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별 영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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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재홍 교수
  • 승인 2005.08.26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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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어중문학과

                                                  중어중문학과 조교수 민 재 홍

 ‘베스트 10’ 정도라면 모를까 ‘베스트 3’를 꼽는 일은 참으로 어려웠다. 단 세 편으로 중국 영화를 대변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고심 끝에 중국 영화를 세계 영화의 반열에 올려 놓은 세 사람, 장이머우(張藝謀:장예모), 천카이거(陳凱歌:진개가), 왕지아웨이(王家衛:왕가위)감독의 작품 가운데에서 한 편씩을 소개하려고 한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의미의 제목으로 이 영화가 눈부시도록 빛나는 사랑의 순간의 보여주리라 기대한다면……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남녀가 서로를 위로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줄거리에 격정적인 로맨스를 기대한다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이다. 많은 영화와 TV가 드라마틱한 사랑과 벌거벗은 육체들의 행렬을 보여주고 있는 동안 왕지아웨이(王家衛) 감독은 역시 그답게, 두 사람이 복도에서 얼굴을 붉히며 지나가는 것 이상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가히 감동적이다. 머리카락 한 올도 흐트러뜨리지 않는 주인공들의 절제된 연기는 어떤 흐느낌 보다 강렬하다. 그들이 벗어날 수 없었던 관습의 틀처럼 몸에 꽉 달라붙는 ‘리첸(장만옥)’의 화려한 치파오와 탄식처럼 피어 오르던 ‘차우(양조위)’의 담배 연기는 1960년대 홍콩의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거친 유화와 같은 영상미를 만들어 낸다. 노래가사처럼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라며 사랑의 주술을 외는 듯한 냇킹 콜(Natking Cole)의 ‘Quizas, Quizas, Quizas’는 영화의 이미지처럼 잊기 어렵다. 이제는 폐허가 된 앙코르와트에 사랑의 비밀을 묻고 돌아서던 양조위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덕성인 여러분들의 지금이 화양연화임을 잊지 않기를……

인생(人生)

 연극 <허삼관 매혈기〉로 우리나라에 더욱 알려지게 된 중국의 여류 작가 ‘위화(余華)’의 소설 <산다는 것(活着)〉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영화 《인생(人生)》은 국공내전으로부터 시작하여 대륙의 공산화,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에 이르는 1940년대 ~ 1960년대 ‘푸꾸이(福貴)’라는 한 인간과 그 가족들의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빚어가는 비극적인 삶을 잔인하리만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지난 수십 년간의 바보 같고, 우스꽝스런 집단광기의 희생자는 바로 중국 인민이었으며, 나아가 그러한 현실조차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인민이 있기에 사회는 진화하고 국가는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자식을 모두 잃으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갈우(葛優)와 공리(鞏俐)의 모습에서 ‘인생’이 주는 메시지를 읽게 된다.

 패왕별희(覇王別姬)

 《인생》이 중국의 근ㆍ현대를 살아온 한 인물의 가족 비극을 다룬 이야기였다면 《패왕별희(覇王別姬)》는 경극 배우와 경극을 통해 세 개의 동심원 '사랑-예술-역사' 속의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남자이나 연극에서는 우희(虞姬) 역을 하는 ‘청디에이(程蝶衣:장국영)’는 어린 시절부터 지고지순한 애정을 패왕(覇王) 역을 하는 ‘뚜안샤오러우(段小樓: 장풍의)’에게 쏟는다. 그리고 '항우 앞에서 자결한 우희'처럼, 40여년에 걸친 기나긴 사랑의 고통을 자결을 통해 마침내 완성한다. 《패왕별희》는 동성애와 이성애를 기본축으로 이끌어 가며, 예술과 정치권력의 대립을 정면으로 묘사하며, 1920년대부터 1977년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거센 파도 속에서 개인의 삶과 운명이 어떤 길항을 겪는가를 보여준다. 경극의 볼거리와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나간 장국영의 애절한 연기는 이 영화가 주는 큰 선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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