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나

살인 사건 속 진정한 범인을 찾는 이야기, <괴물>

2023-03-20     고유미 기자

  우리대학 중앙 연극 동아리 운현극예술연구회(이하 운현극회)가 지난 6~8일 약학관 아트홀에서 제90회 정기공연을 진행했다. <괴물>은 9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형사들이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추리극이다. 극 중 형사들이 마주한 범죄자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피해자였으며, 우리사회 속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인공 샬롯 경위는 전근 후 발령받은 경찰서에서 후배인 테오, 올리버와 함께 연쇄 살인 사건 수사를 맡는다. 범죄의 주기가 점차 짧아지자 샬롯 경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사건을 조사하던 중 전임 형사의 증언으로 기록지 조작을 알아챈다.

  범인을 검거한 샬롯과 테오는 취조 중 그들이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의 피해자임을 알고 진정한 범인이 누구인지 혼란에 빠진다.

  연극 <괴물>은 사흘간 310명이 관람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연극을 관람한 하지은(글로벌융합대학 1) 학우는 “연극을 보며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과정이 재밌었다”며 “관객이 놓친 부분을 배우들이 독백으로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김유리(문화인류 2) 학우와 김현지(사이버보안 2) 학우는 “가해자의 안타까운 과거를 들으면 동정심이 생겨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동정심과 공감이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 방해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를 만든 우리사회 또한 방관자로 인식해 주변을 돌아보고 성찰할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했던 20세기 런던의 비극이 21세기 한국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