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여성 대 여성
미디어 속 여성 대 여성
  • 김지혜 기자
  • 승인 2005.05.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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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과부vs재가한 과부

과거의 여성은 ‘어릴때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따르며,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남성 위주의 사회 풍토는 여성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취급하지 않고 남성에 기대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역사속에서의 여성은 주인공이 아니라 남성들을 뒷받침 해주는 배경에 불과했던 것이다.

현대는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삶이 여성 스스로의 주체성을 가졌다 하지만, ‘과부’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현재 사회 속에서 인식되는 과부의 2가지 모습을 드라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과 금순의 생모 영옥이다. 이 두 여인은 비슷한 처지로 과부가 되었지만 전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상반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금순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머니의 손에서 성장한다. 어쩌다 혼전임신을 하여 예상치 못한 결혼을 하고, 불의의 사고로 남편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금순은 과부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밝고 명랑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금순과 대조되는 사람이 금순의 생모 영옥이다. 영옥은 남편이 죽자, 금순을 두고 재혼을 한 영옥은 재혼한 과부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자식을 떳떳히 만나지도 못하는 ‘불행한’ 어머니로써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미디어가 시집어른들을 모시고 사는 금순을 밝고 명랑하게, 재혼을 선택한 금순의 생모를 불행한 여성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과부가 되고 재혼을 한 금순의 생모는 두고 온 딸에 대한 죄책감과 새 남편의 딸과의 갈등으로 인한 괴로움으로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아간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하지만 미디어는 이러한 과부의 재혼 문제를 결코 개인의 ‘선택’으로 봐주지 않는다. 그저 ‘과부’의 생계를 위한 재혼으로 밖에 비추어지지 않는 것이다. 여성의 재가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예전의 드라마에서도 많이 드러난다. 몇해전 방영되었던 ‘아름다운 날들’이라는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극중 선재(류시원 분)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여성은 남편이 죽자 재가를 하게 되지만 역시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비운의 여인으로 드라마 밖으로 사라진다.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나, 몇년전이나 지금이나 재혼하는 과부를 미디어든 사람들이든 순수한 시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보통 20대의 남녀 였다면 순수하게 여겨졌을 사랑이 과부라는 이름으로 색칠되면 문란하고 흔하지 않은 스캔들로 포장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부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사회 구성원과 미디어의 인식 변화이다. 진정으로 여성이 대접받고,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오고 있다면, 우리는 드라마 속 인물이 재혼을 선택하든 다른 어떤 것을 선택하든 한 인간의 선택 자체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루한 편견 속에서 새로운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려는 과부들은 아직도 한국 사회의 틀 속에서 빙글 빙글 돌고 있다. 사회는 나날이 변화 하고 있다. 우리들의 머릿속에 박힌 어떠한 편견을 깨어 버릴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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