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자 VS 나이 든 여자
젊은 여자 VS 나이 든 여자
  • 배은정 기자
  • 승인 2005.04.0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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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빵빵이거나 위대한 어머니거나

젊은 여자 VS 나이 든 여자

 

  한국 사회에서 여자는 젊거나 혹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어머니상이거나 둘 중 하나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발언일지 모르나 이제까지 드라마나 영화는 '여성은 누구인가?'란 질문에 여성을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여자가 아닌 남성의 시각으로 비춰지는 여성상에 대해 수없이 대답했다. 모성, 아름다움, 부드러움, 따뜻함 등의 고정된 이미지로 말이다. 여성에 대한 이 같은 설명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여자들을 배제하고 20대 초반의 탱탱한 피부를 가진 젊은 여자들만을 여성으로 설명하거나,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만을 여성으로 정의한다. 어머니의 경우도 자녀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인물들로 그려지거나, 삼십대 혹은 사십대의 여자들은 혼기를 놓쳐 결혼하기에 급급한 여성들로 비춰지기 일쑤다. 그렇기에 미디어속 여성들은 20대 초반의 여성이나 삼·사십대의 고정된 여성의 이미지로 구분 지어져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라는 인기 시트콤을 잠깐 들여다보자. 최미자(예지원분)는 라디오 DJ이라는 멋진 직업도 갖고 있는 현대적 여성이지만 결혼이 인생의 목표인 여성이다. 물론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결혼도 여자에게는 중요하다. 하지만 결혼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여자로써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또 다른 드라마 '사랑 공감'에는 허영과 집착에 가득찬 빛나(나리분)라는 젊은 여대생이 등장한다. 미스코리아가 꿈인 그녀는 유부남을 스폰서로 두며 그의 부인 강희수(이미숙역)에게서 남편을 빼앗는다. 젊고, 아름답다는 것이 이 여자가 당당한 이유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20대 초·중반 여성의 모습으로 대표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왜 젊은 여성과 나이든 여성으로 구분되어야 하는가에 있다.

  나이든 여성과 젊은 여성을 구분하는 사회적인 잣대는 사실 모호할 뿐만 아니라 약간 억측스럽기까지 하다. 그도 그럴것이 나이는 여성을 떠나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듦이 갖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대해 알고, 경험에 대한 폭을 넓혀가며,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맞물려있다. 떄문에 단편적인 이미지로 젊고 나이듦을 구분하는 것은 부질없는 행위다.  

  따라서 젊은 여성과 나이든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서로를 구분하기보다는 소통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미디어 속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용자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사회전체가 여성을 한 인간으로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젊고 나이든 여자가 아닌 오롯한 여성 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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