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것들의 세상은 가라!
마른것들의 세상은 가라!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5.05.28 0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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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현재 대한민국 여성 기성복의 사이즈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른바 의류 업체들이 그들의 브랜드 옷은 가늘고 긴 여성들만이 입을 수 있도록 한 횡포이다. 이렇듯 마르고 키 큰 여성들로 정형화 된 아름다움에 반하는 ‘통큰 여자들’이 있다. 바로 지난 달 열린 ‘빅우먼 패션쇼’에 참가한 모델들이다. 이번 패션쇼의 참가했던 모델은 프로 모델이 아닌 10대에서 40대까지 일반인이었으며, 참가 조건은 의류 사이즈 88이상, 허리 사이즈 32~42인치였다. 이 날 직접 무대에 올랐던 남선희(동서울대 패션디자인학과?1)씨를 만나 그날의 감동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1. 빅우먼 패션쇼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우연한 계기에 빅투빅 패션몰에 옷을 주문했는데 패션쇼에 관한 공지가 있길레 사진을 올렸다. 별 기대없이 신청했는데 1차에 합격했고, 패션디자인과에 다니는 나로써는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2차 심사까지 거쳐 최종에 뽑힌 것을 보고 나 스스로도 운이 좋다고 느꼈다. 가족 모두도 열렬히 지지해 주기까지 했었고 합격 발표가 난 날에는 가족 모두 모여서 고기 파티를 열기도 했다. 

2. 패션쇼 당시에 입었던 의상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그 당시 입었던 옷은 그린, 핑크, 바이올렛, 블랙엔 화이트, 이렇게 네가지 컨셉이었다. 대부분의 옷이 몸에 달라붙는 쫄바지와 짧은 원피스나 팔뚝이 드러나는 민소매였으며, 여성스러운 쉬폰 소재로 된 것이 많았다. 이번 패션쇼는 몸에 대한 개인적인 콤플렉스가 아닌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의 억압을 견제하고자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노출이 심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3. 살을 빼려고 시도해 본적은 없었는지?
당연히 많이 해보았다. 살찐 몸매가 싫어 항상 ‘살 빼야지’ 하면서 시작은 하지만, 의지와 끈기가 약해서 한달 만에 그만 두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진짜 뚱뚱하다, 어서 살 빼라’는 등 자극적인 말을 들어도 별로 상처받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 말을 마음에 담거나 끙끙 앓지 않기 때문에 더 살을 못 빼는 것 같다. 그런 말들에 상처받고 마음에 담아두었다면 살을 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이렇게 큰 옷을 파는 패션몰이 많이 생기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 같다.

4. 정형화된 미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예쁘고 마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런데도 키가 크고, 마르고, 예쁘게 생긴 사람들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잘못인 것이고, 그렇게 되어 버린 사회적인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는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수술을 하는 외모 지상주의 나라다. 몸짱을 향해서 모두가 매진하고 있지만 그것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5. 그렇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외모가 아닌, 내적 아름다움이다. 뚱뚱해도 아름다운 사람이 많을 뿐더러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통이 큰 사람이 많다. 그리고 빅우먼 패션쇼 오디션 심사위원도 자기 속에서 끌어낼 수 있는 끼와 당당함과 자신감을 보았다고 했는데, 바로 그것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6. 자신의 몸매에 자신이 없어서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옷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원래 그랬다. 패션쇼를 참가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오디션을 보러갔을 때도 목까지 올라오는 옷을 입고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 있었다. 나를 본 심사위원이 왜 그렇게 꽁꽁 싸고 있냐면서 살찐 사람들은 오히려 목이 깊게 파인 것을 입어야 더 시원해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 이후로 옷을 자신있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뚱뚱한 사람은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7.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패션쇼를 계기로 빅투빅 패션몰 사무실에서 가격표를 붙이는 등의 보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오후 4시에는 학교에 나가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과 특성상 과제가 많아서 하루에 잠을 2시간 정도밖에 못 자서 조금 힘들긴 하지만 보람을 느낀다. 전공을 살려서 지금 하는 계통의 직업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패션쇼로 찾은 당당함과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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