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페스, 감추지 말고 이해해야 할 감염병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예방으로 사회적 낙인 지워야

2025-05-19     이민아 닥터예스팀 산부인과 전문의 

  헤르페스는 전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보균자일 만큼 흔한 질병이지만 여러 오해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다. 이에 감염 증상과 전파 방식에 대해 알아보며 헤르페스를 둘러싼 오해들을 풀어본다.

 

  헤르페스란
  무엇인가

  헤르페스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일생 중 한 번 이상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감염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페스는 여전히 많은 오해와 낙인 속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생식기 감염과 관련해 사회적 편견과 불안을 유발하기 쉽다.

  헤르페스란 용어는 고대 그리스어 ‘herpein’에서 유래했으며 ‘기어 다니다’ 또는 ‘서서히 퍼지다’라는 뜻을 가진다. 이는 병변이 피부를 따라 확산하는 전형적인 증상 양상을 시사하며 고대 의학자 히포크라테스 역시 유사한 병변을 기술한 바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헤르페스가 인류에게 오랜 시간 동안 영향을 끼쳐온 감염 질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헤르페스 감염증은 헤르페스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이중가닥 DNA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다. 그 중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아형은 HSV-1과 HSV-2이다.  HSV는 특유의 신경 친화성을 갖고 있으며 일차 감염 후 삼차신경절 또는 천골신경절 등 감각신경절에 잠복한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부위의 피부 또는 점막 세포 내로 침투한 뒤 테그멘트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의 전사기구를 조절하고, 이를 탈취해 자신의 DNA를 복제한다. 이후 감각신경을 따라 이 동하며 수포성 병변을 일으킨다. 이러한 병변은 통증을 동반하고 자가 제한적 경과를 보이나 면역기능이 약화한 상태에선 전신 감염이나 반복 재발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HSV-1은 주로 구강과 입술 주변에 감염을 유발하며 흔히 ‘입술 물집’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HSV-2는 주로 생식기 부위에 감염을 일으키며 성인기 이후의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강성교 등으로 인해 HSV-1이 생식기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50세 미만 인구의 약 67%가 HSV-1에 감염돼 있으며 15세 이상 인구의 약 13%인 약 4억 9천만 명이 HSV-2에 감염돼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여성은 해부학적 특성과 점막 구조로 인해 감염 위험이 높다.

 

  감염 경로와 
  재발 기전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피부 또는 점막의 미세한 상처를 통해 전염되며 △감염자의 타액 △병변 내 수포액 등에 포함된 바이러스 입자 △생식기 분비물에 의한 직접 접촉으로 전파된다. HSV-1은 주로 구강 접촉으로 HSV-2는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 무증상 보유자에 의한 전파도 매우 흔하다. WHO에 따르면 전체 감염자의 약 70%이상이 무증상 상태에서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자신이 감염된 사실조차 모른 채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감염단계는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초기 감염 단계에서 바이러스가 숙주의 상피세포에 결합해 침투하고 역행성 이동을 통해 감각신경절로 이동한다. 다음으로 잠복 감염 단계에선 신경절 내 바이러스가 에피좀 형태로 존재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고 면역 감지를 회피한다. 끝으로 재활성화 단계는 △면역력 저하 △월경 △스트레스 △자외선 등 다양한 자극으로 바이러스 가 재활성화돼 신경을 따라 병변 부위로 이동하고 재감염 증상이 나 타난다. 일반적으로 감염 후 4~7일 내 △감기 △따끔거림 △통증 △투 명한 수포 유사 전신 증상으로 시작되며 1~2주 내 자연 호전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척수 감각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반복적으로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발병할 시 질 분비물 검사를 통해 1,2형 등이 양성으로 나온다면 이후 첫 감염인지 재발인지 구분하기 위해 *IgG와 IgM 등을 검사해 확인한다.

  여성의 경우 출산 시 외음부 또는 질 내에 활동성 병변이 존재할 경우 신생아에게 **수직 전파가 발생할 수 있다. 신생아 헤르페스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 감염으로△전신감염△중추신경계 침범 △피부·눈·입 감염으로 나뉘며 높은 사망률을 보일 수 있다.이중 전신 감염형은 간 기능 이상과 패혈증 양상 등을 보이며 사망률이 높다. 이에 따라 △WHO △미국산부인과학회 △미국질병 통제센터(이하 CDC)는 활동성 병변이 있는 산모에게 제왕절개 분만을 권고한다. 실제로 Brown 등(2003)의 연구에 따르면 제왕절개를 시행한 경우 신생아 감염률은 약 1.2%였던 반면 자연분만에서는 약 7.7%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헤르페스를 둘러싼
  오해와 치료법

  생식기 헤르페스는 최초 감염 시 성병으로 분류되지만 이후엔 성적 접촉 없이도 재발 우려가 있는 질환으로 이는 부끄러움이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다. WHO는 헤르페스 감염이 흔하고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질환임을 강조하며, 환자들이 병을 숨기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낙인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헤르페스 치료에는 △발라시클로버 △아시클로버 △팜시클로버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된다. 이들 모두 ***바이러스 특이적 티미딘 키나아제에 의해 활성화돼 바이러스 DNA 중합 효소를 억제 함으로써 복제를 차단한다.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에 따르면 아시클로버는 하루 5회 5일 복용이 급여 기준이다. 동시에 연고도 처방이 가능하다. 아시클로버는 가장 오래된 약물로 △경구제 △연고 △정맥주사 형태로 다양하게 존재하며 초기 감염 시 자주 사용된다. 

  팜시클로버는 연 4회 이상 재발 시 하루 2회 최대 30일까지 복용 할 수 있다. 단, 팜시클로버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약제로 약효 지속 시간이 길어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 면역저하자에게 적합하다. 발라시클로버는 아시클로버의 전구약물로 생체이용률이 높아 1일 1~2회 복용으로 충분하다.

  보조요법으론 통증 완화를 위한 △리도카인 △좌욕 △항히스타민제 겔 등이 있으며 수분 섭취와 휴식도 증상 경감에 도움을 준다. 내성 바이러스가 발견될 경우 포스카넷과 시도포비르 등의 비유사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다. 포스카넷과 시도포비르는 주로 면역저하자에서 발생하는 중증 바이러스 감염의 치료에 사용되며 대표적으로 거대 세포 바이러스 감염 또는 중증 HSV 감염에서 적용된다. 이들 약제는 ****신독성의 위험이 높아 치료 중 신장 기능의 면밀한 관찰이 필수적이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기에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계속해서 증가하는 감염자
  인식 개선 필요해

  최근 10년간 20~30대 젊은 여성층에서 생식기 헤르페스 감염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HSV-2 감염자 수는 2017년 7,752건에서 2023년 11,450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이는 성 접촉 증가 외에도 △다이어트 △수면부족 △스트레스 △음주 등 생활 습관과 면역력 저하와도 관련 있다.

  헤르페스 감염은 단순한 신체 증상 외에도 정서·사회적 영향을 끼친다. △불안 △수치심 △우울증 △죄책감 등이 동반돼 진료를 회피하거나 파트너에게 감염 사실을 숨기게 된다. 이는 감염 확산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WHO와 CDC는 헤르페스 감염자의 대다수가 무증상 전파자이기에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성교육 강화와 낙인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병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남아 있으며 성 건강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감염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WHO는 헤르페스 감염의 확산을 방지하고 사회적 낙인을 완화하기 위한 공중보건 전략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성교육의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성 매개 감염 질환에 대한 명확하고 체계적인 정보 전달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성 건강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줄이고 감염 예방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성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이 요구된다. ‘성병은 부도덕하다’란 기존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매체와 지역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인식 개선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감염자의 치료 기피를 방지하고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무증상 감염자의 선별 검진을 장려하는 정책 또한 필요하다. 헤르페스는 증상이 없거나 매우 경미한 상태에서도 전파가 가능하기에 자각 증상이 없는 고위험군에도 정기적인 선별 검사를 권장해야 조기 발견과 전파 차단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성 건강 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성적 주제를 금기시하는 문화는 감염 예방과 치료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성 파트너 간의 개방적인 소통과 감염 사실에 대한 투명한 공유가 이뤄져야 헤르페스와 같은 감염병의 실질적 관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남·여 모두 새로운 성 파트너를 만나기 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검사를 실시해 서로에게 고지하며 관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러한 전략과 더불어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 수칙을 중시해야 한다. 먼저 면역력 유지를 위한 △규칙적인 생활 습관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조절 △충분한 수면 등은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감염 또는 재발 의심 시엔 성 접촉을 피하고 자각 증상이 나타난 즉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함으로써 증상 악화와 전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연 1회 이상의 정기적인 성병 검사 △12종STI검사 △HPV검사 △HIV검사 △매독검사는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 발견하는 데 효과적이며 콘돔 사용 또한 전염률을 감소시키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다. 콘돔이 완전한 예방 효과를 보장하진 않지만 바이러스 노출 위험을 줄이는 데 가장 접근이 용이한 방법의 하나다.

  헤르페스는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흔한 바이러스 질환이다. 문제는 감염 자체보다도 무지와 부끄러움으로 인해 이를 숨기고 방치하는 태도다. 감염 사실을 정직하게 공유하고 정확한 정보를 통해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시작이다.

 

  * JgG와 IgG 검사 : 헤르페스 항체 검사, IgG는 과거 감염, IgM은 최근 감염 유무를 검사함 **수직 전파(Vertical Transmission) : 임신 중 태아에게 전파되는 감염 

  ***바이러스 특이적 : 특정 바이러스에만 반응하는 특성, 본문에선 티미딘 키나아제라는 효소에 반응함을 의미함 

  ****신독성(Nephrotoxicity) : 독성물질 또는 특정 약물에 의해 신장에 손상을 주는 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