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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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성디대 유한근 교수
  • 승인 2005.05.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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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대의 예술게릴라 시인 유하

영상시대의 ‘예술 게릴라’, 유하 詩人

유 한 근/문학평론가.한성디대 문창과 교수

 유하는 시인이자 영화 감독이다. 문화예술계에서 그는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말죽거리 잔혹사’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예술적 뿌리는 문학에 두고 있는 시인이다. 유하는 1963년에 전북 고창에서 출생하여 세종대에서는 영문학을, 그리고 동국대에서는 영화학을 전공, 1988년 ‘문예중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다.

 첫시집 <무림일기>에서는 권력에 대한 저항 의식을 드러낸다. 만화나 무협지에서 볼 수 있는 권력 구조를 오늘의 정치 상황으로 은유하여  표현해낸다든가. 아니면 대중매체인 TV나 영화 체험을 오늘날의 정치 상황으로 희화화 한다. 다분히 풍자적이며 비판적인 시로 그의 시인으로서의 삶은 시작된다.

 그리고 시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시집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무림에서 ‘압구정동’으로 표상되는 도시 문명 혹은 그 속의 인간 군상들로 바뀐다. 시인에게 있어서 압구정동이라는 동네는 환락의 도시이고 부의 상징적인 도시로 인식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그 공간은 원체험 공간이 시골인 청년에게 있어서는 허무와 고독의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없는 공간,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공간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그는 저항하고 비아냥거린다. 신랄하게 비판한다. 도시의 욕망과 비인간성에 대해 혐오한다. 하지만 그는 삶의 은유를 결코 표기하지는 않는다. 도시로 향하던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시집<세상의 모든 저녁>에서는 그 대상이 시인의 남루했던 유년과 할머니로 향한다. 

 그리고 네 번째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서는 그 시적 대상을 다시 도시로, 세운상가로 옮겨 다시 대중가요, 영화, 사진 그리고 재즈로 옮겨간다. 도심에 있는 것들, 있다가 사라져가는 것들, 그리고 점멸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시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중에서)처럼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물들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한다. 그리고 시집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에서는 존재의 무거움과 원형적 사랑으로의 회귀를 꿈꾸게 된다. 여기에 이르러 그의 세상에 대한 비판적 욕망은 억제되고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색이 깊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영상과 서사 구조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그가 그동안 시를 통해서 보여줬던 성향은 반항적이었지만 다분히 유년의 농촌 체험에서 얻어진 윤리의 보수성을 은폐할 수는 없었다. 이 영화를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이 시대의 성윤리를 단순하게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 성과 삶 그리고 현재적 진실과 미래적 삶의 진실, 그 정체는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시집 <천일馬화>에서는 그의 시적 대상이 경마장 혹은 말[馬]로 옮겨진다. 여기에서 그는 ‘말[馬]를 탄 기수나 유목민이 아닌 말[言]의 연금술사’로 변신한다. 그리고 사회 혹은 권력에 대한 냉소적 욕망을 내려 놓는다. 그리고 “騷音도 못 일으키는 문학이여/라는 혹자의 맹랑한 말에 흥분할 필요는 없다/좋은 시는 속에 빛나는 보석을 품고/겉엔 남루한 옷을 걸쳤으니/누가 그것을 주목하겠는가...”(누더기를 벗고 비단 옷을 걸치겠는가>중에서) 라며 언어 매체인 문학이 영상매체에 의해 폐기 처분될 수도 있다고 불안해하는 시인들에게 문학의 존립 이유를 확인시켜준다. 문학과 영화를 떠돌았던 그 체험으로 문학인에게 주는 잠언적인 말을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그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가 우리 시대의 예술에 있어서 보헤미안 아니면 게릴라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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