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문예상 소설부문 심사평

2005-11-19     영문학과 김문규 교수

 

총 7편의 소설과 한 편의 희곡이 응모되었는데, 우선 선정되지 못한 응모작들에 대해 언급하자면,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설득력 있는 서사가 되기 위한 탄탄한 극적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글쓴이의 상념이나 관념을 과다하게 늘어놓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유의 깊이를 드러내는 문장력이 뒷받침되지 않음으로써 더러는 참신한 소재들을 생경한 이야기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선정된 수상작들의 경우, 문장력이 뒷받침되어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응모작들의 단점을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가작으로 선정된 「반짝 반짝 작은별」의 경우, 극적 반전을 통해 삶의 단면에 대한 통찰을 드러내는 단편소설의 전형적인 유형에 해당한다. 이런 이야기의 성패는 마지막 반전을 암시하는 복선의 정교함과 깊이에 있는데, 「반짝 반짝 작은별」에서는 이렇다 할 복선이 없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반전 끝에 주인공 영희가 깨달은 바가 무엇인지 모호하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어떤이의 카오스」 경우, 사형수가 자신의 살인이유를 논증함으로써 화자인 변호사의 상식을 심문하는 내용인데, 변호사가 사형수에게 압도당하면서 그 사실이 두려워 그를 광인 내지 악마로 단죄하는 결말은 다소 평범하다. 사형수는 살인행위를 자신이 신봉하는 우주적 인과율과 카우스의 관점에서 변론하지만, 그 논리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무슨 이유가 있는가 라는 반인륜적인 단순논리와 무엇이 다른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글을 우수작으로 선정한 것은 사변적인 주제를 다룰 만한 사유의 깊이가 묻어나는 문장력이 돋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