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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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5.05.28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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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폐경에 건배!

 중년기에 접어든 여성이라면 폐경으로 인한 우울증과 함께 갑작스러운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된다. 밤사이에 땀을 많이 흘린다거나 소변을 잘 조절할 수 없는 등의 증상으로 매사에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는 중년여성들. 이런 폐경을 주제로 지난 5월 3일부터 코엑스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메노포즈(Menopause)」는 폐경으로 인한 여성들의 고민들을 유쾌하게 그려내었다.

 ‘메노포즈’는 제니 린더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2001년 3월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100만 관객을 모은 히트작이다. 국내작에는 우리 뮤지컬계를 이끄는 박해미, 전수경 등의 네 명의 여배우가 출연한다. 공연 관계자 이민희 씨는 "좋은 작품이어서 공연을 기획하게 됐고, 미국 작품의 대사를 우리 아줌마들의 정서에 맞게 많이 수정했다"면서 심혈을 기울여 공연을 기획했음을 강조했다.

 객석은 중년여성들로 가득 차있었고, 젊은 사람들이나 연인들을 찾기 힘들었다. 옆집에 놀러온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공연은, 네 명의 아줌마들이 갑자기 찾아온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자신감을 되찾는 이야기를 다뤘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시트가 땀에 흥건하게 젖어있다거나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고, 남편이 이유 없이 소파에서 자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들을 푼수 아줌마들은 유쾌한 노래와 춤으로 술술 풀어낸다. 공연 중간마다 다른 뮤지컬에서는 보기 드문 아줌마 관객들의 '아, 맞아!', '그래그래'하는 감탄사와 경쾌한 웃음소리가 쉴새없이 이어졌다.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우리네 어머니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과 더불어 이 이야기가 어머니뿐만 아니라 곧 어머니가 될 여성 모두의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라이브 연주에 맞춘 'Only You', 'YMCA' 등 7·80년대 팝송을 개사한 노래는 관객의 흥을 더욱 돋우었다. 공연 후반부에서는 배우들과 아줌마 관객들의 신나는 춤 한 판도 이어졌다.

 공연을 관람한 김지희(가명) 씨는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 다음에 엄마와 함께 보고 싶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문화계에서 잘 다루지 않은,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소재를 알기 쉽고 유쾌하게 표현한 것은 문화계의 소재 범위가 좀더 다양하게 넓혀질 수 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폐경기 여성들의 고민을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다뤄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든다. 갑작스러운 신체적 변화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라든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폐경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공연 내내 웃는 대신 폐경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네 어머니들의 고민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더욱 공감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폐경은 여성 자신이 보내온 세월로부터의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이제 자신의 그 세월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우울해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당당한 새 삶을 살기를 바란다. 여성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낸 「메노포즈」. 지친 삶 속에서 친구나 애인, 혹은 가족과 함께 보면 재미와 의미가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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