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자원을 업사이클링해 환경을 위한 소비로 이끌다

2024-09-23     박소현 기자

  최근 일상생활에서 업사이클링과 친환경 제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치소비가 문화로 자리매김한 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환경을 고려해 제품을 구매하는 추세다. 이에 폐자원을 활용해 제작한 친환경 제품으로 사회에 다양한 가치를 부여하는 기업이 있다. 친환경 잡화에서 나아가 일상생활을 업사이클링한 브랜드 ‘project 1907’ 김정식 대표를 만나 봤다.

  Q. 친환경 기업 project 1907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브랜드 창업 이전에는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어요. 교내 환경동아리를 담당하면서 환경보존이나 친환경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죠. 물론 학교에서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도 재밌었지만, ‘왜 한국에는 학생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좋은 회사가 없을까?’라는 의문이 문득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수익에 치중된 회사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사회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 전공이었던 무역과 여행을 주제로 창업을 시작했어요. 교직 생활 중 학생들과 공정여행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죠. 그 뒤로도 우리 사회를 위한 일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니 무역, 출판을 넘어서 지금의 친환경 제조업까지 운영하게 됐어요.

 

  Q. project 1907에 담긴 뜻이 있나요?

  우선 1907은 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인류사에 처음 등장한 해를 의미해요. 그 당시 플라스틱은 정말 획기적인 신소재였어요. 물론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현재도 플라스틱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지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해요.

  플라스틱이라는 소재 자체를 문제라 하긴 어려워요. 지금으로서는 플라스틱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그간 인류가 플라스틱을 올바른 방식으로 활용하지 못한 거죠.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생기기 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긴 어려워요. 하지만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방식을 바꿔본다면 처음 발견했을 때만큼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플라스틱이 신소재일 때의 아름다움과 폐플라스틱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나타내고자 project 1907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Q. 제품 분야를 잡화가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친환경 잡화라고 하면 가방이나 모자 같은 의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조금 더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자 해요. 사람들이 가정 이외 생활 반경 안에 있는 모든 공간에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가방으로 시작해서 △현수막 △샴푸바 △우산 같은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다른 상품들로 분야를 넓혀나갈 예정이에요.

  Q. 친환경 제품 판매 이외 다른 환경 사업에도 참여하시나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대면 활동이 힘들어지기 전에는 수익의 10%를 환경 재단에 기부해 왔어요. 이후에는 우리가 환경을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환경 사업은 해양 청소 활동이에요. 동료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해안가 주변에 놓인 쓰레기를 줍고 스쿠버 다이버들을 모집해 바닷속 대청소까지 진행했어요. 요즘에도 환경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서울 2024 홈리스 월드컵’의 축구 가방을 무상으로 지원하게 됐어요.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이번 홈리스 월드컵은 적절한 주거가 없는 70여 개국의 주거빈곤층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에요. 소외계층의 자립 의지를 보여주며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취지의 행사에 저희가 만든 업사이클링 가방을 기증하는 것은 환경·사회적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국에 있는 업사이클링 제품 대부분은 중국·일본 등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생산하고 있어요. 그러나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소모돼요. 그래서 저희는 5년 전부터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에서 버려지는 페트병·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고자 해요. △기업 △공장 △학교에서 폐기하는 페트병이나 플라스틱을 기증받아 직접 원단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해요.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폐자원을 활용해 원단을 만든다는 개념이 생소하기도 하고, 회사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 국내에서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플라스틱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최대한 국내에서 원료를모으기 위해 노력했어요. 5년이 지난 요즘에는 정말 많은 곳에서 폐플라스틱을 기증하겠다고 먼저 연락을 주세요.

 

  Q. 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할 때 특별한 선정 기준이 있나요?

  다양한 기업에서 저희 SNS 계정이나 홈페이지를 보고 협업 연락을 주세요. 저희가 협업 브랜드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그린워싱’이에요. 그린워싱이란 친환경 이미지를 얻기 위해 실제로 환경을 위하지 않는데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행위를 말해요. 그린워싱은 project 1907이 추구하는 가치와는 매우 어긋나기 때문에 협업을 진행할 때 특히 유념해서 살펴보고 있어요. 이제는 회사도 많이 성장해서 협업 제의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친환경에 적극적인 브랜드를 찾아 직접 협업을 제안하고 있어요.

 

  Q. 기업을 운영하며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회사의 첫 번째 신조이자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단해보자’는 거예요. 그래서 교사 시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공정여행·무역을 기반으로 한 시작에서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로 사업을 확장했고 앞으로는 요식업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일하는 중에 △재미 △의미 △성장은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업무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하죠. 만약 주변인이 회사 생활 중에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느끼지 못한다면 ‘졸사’를 추천해요. 졸사는 제가 만든 단어예요. 단순 이직과는다른 개념으로 졸혼, 졸업과 같이 회사를 졸업해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가라는 의미에요. 그만큼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일을 하면서 삶의 중요한 가치를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Q. 창업 후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회사 규모를 키우고 높은 매출을 내려고 창업에 도전한 건 아니었어요. 저의 최종 목표는 2030년까지 10명의 사회적 기업가를 배출하고 사회적 협동조합을 출범하는 거예요. 때로는 함께 일하던 동료가 우리 회사에서 배운 것을 기반으로 사회·환경 면에서 의미 있는 또 다른 기업을 창업하곤 해요. 제가 운영하는 기업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느낌을 받을 때 뿌듯함과 보람을 느껴요.

 

  Q.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는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안정적인 삶이 행복한 삶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서 스스로 삶에 있어서 10년마다 방향을 바꾸며 최대한 다양한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해요. 30대는 시골 학교에서 교사로 지냈고 40대는 도심에서 창업가로 살아가고 있어요. 곧 다가올 50대와 60대도 미래를 꿈꾸며 또 다른 삶을 살아갈 생각이에요.

  적게는 4개부터 많게는 6개의 인생을 살아보는 게 참 의미 있고 보람찰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삶에 대한 생각은 그렇지만, 또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과 의미는 다르겠죠. 그래서 여러분이 한번쯤 스스로에게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일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