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쓰레기 분리배출 기준

2025-06-02     이금희(정치외교 3) 학우

  새벽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경비 아저씨가 재활용 쓰레기를 일일이 분류하고 계셨다. 투명 페트병과 색깔 있는 페트병을 따로 모으고, 종이와 코팅지를 분리한다.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꺼내는 모습은 마치 시험 감독처럼 보였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이 모든 세분화가 실제로 재활용에 도움이 될까?”

  고무장갑은 재활용일까, 일반 쓰레기일까. 쓰레기통 앞에 서면 우리는 하나의 ‘퀴즈’를 푸는 기분이 든다. 고무장갑은 합성고무로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에서는 재활용품이다. 달걀 껍데기는 일반 쓰레기인데 귤껍질은 음식물 쓰레기다. 과일 상자에 들어 있는 △과일망 △코팅된 광고지 △전단지 등은 모두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반 쓰레기다. 살이 남은 닭 뼈나 채소 뿌리처럼 복잡한 경우까지 가면 두 손 두 발을 들게 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재활용품 분리가 수능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실에서는 통일된 기준이 소용없다. 환경부의 안내가 존재해도 각 지역의 △수거 △선별 △처리 역량이 제각각이다. 우유·두유 포장재로 사용되는 종이팩은 지자체마다 처리 기준이 다른 품목 중 하나다. 서울 송파구는 종이팩 수거함을 설치하고 일반 종이류와 구분해 배출하도록 안내한다. 반면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일반 종이류로 버려진다. 인구밀집도에 비해 수거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광주 남구처럼 아예 일반쓰레기로 처리하는 비율이 높은 곳도 있다.

  시민은 각 지역의 방식에 맞춰 분리배출 상식을 익혀야 한다.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명확하지도, 통일되지도 않은 규칙을 강제하면서 벌금만 매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분리배출을 성실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괴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제도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배출자 중심’ 정책의 한계가 드러난다. 1995년부터 유지돼 온 이 방식은 이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선진국은 시민의 선택과 실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독일, 프랑스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재활용품을 한 통에 모아 배출하는 ‘단일 수거’ 방식이 보편적이다. 이후 정부가 자동화 선별 시스템을 통해 후처리를 담당한다. 분리배출의 부담은 행정과 기술이 지는 구조다.

  한국도 분리배출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복잡하고 지역마다 제각각인 기준은 ‘환경 보호’가 아닌 ‘환경 혼란’을 야기한다. 시민은 쓰레기통 앞에서 멈칫하고 되묻는다. 더 이상 ‘시민의 의무’라는 말로 정책의 무책임을 가릴 수 없다. 시민의 노력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는 정책이 그 노력을 따라가야 한다.

  지자체와 정부는 분리배출 기준을 통일하고 단순히 ‘버리는 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재질이 실제 재활용되는지, 무슨 방식이 효과적인지를 공개하고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은 쓰레기 앞에서 멈춰서는 대신, 확신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