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학술문예상 소설 심사평

2021-12-06     정수희(미술사학) 교수

  이번 학술문예상의 소설 부분 심사를 맡아 달라는 연락을 받고 다소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고뇌와 진심으로 써내려갔을 글을 비문학 전공자로서 심사한다는 것이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했다. 그 누군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어떤 고민을 담아냈을까, 어떻게 표현했을까.

  <아카이브>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글이 아닌 그림을 함께 그려나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 글은 경험해본 듯한, 또는 경험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알 것만 같은 우리의 일상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수채화의 느낌은 아니다. 날카로운 필치로 그려낸 소묘같다.

  이 소설은 우울하다. ‘김’의 시선을 따라 지나가는 하루의 일상은 갑갑하기 그지없다. 인턴 김의 일상은 이유를 알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부조리로 가득하다. 김이 바라보는 타인은 그의 일상을 파괴하는 가해자이다.

  글을 읽는 필자 역시 또 다른 가해자가 된 듯 불편한 마음이었다. 모든 소설이 아름다울 필요는 없기에, 이 불편함은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건조하고 괴로운 일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남발하듯 사용된 화려한 수식어들은 이질적이기에 그 불편함을 극대화한다.

  글을 다 읽고 난 후, 저자를 가만히 안아주고 싶었다. 어느덧 기성세대라는 이름으로 이 글을 심사하는 필자는 그저 말없는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위로마저도 그들을 옭아매는 또 다른 짐이 돼 버릴까, 어떤 말로도 20대 그들의 공허함을 위로할 수 없기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