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기자가 추천하는 <책>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잠시 시간을 내어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이에 덕기자가 책, 공연, 전시회 등을 소개해 학우들에게 한 줄기 여유를 선물하고자 한다.
기꺼이 실패하는 이들을 위해
끝없는 실패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다. 소설 <체공녀 강주룡>은 포기하지 않고 생존과 권리를 위해 투쟁했던 일제강점기 여성 노동운동가의 이야기다. 평양에 있는 고무 공장의 여공인 주룡은 독립군 남편이 사망한 뒤 시어머니에게 살인죄로 고발당해 억울하게 옥에 갇힌다. 그 후 자신을 늙은 집주인의 첩으로 팔아넘기려는 아버지를 피해 도망친 끝에 홀로 평양에 정착한다. 작업반장의 폭행과 공장의 열악한 환경에도 주룡은 신여성이 되리라는 꿈을 품고 여공 생활을 이어간다. 이 무렵 대공황의 여파로 공장이 임금 삭감을 강행하고 여공들은 공장 앞에 진을 치며 노숙 농성을 벌인다. 주룡 역시 파업에 동참하며 노동운동의 길로 들어선다. 이들의 첫 번째 총파업은 협상 과정에서 실패로 돌아가지만 주룡은 좌절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한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평양적색노동조합 준비위원회’의 유일한 여성 회원으로 활동하며 투쟁을 위한 기량을 쌓아 나간다. 2년 뒤, 주룡은 파업단을 이끌고 공장 측의 반복된 임금 삭감 통보에 맞서 또 한 번 철야 농성에 돌입한다. 그러나 협상은 진전되지 않는다. 파업단은 최후의 수단으로 공장에 잠입해 아사 투쟁을 벌이지만 경찰의 진압으로 두 번째 투쟁도 실패로 끝난다. 모든 것이 무너진 듯한 절망 속에서 주룡은 죽음을 각오한 마지막 저항을 결심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각에 그는 평양 최고의 명소인 을밀대 지붕에 올라가 소리친다. 저 대동교 너머 공장엔 임금 감하에 맞서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직공들이 있으니 우리의 외침을 들어달라고 말이다. 결국 주룡은 경찰에 의해 체포되지만 멈추지 않고 노동운동을 이어가며 투옥과 석방을 반복한 끝에 생을 마감한다. 이후 그의 이름은 평양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투쟁을 멈추지 않은 ‘체공녀’ 강주룡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총파업이 한 번 실패했다고 세상이 결딴난 것도 아니다. 또 싸우면 된다. 이길 때까지 덤비면 된다.”
어떤 실패는 성공보다 값지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했던 과정임을 우린 기억해야 한다. 변함없는 투지와 용기로 옳다고 믿는 일에 기꺼이 나서는 이 시대의 모든 주룡에게 소설 <체공녀 강주룡>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