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대학의 두 번째 사명

성인학습자를 위한 고등교육 필요해

2025-09-01     고선영 기자

  평균수명이 늘고 산업 변화가 빨라지면서 이제 교육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학은 전문성과 고등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으로 부상했다.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 대학이 평생교육의 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색하고자 한다.

 

  평생교육의

  거점이 된 대학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 발표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0’에서 전 세계 근로자의 50%가 5년 안에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대사회 속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평생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대학은 대표적인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교육의 장으로 기능해 왔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고 고령 인구가 증가하며 대학 교육 또한 함께 변화하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학에서의 성인학습자의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대학 신입생 중 성인학습자 비율은 2016년 9.7%에서 2023년 22.4%에 달하며 약 3.8배 증가했다. 이런 성인학습자의 증가는 학령 인구 감소로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대학이 지속적으로 평생교육을 제공할 경우 얻는 이점도 분명하다. 전문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연구와 교육을 통해 대학 본연의 사명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이행할 수 있다. 이는 지역 기반 혁신을 이끄는 대학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전문대학

 

  LiFE 사업에서

  RISE 사업으로
  정부 정책 역시 이런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2022년도 교육부는 ‘제5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성인학습자 평생교육 거점 육성 △성인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대학 내 평생교육 전담 △지자체 협력을 통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마련이다.
  과거 평생교육 정책은 여러 부서로 흩어져 운영되면서 예산과 사업이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인 ‘LiFE 사업’을 추진해 대학을 성인학습자의 재교육 거점으로 삼았다. LiFE 사업은 대학을 성인학습자의 평생교육기관으로 육성하고 지자체 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지난 5월, 정부는 해당 사업을 종료 후 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체계사업인 ‘RISE 사업’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2024년 발표된 논문 『대학 평생교육체제의 키워드 간 의미 연결망 분석』은 LiFE 사업의 한계점을 △일부 대학 중심의 운영 △재정 지원의 한계 △지역 간 격차 등으로 분석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RISE 사업은 지역 주도의 대학 혁신을 목표로 한다. 지방정부가중심이 돼 지역 대학의 운영 방향과 발전 전략을 총괄한다. 이 과정에서 평생교육 전반을 포괄하던 기존의 LiFE 사업은 사실상 지방대 혁신으로 통합되며 평생학습 관련 기능이 축소됐다. LiFE 사업이 수행하던 △성인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학사 운영의 유연화 △평생교육 전담 기구 운영 등의 독립적 기능은 지방대 혁신지원 사업체계로 통합되면서 LiFE 사업의 범위와 자율성이 축소됐다.
  지역별 사례에서도 엇갈린 성과가 드러난다. 대구시는 대학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며 지역민에게 새로운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제주대학교 미래융합대학은 재정 지원 중단으로 운영이 위축됐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안현용 박사(이하 안 박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나 재정 차이에 따라 대학 간 기회의 격차가 커질 위험이 있다”며 “정치나 행정의 변화 주기에 따라 단기적인 성과만 추구하면 교육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블릿

 

  현 제도 운영의

  허점과 해결 방안
  대학 부속 평생교육은 여전히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다. 우선 정책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다. 대학 내에 평생교육을 총괄하는 전담 부처가 마련되지 않아 사업 단위로 단편적 지원은 이루어지지만 장기적 비전과 체계는 미비하다. 2015년 발표된 논문 『학점은행제 교육의 질 제고 방안 연구』에 따르면 평생교육 공급은 확대됐으나 △관리 기준 및 평가 체계 부재 △교육 질 저하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 등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장년층을 위한 교육은 취미와 교양 중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과 직결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지난 3월 18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평생교육 통계 및 한국 성인 평생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중 직무 전환·재취업 관련 과정은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과정은 교양 및 취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무 전환이나 재취업을 희망하는 학습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더해 대학이 운영하는 야간 과정이나 성인 대상 전공도 선택의 폭이 좁다. 안 박사는 “성인학습자는 시간 및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학습 진입과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평생교육 커리큘럼을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유연화와 자율성이 필요하단 분석이다. 시간 및 장소 제약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규 시간표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경력 연계 설계도 필수적이다. 입학 시 경력과 역량을 진단하고 이를 학점인정제로 전환하고 현장 프로젝트와 실무 문제 해결형 과제를 통해 사내 전환이나 승진까지 이어질 수 있는 학습 설계가 필요하다.

 

  평생교육 시대

  대학이 응답할 차례
  앞으로 대학 평생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평생교육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평생교육 진흥 의무와 기본 방향을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 통합 관리 체계나 부서 간 조정 기능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평생교육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통합적관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평생교육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평생학습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평생교육 확대를 정책 과제로 삼고 있어 평생교육 전담 부서 신설과 법적 근거 마련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해당 법이 제정될 시 단순한 법률 제정을 넘어 평생교육을 사회 안에 정착시키기 위한 기본 토대가 될 수 있다. 현재처럼 부서 간 역할이 중첩되고 정책이 일관성을 잃는 상황에선 장기적인 발전이 어렵다.
  또한 성인학습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게 대학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온라인 기반 강좌 △모듈형 과정 △단기 집중 프로그램 등을 강화해 학습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온라인 기반 평생학습 체계를 확대해 직장인과 경력단절자를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 학습자에게 열린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 학위 과정이 아닌 비학위 과정에서도 온라인 강좌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대학 내 평생교육원을 단순 부속기구가 아닌 성인학습자의 두 번째 대학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실제로 일부 대학에선 평생교육원 졸업생에게 학위 과정과 동일하게 수료증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 참여 프로그램과 세대 통합 학습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평생교육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안 박사에 따르면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고 △직업적 욕구 △전환의 기회 △역량 향상이평생 동안 보장돼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한의대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 소멸 문제가 맞물리면서 성인학습자 증가는 불가피한 현상이 됐다. 안 박사는 “성인학습자의 비중 증가는 더 이상 정책적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고 전했다. 더 이상 성인학습자를 단순히 입학 자원의 대체로만 여겨선 안된다. AI 시대와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강화됐다. 이에 대학은 성인 평생 교육의 중심 기관으로서 국가 핵심 산업을 지탱할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지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평생교육은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겪는 대학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이자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대학은 더 이상 청년만의 공간이 아닌 누구나 다시 찾을 수 있는 열린 배움터가 돼야 한다. 모두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대학의 역할을 고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