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침묵한 청년의 비명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 WHO가 지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으나 부족한 사회적 관심 속에 조용히 지나갔다. 하지만 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해야 할 문제를 환기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은 일부의 홍보나 표창에 그친 채 조용히 지나간다.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고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목소리는 드물다.자살은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명확히 인식해야한다. 사회의 압박과 심리적 고통이 뒤엉켜 있기에 사회 전체가 함께 고찰해야 할 숙제다.
특히 청년층의 현실에 주목해보자. 대한민국에서 만 19세에서 32세 사이 청년의 주요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서울특별시 청년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서울 청년 사망 원인의 약 48%가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는 자살 원인을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학적 요인으로 나눈다. 특히 청년층이 △취업난 △학업 스트레스 △경제 불안정에 노출된 상태는 심리적 어려움을 유발한다. 청년 정신건강 상담 전화 이용률은 2018년 39.8%에서 2023년 50.3%로 증가해 위기에 처한 청년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이런 고통을 사회가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있단 것이다.
국가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청년마인드케어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등의 정책으로 국민의 정신건강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호주는 디지털 정신건강 플랫폼을 통해 조기 개입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신건강 문제는 청소년시기에 발생할 시 성인이 된 이후까지도 이어진다고 보기에 조기 개입을 중시한다. 또한 독일은 정신건강 진료비의 80% 이상을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해 경제적 장벽을 완화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과 진료 이력이 있으면 일반 보험 가입조차 어렵다. 이런 제도적 차이는 정신건강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해외는 정신적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공의 책임으로 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치료받는 것 자체가 낙인으로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치료를 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는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대학교 상담센터는 위기 상황에 즉시 상담을 제공하지만 일반 상담은 수주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임에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상담의 기회를 잃게 된다. 어렵게 마음을 열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긴 대기 끝에 지쳐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청년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대학교와 사회 그리고 우리 자신도 누군가의 구조 요청을 듣지 못하고 있다. 자살은 선택이 아니다. 버틸 수 없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꺼내는 조용한 외침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낙인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과 상담센터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 이젠 청년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허울뿐인 제도가 아닌 그 삶을 지키려는 국가의 진정한 책임이 절실한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