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대학 공학전환, 무엇을 논해야 하는가?
논점 벗어난 공학전환 논의, 본질부터 점검해야
여자대학교(이하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이하 공학전환)은 1990년대 활발히 이뤄진 후 잠잠해졌다. 그러나 학령 인구 감소와 대학 내 재정난 심화에 따라 여대의 공학전환이 해결책으로 부각된다. 최근 동덕여대 대학본부(이하 동덕여대본부)의 공학전환 추진은 여대 존치에 대한 논의를 다시금 활성화했다. 이에 지난 여대의 공학전환 논의를 되짚어보며 올바른 논의 방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시대의 변화 속
여대 공학전환의 흐름
여대의 공학전환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화두에 오르는 주제다. 1990년대, 효성여대를 필두로 △성심여대 △상명여대 △부산여대 등이 공학전환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인 2015년 3월, 우리대학 이원복 전 총장은 취임 직후 공학전환을 내세웠으나 학내 구성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성신여대 또한 2018년 공학전환을 추진했으나 같은 이유로 철회했다. 이후 여대 공학전환 논의는 정체기를 맞았다.
지난달 7일, 동덕여대본부가 학생과 소통하기 전 공학전환을 검토했다는 논란이 일며 공학전환논의가 재점화됐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입장문을 통해 “공학전환 논의 진행에 있어 대학본부로부터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공식적으로 총학생회와 면담을 진행하라”고주장했다. 이어 동덕여대 재학생 및 동문은 공학전환에 반대하는 연대 서명과 점거 시위를 진행하며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지난달 21일, 동덕여대본부는 공학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동덕여대본부는 공학전환의 이유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지목했다. 이는 1990년 공학전환 바람 이후 대두된 ‘여대 위기론’과 같은 맥락이다. 여대 위기론은 남녀공학 대학으로 진출하는 여성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여대가 학생 모집과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지칭한다. 여대 위기론 이후 여대의 경쟁력은 점차 약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공학전환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재정적 부담을 해소해 경쟁력을 재고하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여대 중 하나인 우리대학 또한 변화에 따른 공학전환 논의를 피할 수 없다.
우리대학 공학전환
논의의 향후 방향은?
우리대학은 해외대학에서 교환·방문학생으로 오는 초청학생 제도(이하 초청제도)와 대학원을 통해 부분적으로 남학우를 유치하고 있다. 초청제도를 주관하는 국제교류과는 “우리대학은 공학이 대부분인 해외 대학의 특성을 고려해 성별을 특정하지 않고 교류하고 있다”며 “초청제도는 학위를 수여하지 않아 성별을 구분하지 않지만 학위 수여 과정인 학부 유학생의 경우 여학생만 입학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리대학 대학원 또한 신·편입학모집 시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다. 대학알리미의 ‘2024년도 신입생 충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우리대학 △교육 △일반 △상담·산업 대학원에 입학한 남학우는 총 5명이다.
그러나 김건희 총장(이하 총장)은 부분적인 남학생 유치가 공학전환으로 이어질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총장은 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대학은 현재 공학전환을 논의하고 있지 않고 공학전환을 검토할 계획도 없다”며 “우리대학의 고유한 △설립 이념 △교육 목표 △비전 등이 여성교육에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공학전환은 우리대학의 정체성에 상충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여대는 여성 리더들의 활약을 지원해 사회에 도움이되는 교육 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아가는 것 이 궁극적인 목표다”고 답했다.
본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학전환에 대한 학우의 의견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공학전환 반대에 답한 김영주(디지털소프트웨어공학2) 학우는 “현재 여대는 과거 설립이념에서 나아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공간으로서 작용한다”며 “공학전환이 진행되면 여성의 진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공학전환 찬성에 답한 김민주(회계 3) 학우는 “여대의 설립이념이 여성 교육권인 점은 알고 있으나 시대가 변했다”며 “공학전환이 학교를 존립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학전환을 둘러싼 엇갈리는 의견은 학내 구성원 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으로 이뤄질 논의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학전환 논의의
방향성을 잃다
그러나 현재의 공학전환 논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며 방향성을 잃었다. 지난달 16일,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우영 이사장은 개인 SNS를 통해 채용 시 동덕여대 출신을 배제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글은 삭제됐으나 논의의 중심을 공학전환에서 지엽적인 문제로 전환했다. 이후 논점을 벗어난 글이 화제를 모으자 무분별한 의견 표출이 심화됐다.
이에 외부인이 논의에 개입해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학전환 진행은 학생과 학교 간 민주적인 담화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다. 그러나 불특정다수가 각자의 이념을 개입해 공학전환 논의는 젠더갈등으로 변질됐다. 이화여자대학교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하 권김 연구소장)은 “일부 언론에서 공학전환 논의를 젠더갈등으로 왜곡해 여대 존폐의견을 학내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에게 물어 논의의 방향이 흐려졌다”고 말했다.
학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의견도 존재한다. 공학전환은 여대의 정체성에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학내 구성원이 다양한 관점을 제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론장이 제때 형성되지 않으면 공동체 간 분쟁이 생기고 저항감이 고조될 수 있다. 권김 연구소장은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지 않고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문제 상황에 응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바른 논의를 위한
여대의 역할 재정립
공학전환 논의는 출발점으로 돌아와 여대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 사회는 논의를 이어나갈 환경이 미흡하다. 우리대학 차미리사교양대학 김주희 교수는 “2007년 숙명여대를 시작으로 각 여대의 여성학 폐지가 이어지며 여자대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며 “과거 우리가 해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공학전환을 둘러싼 갈등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공학전환이 화두에 오른 현재, 여대의 의미를 찾는 논의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여대의 사명이 바뀐 만큼 공학전환 논의에 이용되는 근거도 현대에 맞춰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이에 여대의 사명은 여성교육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성의 권리 침해에 맞서는 선구자로 바뀌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권김 연구소장은 “최근 몇 년간 언론이 여대 기피론을 공론장에 띄워 기업·사회의 여대출신 기피를 내세웠다”며 “그러나 여대기피론과 같이 여대를 차별하고 기피하는 현상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현존하는 근거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여대의 역할은 공학 대학이 해결하지 못한 학내 리더의 성비, 성차별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다”고 전했다.
공학전환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 여대를 비롯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의미를 짚어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화여자대학 여성학과 김선혜 교수는 “대학을 경쟁력, 서열 등 좁은 의미로만 평가하면 여대뿐만이 아닌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들은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여대는 정체성을 이용해 성 불평등과 관련된 주제를 학문적으로 탐구하고 사회에서 실천하는 넓은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여대의 존재 의미를 찾는 대화는 공학전환 찬반을 논하기 위한 초석이다. 모든 대학이 위기에 대비해 변화를 도모하듯 여대 또한 공학전환을 넘어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선의 변화를 논의하기 위해서 여대 내 모든 구성원이 여대 존재 의의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시작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