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스페이스 전" 을 가다
"마인드 스페이스 전" 을 가다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5.2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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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스페이스 전'을 가다.
타이틀: 예술과 명상 속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

 이 시대는 너무 빠르다. 그 빠름이 너무 지나쳐 우리는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마음에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또 하루를 살아간다. 바쁜 일상 속에 황폐해진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다음달 1일까지 호암 갤러리에서 열리는 '마인드 스페이스전'을 찾아가 보았다. 이 전시회는 소외된 정신의 문제,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분열된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성이 맞닿아 있는 지점인 '마음'에 관심을 기울인 전시이다. 이러한 시도는 정신과 육체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 한다는 점에서 서구의 정신주의로의 복귀라기보다는 오히려 동양의 사상적 전통에 가깝게 다가간다. 오늘날 동양적 가치에 대한 관심은 물질문명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들의 삶의 요소에 스며들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처음 보이는 작품이 마크 로스코의 '무제'이다. 붉은색 바탕에 검정색과 오렌지색의 단순 색면 회화 작품인데 처음 느낀 어리둥절함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고, 두 색의 융합 속에서 내면 세계를 관조할 수 있었다. 또 제임스 터렐의 '보여진 것의 사이'는 더 적은 양의 빛에 노출될수록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인식과 감정의 기제가 더 활발해져서 훨씬 풍부하고 감성적이며 정신적인 경험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도 모든 재료가 자연의 상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가공하는 일은 불필요하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채취한 자료들(꽃가루와 쌀, 우유, 밀랍)을 그대로 작품 속에 제시하는 볼프강 라이프의 '그 어딘가에 확신의 방'도 인상적이었다. 대지의 모성을 느끼게 하는 애니쉬 카푸어의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이 전시회의 장점은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데에 있다. '만지지 마시오'라는 딱딱한 문구로 안구의 움직임만을 요구하는 다른 전시회와는 달리 이 전시회는 촉각, 후각, 청각 등을 사용하여 작품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리 밍웨이와 라니 마에스트로의 작품이 그러하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마음을 전하는 리 밍웨이의 '편지쓰기 프로젝트- 꿇어 앉는 방'에서는 사색과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며 라니 마에스트로의 '요람'은 엄마의 품처럼 따뜻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거즈를 이용해 천막의 모양을 만들어서 그 속에 들어가 앉거나 누울 수도 있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수자의 '바늘여인'은 동경, 상하이, 델리, 뉴욕 등 환경이 전혀 다른 도시 한가운데에서 미동없이 서 있는 작가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비디오 작품이다. 지역에 따라 행인들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기의 존재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보이지 않게 관계할 뿐, 그 자신은 소외되고 사라져 간다. 이를 감상하는 관객 역시 작가의 뒷모습에 자신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어 수많은 인파를 만나고 헤쳐가며 그들과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순옥의 '따뜻한 벽'은 관객이 직접 손으로 단절을 상징하는 벽을 만지고 온기를 느끼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외부로 열어준다.
 이렇듯 관객의 감각을 최대한 사용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몸을 통해 인간의 정신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명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경지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명상'이라고 하면 정신적인 측면을 더 중시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명상은 몸과 마음이 합일된 인간의 전일성을 획득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명상이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큐레이터 안소연씨는 "명상이 점점 생활 속에서 보편화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 이것을 예술적으로 다룬 전시회는 많지 않다. 그러나 발전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예술의 기능 측면에서 명상이라는 예술적 코드는 중요한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힌다. 예술과 명상의 조화 속에서 찾은 마음의 평정. 이 전시회가 남겨준 것이다. 단순해지기 어려워진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이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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