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바람이 되라.
여성들이여 바람이 되라.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5.01.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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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딸을 읽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에게는 사랑과 인생은 항상 수동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최고라 여겨지고 있다. 오죽하면 뉴욕의 멋진 4명의 싱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조차 그의 저서에선 ‘여성들이여 멋진 남자를 만나고 자신의 값어치를 올리기 위해선 절대로 남자에게 먼저 만나자는 말을 하지 말 것, 남자가 어떠한 관심을 취할 때까지 기다릴 것’을 강조할까. 실상 그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은 우리는 언제나 남자들이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인내를 감수하는 인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여성들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그 선택에 앞서 실행 할 권리 때론 뿌리칠 줄도 아는 권리가 있음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현실은 우리의 권리에 ‘바람이 들었다’고 치부해버리곤 한다.

여기 사랑을 찾아 망망대해를 건너가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사. 비누상자에 담겨 인생의 첫발을 두드렸던 그녀는 왕성한 호기심과 지식욕을 가진 소녀였다. 당시의 전례로는 사랑도 결혼도 모두 집안의 결정으로 완성되어지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그것 역시 그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영국인 가정에서 요조숙녀의 교육을 받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지만 어느 날 다가온 사랑 앞에서 그녀는 과감히 그 온실을 뛰쳐나오고 만다. 그녀를 가슴 뛰게 만들었던 애인은 골드러시의 열풍으로 캘리포니아로 향하고 그녀 역시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남들은 불같은 사랑이라고 부정 할망정  그녀에겐 모든 것이었던 사랑 앞에 그녀의 인생을 건 것이다.

 캘리포니아로 가는 여정은 그녀에게 매우 고통이었다. 숨쉬기조차 힘든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그녀는 뱃속의 아이를 잃었고 건강이 나빠져 생명마저 위협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운명속의 또 하나의 남자 ‘타오치엔’을 만나 또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되고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도 그로 인해 활력을 얻게 된다. 또 비록 갖가지 고생 끝에 애인을 보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그녀는 슬픔보다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온실처럼 자랐지만 어느 상황에서든 잡초처럼 강한 생명력을 지닌 엘리사.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된 여정이었지만 그 여정이 끝나가는 그 때 그녀는 자신이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처음 시작은 무모 할 정도로 성급했지만 그런 성급함 끝에 자주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작가인 아사벨 아옌데는 엘리사의 사랑과 모험을 통해 박애주의적인 페미니즘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하는 데 소극적인 자세만을 요구받았던 우리에게 통쾌함과 생각의 시간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러한 여성의 자아독립형 책은 에바 쉴러의 ‘복수한 다음에 인생을 즐기자’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여자를 만나 떠나 가버린 애인에게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으로 후반부에서는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독립적인 자아를 가진 멋진 여성으로 변하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남성들의 우월주의에 시달려왔다. 무엇이든 적절하게 남자들보다 낮춰가는 것이 미덕이었고 그것을 지키지 못한 다면 어떠한 비난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 여성이었다. ‘바람 든 여자’이것은 속된 말로 닳고 닳았다는 여성 비하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오늘부터 우리 자신을 ‘바람 든 여자’라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지. 흔히들 말하는 부정적인 의미의 바람이 아닌 바람처럼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생을 살아보자는 것이다. 때로는 폭풍을 일으킬 정도로 강하며 때로는 아주 잔잔한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를 가진 바람. 인생은 즐기고만 살기에도 아주 짧다. 오늘부터 우리 모두 바람이 되어 각자의 인생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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