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덕성여대 신문사
내 인생의 덕성여대 신문사
  • 97년도 편집장 주미영
  • 승인 2004.11.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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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덕성여대 신문사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교정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을 것을 떠올리니, 대학교 3학년 어느 가을 늦은 오후, 신문사 가는 길 영근터 나무의자에 잠시 앉아 있었던 때가 기억난다. 그 때 나의 학교생활은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학술문예상을 응모 받고 심사위원 섭외하고, 창간특집호 준비하기 위해 교내 곳곳을 돌아다니고, 신문사 일에 치여 집에 못 들어가 후배들과  밤을 샜다. 그 땐 시간에 쫓겼고 많은 일에 힘들어했다. 그러나 대학시절 신문사 활동은 내 인생에 있어 몇(?) 안되는 잘 한 일 중 하나다.

 아이템 잡고 기획회의 하고 사람들 만나서 취재하고 기사 쓰고 조판소에 가서 신문 만들고 기사에 대해 평가회의 하던 일련의 일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지탱하고 있는 힘이 된다. 신문사 활동은 언뜻 보면 엉성해 보였지만, 어떤 일을 하는데 개념 잡고 실행 계획 짜고 일을 추진하고 마무리 하는 등 합리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었고 3년이란 기간을 통해 그 방식을 자연스레 몸에 익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학교 밖의 다양하고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면서 협소했던 생각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었고, 독특한 시각을 지니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각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사고의 폭이 깊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외부 환경에 의해 내 스스로가 조금씩 깨우쳤던 매우 귀중한 경험들이었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그 때의 나보다 더 바쁘게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생활을 살펴보면 학점 관리, 영어 공부, 각종 자격시험 공부, 취업 준비 때문에 바쁜 것으로 보인다. 누구 말처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 실업이 백 만을 육박하고 있는 시기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인생을 긴 안목으로 봤을 때 더욱 값진 것들을 경험할 기회를 점수 때문에 놓치고 있어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기에 후배들이 책상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몸으로 체득하길 바란다. 학회, 동아리, 인터넷 커뮤니티 등 그 어떤 활동이라도 한두 달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탈퇴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생활 중 무엇인가에 원 없이 몸과 마음을 다해 열정을 다했었다는 ‘또렷한 기억’을 갖길 바란다. 나보다 앞선 선배도 나에게 같은 말을 했었고, 나또한 후배에게 같은 말을 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또렷한 기억’이라는 것은 어떤 과정 속에서 몸을 온전히 담그고 나왔을 때 가능한 것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얻는 것만이 진정 본인의 것으로 남기 때문이다. 

 오늘도 난 시간에 쫓기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덕성인이라는 자부심과 덕성의 아름답고 따스한 가을 풍경을 마음에 품고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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