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좋아하세요?

2024-12-09     김도혜 문화인류학전공 교수

  올해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몰이에 성공하며 한국 프로 스포츠 흥행 역사에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관중몰이에 20대, 그중에서도 여성의 지분이 크다는 것이 여러 통계 지표상 드러나, 언론은 왜 20대 여성들이 전통적인 ‘아재’ 스포츠에 갑자기 관심을 기울이게 됐는가를 분석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놀랍지 않게도 대다수 언론은 또 다른 ‘덕질’ 상대를 찾아 여성 청년들이 야구판에 들어왔기 때문에, 젊고 잘생긴 선수들을 중심으로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팬덤 문화가 유입됐다고 주장하거나 사진·영상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려는, 유행에 민감하나 야구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관종’ 여성들이 야구판에 들어왔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여성의 소비를 놓고 도덕적 재단을 하는 행태는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다. 특히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 여성이 중요 행위자로 등장할 때, 이들은 해당 집단의 △철학 △규칙 △미션과 같은 소위 ‘큰 그림’에는 관심 없이 남성과의 관계를 갈구하는 자들로 이해됐다(‘빠순이’라는 멸칭을 떠올려보라). 이런 사회적 시선을 알기에, 많은 여성들은 자신이 그들과는 ‘다른’ 여성 행위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구별 짓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오랜 야구팬인 나 역시도 누구보다 열심히 야구 관련 자료를 읽으며 여타 여성 팬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왔던 과거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분석에서 빠진 내용이 있다. 여성 청년이 야구에서 가지는 ‘티켓 파워’는 대략 3~4년 전부터 도드라진 현상이라는 점이다. 한 언론사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전체 티켓 구매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은 20%를 차지한 뒤 꾸준히 상승해 오늘날 25%대에 육박했다. 또한 여성 청년들이 소비에서 ‘큰 손’이 된 것은 결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극·뮤지컬 업계나 도서출판 업계의 주요 소비층이 20~30대 여성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최근에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야구를 비롯해 △골프 △등산 △캠핑 △디지털 게임 △낚시에 이르기까지, 스포츠와 레저 부문에서도 여성 청년들의 소비 지표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여성은 늘 소비의 주체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과거 여성이 ‘가족’의 것을 소비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면 현재 젊은 여성은 다른 남성에 비해, 그리고 다른 어떤 세대에 비해 ‘자신’의 취향에 전방위적 소비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여성 청년 소비자가 야구 산업의 주요 소비자가 된 것은 결코 새롭거나 급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성 청년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비를 통해 취향의 폭을 넓혀왔다. 사회가 이제서야 새삼 여성 청년에게 주목하는 행태는 오히려 이 산업이 그간 얼마나 ‘야구는 아재 스포츠’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눈을 감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대체 한국 사회는 언제까지 ‘여성 청년’의 취향에 뒤늦은 주목과 경악을 반복할 것인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안물안궁’이겠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나는 ‘집’(home)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야구의 기본 규칙이 마치 인간의 하루 일과나 인생 같다는 생각에 매력을 느껴 야구에 입문했다. 물론 나는 현재 언론이 주목하는 여성 청년은 아니지만, 그냥 이런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