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에 안주하는 사람들

2018-10-22     이혜주(정치외교 2) 학우

  최근 ‘소확행’이라는 말이 뜨고 있다. 닐슨 코리아에서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소확행과 관련된 5만 5천 건의 버즈 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확행과 관련된 버즈량이 올해 월평균 8천여 건 이상을 기록하고, 7개월 연속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또한 소확행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8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확행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이는 원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에서 쓰인 말이다. 이 책에서 소확행이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된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소확행’을 검색해보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자신의 취향인 영화, 책, 음악 등을 찾았을 때 많은 사람이 해시태그로 소확행을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확행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큰 성취를 위해 달리기만 하면 에너지 소모가 커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2·30대는 큰 성취에 대한 계획이 없는 상태로 소확행에만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단순히 사람들이 소소함에서 행복을 느껴 소확행이 유행하게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주택 구입, 취업 등의 큰 성취를 하기 어려워지면서 일상의 작은 것들을 성취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신조어인 ‘욜로(YOLO)’가 있었다. 욜로란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욜로는 내 집 마련, 노후 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욜로 또한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에 투자하겠다는 2·30대를 중심으로 나온 말이다.

  이러한 신조어들이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3포 세대’부터 시작해 현재는 숫자를 규정할 수 없이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는 뜻인 ‘N포 세대’라고 불린다. 이러한 현실에 2·30대는 진심으로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큰 성취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불확실한 미래보단 확실한 현재에 투자하게 됐다.

  현재에 투자하고 작은 일에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행복감이 큰 성취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확행에 취해 현재에만 안주하게 되는 것은 위험하다. 2·30대에게 소확행이 큰 성취를 이뤄 나가기 위한 여정 속 하나의 원동력인지, 아니면 주어진 현재에서 안주하는 방법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