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상 파동을 통해 패션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알아본다
유시민 의상 파동을 통해 패션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알아본다
  • 윤태호(민예총 문화정책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03.05.24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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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과 권력, 한 가운데 패션이 있다

  권력과 구분 짓기로서의 패션
  인간은 누구나 옷을 입고 살아간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베내옷을 입고 죽을 때 수의를 입고 무덤으로 들어간다. 옷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옷이 인간에게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인류가 가졌던 최초의 옷이 무화과 나무 잎을 엮어 만든 부끄럼 가리개였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사탄의 달콤한 유혹, 신이 인간에게 선악과를 금지한 것은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처럼 되기 때문'이라는 속삭임, 결국 눈은 '밝아'졌고 인간은 무화과 나무 잎사귀로 인류최초의 옷을 제작한다. 인류 최초의 패션은 권력욕으로 말미암아 탄생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매 시대마다 지배계층은 하류층과의 격차를 벌려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구별짓기 전략을 실천해 왔다. 상류층은 하류층과 다른 패션을 구사함으로써 타 계급들과 자신을 구분했다. 따라서 상류층은 구별짓기 전략을 위해 하류층과 차이가 나는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 내고, 하류층은 끊임없이 이를 모방하려는 성향을 지녔다는 것이 패션학자들의 주장이다.

  넥타이와 캐주얼은 동등할까?
  어쩌면 국회의 넥타이들도 비슷한 생각일지 모르겠다. 격식을 챙기는 것으로 자신들을 구분하고 싶어하는, 양복과 넥타이의 무게감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말이다. 이창동 문화부 장관의 노타이가 보여준 충격이나 유시민 의원의 면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등원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 유시민의 경우, 초선의원이 전 국민적 반향을 일으킬 만한 사건을 만들어 자신을 그 중심에 위치시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결국 유시민은 다른 의원들의 선서를 이유로 다음날엔 양복차림으로 등원했지만, '일하기 편한 복장'이라는 그의 말은 대중들에게 이미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후였다. 네티즌들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채 권위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야유와 비난을 퍼붓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를테면 해프닝이 일어난 당일 인터넷 게시판에 "국회에서 주로 하는 일이 싸우는 일이니 레슬링복 입고 가세요, 참, 의원들은 조는 일도 주요업무니 잠옷하구 베개 챙기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라는 의견으로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냉소적으로 비꼬았던 것 등이 그것에 속한다. 패션에 대한 태도가 순간이나마 한 집단의 사회적 위상을 결정지어 버린 것이다.

  패션은 혁명이다!
  프랑스혁명은 여성들로 하여금 허리를 꽉 조이는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삼각형모양으로 밑으로 부풀린 거추장스런 치마를 벗게 해 주었다. 신체의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가 찾아온 것이다. 1851년 미국의 아멜리아 블루머 여사는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던 '릴리(the lily)'잡지에 여성들의 바지착용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글을 게재하고, 스스로 바지를 입고 활동함으로써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결국 블루머 본인은 '여성의 다리 모양이 드러나는 것은 부도덕하고 사악한 행위'라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했지만 바지의 실용성은 이후 1차 세계대전을 통해 여성들의 바지착용이 일상화되며 증명되었다. 지금은 상당히 일상화되었지만 성별의 차이를 제거한 유니섹스 패션이나, 조금은 도전적이고 퇴폐적인 양상까지 보이는 히피나 펑크 패션도 역시 근본에는 자유라는 목표를 향한 몸짓이 깃들어 있다.

  독일의 20세기, 한국의 21세기
  독일 녹색당과 요쉬카 피셔 외무장관의 사례는 여러모로 우리와 비교할 만하다. 그 때 그는 노타이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의 패션을 선보여 한바탕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독일의 녹색당원들은 아직도 노타이에 청바지 차림으로 자전거를 끌고 의회에 등원하곤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재밌는 것은 유시민이 이 에피소드로 칼럼을 쓴 일까지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사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시민은 아마도 '실패'를 예상한 이벤트 조직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패션에는 인간의 욕망과 가치관이 묻어나며, 당연하게도 여러가지 사회적 문화적 의미들이 각인되기 마련이다. 또 패션은 시대의 흐름과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때로 그 흐름과 가치를 선도적으로 창출해 내기도 한다. 요쉬카 피셔의 저 패션혁명과 유시민의 거부당한 캐주얼. 독일과 한국의 거리는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좁혀지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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