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오하라, 그녀에게서 나를 본다
스칼렛 오하라, 그녀에게서 나를 본다
  • 본교 강사 이숙영
  • 승인 2004.11.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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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성여대 신문사 편집장으로부터 일주일 전쯤 위의 제목으로 글 하나 써 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 문득 머리에 떠오른 책이 있었으니 바로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내 손을 스쳐 간 많은 책 중에서 왜 유독 이 책이 떠올랐을까 생각해 본다.  내 삶에 영향을 준 책이 어디 하나 둘이랴 만은 이 책은 소녀 시절 사흘 밤을 꼬박 새워 읽을 정도로 책의 내용과 그 속의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인물들에 빠져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바틀러가 내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듯하니 내 인생의 책으로 꼽아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미첼 여사의 평생 단 하나뿐인 역작으로서, 매력적인 남부 여성 스칼렛 오하라의 파란만장한 일생과 사랑을 강렬한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물론 이 소설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을 넘어 남북 전쟁 당시의 미국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역사소설(남부인의 시각에서 쓰여지긴 했지만)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 소설에서 받은 감명은 스칼렛을 위시한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에서 비롯되므로 다분히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이 소설을 말하겠다.  영화로 까지 상영 되어 꽤 유명해진 이 책의 내용을 대강이라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므로 줄거리 소개는 생략한다.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의 대 농장 타라에서 태어 난 아름다운 스칼렛 오하라는 타고난 여성적 매력으로 남자들을 조정하여, 또 강인한 의지와 근성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위기를 모면하며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여성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도 치명적 약점이 있으니 소녀 시절부터 사랑한다고 믿었던 에쉴리에 대한 집착이다.

 다른 여자와 결혼한 애쉴리에 대한 미련과 집착으로 그녀의 삶은 그 모든 노고에도 불구하고 결코 진실되고 평탄하지 못하며, 결국 가장 소중한 것까지 잃게 된다.  

 그 어리석음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레트가 떠나는 순간에야 깨닫게 된 스칼렛 오하라!  소설의 마지막 대목은 유명하다.  "내일의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 라며 그녀는 크나큰 상실감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시 찾고자 하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분히 이기적이고 모순 덩어리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녀의 모습에는 내가, 아니 우리가 있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허상을 쫓아 인생을 낭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녀에게서 본다. 역경과 좌절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꾸는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자면 나는 이 소설 속에서 내 이상형의 남성을 찾았다.  그러나 그게 또 하나의 허상임을 살면서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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