져 별도의 휴식시간을 가지셨다. 한국사람들은 어떻게 바닥에 저렇게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라는 참가자들의 이야기. 명상이 끝날 시간에 맞추어 참가자들을 태워갈 Academy House 버스가 화계사 입구에 도착했다. 저녁에는 우리 프로그램일정 외 별도로 Caldwell College에서 온 관계자들과 Caldwell College에 다니고 있는 한국학생들의 학부모님들과의 오붓한 저녁시간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우리는 화계사에서 Academy House 버스에 참가자들을 태워 보내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쳤다.  

 

6월 7일 월요일, 프로그램이 시작된지 딱 1주일째가 되는 월요일 아침,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오늘의 일정은 한국에 대한 강의로 문을 열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강의이기도 한 오늘의 강의주제는 Korean Culture 문화인류학과 정진웅 교수님께서 맡아주셨다. 대강의동 1층에서 진행된 강의는 2시간 모두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는데, 참가자들이 평소 한국문화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마음껏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의 문화를 단지 몇 개의 특성들로만 일반화시킬 수 없다는 교수님과 미국문화와 한국문화 사이에는 분명 또렷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듣고 싶어했던 참가자들 사이에 열띤 토론이 일기도 했지만,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었기에 여러모로 매우 유익했다는 평. 오후에는 우리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Caldwell College 교수님들의 특강이 있었다. 우선 유아교육관 2층에서 유아교육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Caldwell College에서 교육학을 담당하고 계신 Sr. Mary John Kearney 교수님의 Early Childhood Education 수업이 진행되었고, 인사대 3층에서 영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시 Caldwell College의 영문학 교수님이신 Sr. Elizabeth Michael Boyle의 영미시 수업이 진행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대강의동 2층에서는 사회학과의 Rosann Bar교수님께서 맡으신 사회학 수업인 Women in America: Are we liberated yet?이 진행되었다. 세 개의 수업 모두 학생들의 호응이 대단했지만, 특히 Rosann Bar교수님의 사회학 수업은 학생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강의실에는 더 이상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고. 평소 영어강의를 접할 수 없었던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는 영어강의를 접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은 물론, 같은 학문영역에서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였던 것 같다.

 

6월 8일 화요일,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요리 실습이 있는 날! 아침부터 서둘러 미리 예약을 해둔 종로의 한 요리학원으로 향하였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들어선 실습실에는 이미 싱크대마다 도마며 식기, 접시 등의 부엌용품이 가지런히 셋팅되어있다. 참가자들은 5, 6명씩 그룹을 지어서 각 싱크대에 자리를 잡고, 이내 하얀 요리복에 앞치마를 두른 선생님이 나오셔서 전통음식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 오늘 우리가 만들 음식메뉴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메뉴는 다름아닌 비빔밥과 불고기! 선생님의 요리시범이 이어지고, 참가자들은 요리대 주변으로 둥글게 모여서 요리선생님이 어떤 방법으로 야채를 써는지 어떤 양념들을 넣는지 유심히 관찰한다. 요리시범이 끝나고 참가자들,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 하지만 만드는 순서가 너무 복잡한지라 뭐부터 해야할지 기억이 나지않아 영 우왕좌왕. 영어로 된 레서피가 있으면 좋았을텐데, 요리학원 측에서 미쳐 준비를 못하셨다고. 요리선생님과 보조요리사 한 명, 그리고 같이 간 우리학교 통역도우미들이 좁은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며 도와드린 덕분에 참가자들, 간신히 음식 만들기 시작. 아직 한국음식이나 한국식 요리법에 익숙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당근을 썰고, 계란을 부치는 일조차도 어색어색.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만들어보려는 열의만은 대단했다고. 썰고, 볶고, 끓이고, 양념하고..어수선한 속에서도 드디어 그럴듯해보이는 비빔밥과 불고기가 완성이 되고, 맛을 본 참가자들 그 자리에서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뚝딱. 물론,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아서 비빔밥에는 고추장대신 간장을, 채식을 하시는 분들은 불고기대신 야채만 드셨다지만. 자신들이 만든 음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요리학원을 나오면서 참가자들, 기념으로 하얀 요리복 하나씩 장만하고는 다음 일정인 남대문 시장구경을 위해 서둘러 버스를 타고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다. 신세계 백화점 앞 분수대에서 4시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몇몇씩 짝을 지어 뿔뿔이 흩어지는 가운데 우리 통역도우미 학생들이 가이드 겸 리더로 각 그룹에 합류하였다. 남대문시장에서 참가자들은 가족들에게 줄 선물도 사고, 기념품도 고르는 등 시장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다.

 

<< 제 4회 6월 9일(수) ~ 6월 11일(금) >>

6월 9일 수요일, 프로그램의 마지막 일정은 고대국가 신라의 천년수도 경주로의 긴 여정. 경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몇몇 분들은 고도 경주에 관한 책을 읽으며 열심히 공부를 하시고, 몇몇 분은 수면으로 그간의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쌓였던 피로를 풀고 계셨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소요시간은 약 5시간 남짓.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각자 먹고싶은 것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단연 인기메뉴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간 한국문화를 알려준답시고 너무 한국음식점만 다녔던 것이 아닌가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는. 우리도 해외에 나가면 으레 고추장과 라면을 찾곤 하는데 말이다. 휴게소에서 다시 2시간 정도 달려 드디어 경주도착! 버스 차창 밖으로 파란 잔디밭에 고분들이 문득문득 눈에 띈다. 경주시내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경주국립박물관. 지난 수요일 예정되어 있었던 서울국립중앙박물관 견학이 다른 일정과 시간맞춤 상 불가피하게 취소된 이후, 몹시 아쉬워했던 참가자들에게는 이번 경주국립박물관 방문은 몹시 기다려지던 일정을 것이라 생각된다. 박물관 입구에서 1박 2일 동안 우리에게 경주 곳곳을 안내해줄 가이드 아저씨를 만난 후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박물관 앞마당에 들어섰다. 단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에밀레종. 엄마 때문에 쇳물 속에 녹아 종이 된 어린 딸애기의 슬픈 하소연이 종소리에 섞여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에밀레종의 전설에 참가자들 모두 놀라워하고.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니 늦은 오후시간이라 그런지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 외에는 대체적으로 한산하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전시관을 돌아보며 금으로 만든 신라시대의 장신구들과 토기로 만든 인형 등을 살펴보고, 그 섬세한 세공기술에 참가자들, 다시 한 번 감탄하다. 전시관을 나오면서 몇몇의 참가자들은 신라에 대한 것은 물론 우리 나라의 전반적인 역사에 대해 기술한 영문서적을 훑어보며 몇 권 구입하기도. 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저녁식사를 위해 가이드 아저씨가 미리 예약해놓은 근처 한정식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상 가득 미리 상차림을 준비해놓은 식당. 반찬 가짓수만큼이나 식당 안에 꾸며놓은 도자기며, 수석들이며, 심지어는 앵무새들까지 볼거리도 참 많았지만 사실 음식 맛은 별로였다는. 그럭저럭 배를 채우고 나서 가이드 아저씨와 내일 일정을 기약하고는 우리는 호텔로 향하였다. 로비에서 방 배정이 끝나자마자 참가자들은 각자 자기 짐을 들고 윗층으로.

 

6월 10일 목요일, 본격적인 경주관광이 시작되는 하루. 아침식사를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보니 참가자들은 어느새 말쑥한 모습으로 여유있게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다. 로비에서 만나기로 한 오전 9시. 한 명도 빠지거나 늦은 사람이 없이 정각에 모두 모였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는 이미 가이드 아저씨도 와계시고. 아저씨에게 반가운 아침인사를 건네며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역시 아저씨의 열띤 설명을 들으며 불국사로,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또 다시 석굴암에서 천마총으로 부지런히 견학을 다녔다. 곳곳에서 눈에 띄는 소풍나온 유치원생들의 귀엽고 천진난만한 모습에 참가자들 역시 얼굴에 미소를 띠고.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신다는 교수님 한 분은 아이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말도 거셨다. 처음에는 아이들, 한 무리의 외국인들 앞에서 몹시 부끄러워하더니 이내 곧 친해진 듯, 교수님과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면서 꺄르르 웃기도 한다. 겨우 세 곳의 유적지만 들렀을 뿐인데도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천마총을 마지막으로 일정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는 짧은 일정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는 다시 서울을 향했다. 모두들 피곤한지 서울가는 버스 안에서 곤한 잠에 빠져들고. 열심히 고속도로를 달려 Academy House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밤 10시가 넘었다. 참가자들을 모두 내려주고는, Good Night~.

 

6월 11일 금요일,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 Caldwell College 관계자들은 Caldwell의 또 다른  자매대학인 카톨릭대학을 방문하기 위해 떠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DMZ 혹은 서울 근교의 미술박물관을 찾는 등 개인적인 자유시간을 보냈다. Farewell Party가 시작된 시간은 오후 6시. 환송회 준비로 학교가 분주한 가운데 파티가 시작되기 약 10분 전, 참가자들이 탄 버스가 학교로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리는 참가자들의 옷차림이 화사하다. 참가자들이 도착한 데 이어 곧 우리 학교 교수님들과 총장님까지 모두 자리에 나오시자 대영근터에 마련해놓은 식장에서 식이 시작되었다. 총장님의 환송사에 이어 Caldwell College 대표인 Tammy Butler가 나와 답사를 하고, 간단하게 선물을 교환, 서로의 노고에 감사하며 향후 더욱 돈독한 자매결연관계를 약속했다. 이내 만찬이 시작되고. 교수님들과 통역도우미학생, 참가자들이 군데군데에 섞여 앉아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간 다 못 나누었던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하며 이것이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임을 아쉬워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참가자들, 서둘러 연단 앞으로 나와 대열을 꾸미기 시작. 응?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모두들 어리둥절해 하는 가운데 갑자기 들려오는 노래가락, 바로 아리랑이었다.  Caldwell College 음악과 Prof. Laura Greenwald의 지휘에 맞춰 참가자들, 아리랑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서툰 한국어 발음이지만 열심히 부르는 그들의 모습에 순간 장내는 감동의 물결이 일고. 이 노래를 불러주려고 바쁜 프로그램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노래가 끝나자 열화와 같은 박수가 터지고, 참가자들은 쑥스러운 듯 인사를 한다. 이제 작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모두의 얼굴에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참가자들은 모두 버스에 오르고, 통역도우미 학생들이 정문에까지 나가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그들을 배웅했다.

 

짧다면 짧은 2주의 시간동안 참 많은 만남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있었고, 문화와 문화의 만남이 있었으며, 감성과 감성의 만남이 있었다. 한국의 모든 것을 알려주기에 2주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지만, 그 노력 속에 프로그램의 참의미가 있었으며, 그것이면 충분했다.

 

*아래는 참가자 중 콜드웰대학 영문과 Sr. Elizabeth Michael Boyle 교수님께서 직접 쓰신 한국에 대한 시로 Farewell Party때 총장님 이하 모든 참가자들 앞에서 낭독하셨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시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가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함께 느껴보자. 국문번역은 우리학교 교양학부 Zeilfelder 교수님께서 해주셨다.

 

In Search of Korean Culture

 

The soul can neither hear nor be heard

above the neon clamor of street signs

in the frantic city of Seoul.

The gods have fled to the mountains

and each morning they find me there.

 

Rising from the mist

a single blue-tiled roof

splays ancient fingers skyward

gesturing like a forgetful speaker

groping for a familiar name.

 

And the name that comes to me is: Friend.

 

Sole vestige of a vanishing distinction

this architectural survivor

reassures the American traveler

that he has not wandered into

Newark or South Bronx.

 

In the distance

over moss-covered rocks

a hidden mountain stream

cascades downward

into a sudden silence.

 

In the hush of this moment

everything crawling and soaring out there

and everything crawling and soaring within me

bows down before the Paleolithic deity

who still breathes here in the pine forest

quietly defying centuries of invasion:

armies, tourists, technocrats

and well-intentioned missionaries.

 

Abandoning all empty temples

the god of a thousand names --and none--

smiles upon and through the faces

of this invincible people

who bow in mutual reverence—

but never in defeat.

 

More ancient than Buddha

more eloquent than Tripitaka Koreanna

wrapped like a gift in the person of each host and hostess

the true soul of Korea

comes to meet me everywhere

and compels me to prayer:

 

Dear God of inexhaustible freshness

save us from sameness

and send us architects of the spirit

poets of stone and steel

and ceremonious simplicity

who will teach our world to build

peace as enduring as a granite pagoda

taming the wilderness of the human heart.

 

-Sister Elizabeth Michael Boyle

Caldwell College

 

 

한국의 문화를 찾아서

 

혼은

정신없이 떠들어대는 서울의 거리

네온사인 간판 위에서는

듣지도 못하고, 들리지도 않는다

산으로 서둘러 피해간들이

아침마다 거기서 나를 찾는다

 

안개 속

청기와 독채 지붕이 일어서면서

하늘을 향해 오래된 손가락을 벌린다

건망증이 있는 연사가  익숙한 이름을 찾느라고 더듬는 것 같이

 

그런데 나를 찾는 이름은 "친구"

 

구별할 수 없이 사라져가는 유일한 유적

살아남은 건축물이

미국 여행자에게 다시 다짐한다

뉴와크나 사우스브롱크스 안에서 헤매지는 않았다고 *

 

멀리 숨겨진 산골 시냇물이

이끼 낀 바위 위에서

폭포로 뛰어 내리더니

갑자기 침묵 속에 잠긴다

 

조용한 순간

거기서 기어 오르고 솟아 오르는 모두

안에서 기어 오르고 솟아 오르는 모두

함께 석기시대의 앞에 절한다

아직도 여기 소나무 속에서 쉬면서

지난 수세기 동안 쳐들어

군대와 관광객 그리고 관리와 선의의 선교사들에게

조용히 그리고 감연히 맞섰던 신에게 머리 숙인다

 

수천개의 이름을 가진 , 아니 이름도 없는 신들이

절간을 비우고

불멸의 인간들 얼굴에서 웃고있다

결코 굴복하지 않고

서로 공경하며 절하는 인간들

 

부처보다  오래되고

팔만대장경보다 우렁찬

한국의 진정한 혼이

안주인과 바깥주인의 몸에 선물처럼 포장되어

어디서나 나를 찾아와 반겨주니

나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구나:

 

사그러지지 않고 언제나 신선한 하느님,

우리를 同一性에서 구원하시고

우리에게 영의 건축가를 보내주소서-

그들은 돌과 그리고 소박한 의식을 중시하는 시인들이라

황량한 인간들의 심성을 길들이고

화강암 탑처럼 버티어 내는 평화를 이룩하도록

우리들 세상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

 

- 엘리사벳 미가엘 수녀

콜드웰 대학

 

 

주석 *

뉴와크(Newark) 콜드웰대학 인근에서 가장 도시이며 사우스 브롱크스(South Bronx) 뉴욕시의 구역으로 미국 동부지방에서 다양항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들의 중심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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