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복지 정책의 명과 암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되려면
누리 모바일상품권이 2019년에 도입되며 상품권 기반의 복지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실물 형태로만 판매되던 상품권이 모바일로도 발행되며 사람들은 상품권을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됐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등 다양한 상품권이 보편화된 지금 상품권 형식의 복지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지역경제와
민생을 살리다
상품권 복지 정책은 △지역경제 활성화 △민생안정 △소상공인 지원 △소비 권장 등의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도입됐다. 대표적인 상품권으로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이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지역경제 정책으로 시작해 명절 같은 특정시기에 저소득층 지원에 활용되며 공공복지의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지역사랑상품권은 현재 대표적인 복지 정책으로 자리 잡았단 점에서 두 상품권 간 차이가 있다. 또한 두 상품권은 특정 지역이나 업종 활성화를 목적으로 발행한단 점에서 시행 목적은 동일하지만 적용 범위와 운영 주체가 다르다.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며 전통시장 상권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지정된 상점가 및 전통시장 내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발행하며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그렇기에 해당 지자체 관할 행정구역 내 정해진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가 협약을 체결한 기관에 발행·운영 등의 업무를 위탁함에 따라 운영 주체가 따로 마련돼 지역별로 다르게 운영된다. 지자체별 다른 운영 주체는 상품권 발행 방식에도 차이를 보인다.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점포 규모를 제한해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매출 30억 이상 업체에서 사용이 불가하다. 사용 지역을 제한함으로써 지역 소비의 유출을 차단해 낙후된 지역 내 경제 선순환을 유도한다.
천안시의 지역사랑상품권인 ‘천안사랑카드’는 지난 8월 지급된 쿠폰 중 75.6%가 지역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됐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2020년 ‘지역사랑상품권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 비용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부가가치 증가 효과가 약 8,000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경제 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상품권은 지역경제 및 국가경제의 유동성 제약을 완화시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2021년 발표된 논문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상품권을 도입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매출은 평균 21.1% 증가했다. 가맹점의 경우 매출 증가율이 3.4%로 전체적으로 상품권 발행이 매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권 복지의
등장배경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9년 정부가 전용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면서 상품권 복지 형태가 처음 등장했다. 2000년대부터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 등 다양한 유통시장이 등장하며 각 지역의 전통시장들은 입지가 약해지고 있었다. 당시 지식경제부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에 40조 1,000억 원에 달했던 전통시장 매출액은 2007년에 31조 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전통시장 전용 지역 화폐를 도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 화폐는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 사용할 수 없단 불편함이 있어 보편화되기 어려웠다. 이를 보완해 정부는 전국 전통시장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을 도입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은 최초 발행 이후 2016년에 1조 850억 원의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후 △카드형 △모바일 상품권 △디지털 온누리앱을 도입하며 사용처를 다양하게 확대했고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대표적인 복지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상품권은 여러 할인 및 환급 제도를 통해 공공기관 및 민간영역으로 확산됐다. 이후 모바일앱 도입 및 온라인 사용처 확대를 통해 대중화됐다. 더해 코로나19 시기 긴급재난지원금을 상품권 형식으로 지급하며 상품권 복지가 자리 잡았다.
지역사랑상품권은 2017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했으며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복지 정책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만 운영해오던 지역사랑상품권은 2018년에 정부가 △군산 △거제 △고성 △영암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며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이후 높아진 수요를 토대로 지원 예산을 확대했고 코로나19 동안 소상공인 지원 정책으로서 활용됐다. 행정안전부 브리핑에 따르면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되며 2019년 3조 2,000억 원이었던 판매량이 2020년 13조 3,000억 원으로 4.2배 급증했다.
상품권의 한계와
남은 과제들
상품권은 복지 정책으로서 다양한 이점이 있지만 일부 논란이 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 상품권을 발행할 경우 최대 10%의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는데 할인된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하므로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 상품권 복지는 발행 시에만 소비가 촉진될 뿐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소비 증진을 이루진 못한단 비판도 존재한다.
지역 간 예산 차이로 인한 불균형 문제도 있다. 지자체가 편성한 예산으로 상품권 발행 규모가 결정되다 보니 지자체에 배정되는 예산에 따라 주민들이 누리는 혜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단 우려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의 경우 평균 국비 지원도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경상남도 진주시 최민국 의원은 정부의 상품권 발행에 대한 국비 지원 금액이 지원이 필요한 지자체보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지자체에 상당 부분 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해 지자체별 양극화를 넘어 지역 상권 내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음식점이나 마트 등의 업종이 아닌 학원이나 병원 같은 특정 업종에만 상품권 사용이 집중될 수 있단 우려다. 2024년 경남 김해시 상품권 사용처 조사 결과 상위 5곳 중 4곳이 학원이었다. 학원에서만 전체 41%의 상품권이 사용됐고 △식당 25.1% △식자재 10.5% △스포츠시설 8.6%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부터 2024년 9월까지 발행된 서울사랑상품권 중 약 19.6%인 7,285억 원이 입시학원 등 사교육비로 쓰였다. 이렇듯 특정 업종에만 상품권이 사용될 시 지역 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보호하려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또한 상품권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되파는 부정 유통도 해결돼야 한다. 특정 가맹점과 중개업자들이 온누리상품권을 불법으로 현금화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일명 ‘현금깡’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따르면 대구시의 채소 가게 3곳이 약 192억 원에 달하는 온누리상품권을 환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는 이를 조사해 △과태료 부과 △환수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2023년 발표된 논문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 문제점과 개선과제』는 지자체의 상품권 부정 유통 관리가 사후 적발에 치중돼 사전 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모바일 상품권의 관리를 운영대행사가 대신하고 있어 부정 거래 기록에 대한 접근 용이성이 떨어지는 것이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주요 복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정부는 내년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안을 올해보다 1,500억 원 증가한 1조 1,500억 원으로 편성했다. 더해 국비 지원 금액도 최대 2% 상향했다.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총 발행액은 5조 5,000억 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되 디지털 상품권 발행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상품권이 우리나라의 주요 복지로서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선 절충을 통한 발전이 필수적이다. 이는 부작용 및 단점을 줄이는 방식으로 다듬어 나가야 한다. 상품권 발행으로 인한 지역 내 매출 증가가 일부 업종에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업종별 차등적인 환급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이 있다.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그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 2023년 발표된 논문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 문제점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상품권 운영 시스템에 이상 거래 등을 운영대행사가 사전에 발견해 즉시 지자체에 알리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인구수가 많은 지자체가 국비 지원금을 많이 받거나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에 많은 지원이 이뤄지는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 낙후 지역의 경제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의 국비 지원 기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처럼 앞으로 꾸준한 개선을 통해 여러 정책을 내세우며 우리나라의 복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상품권은 복지 정책의 실효성보다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다뤄져왔다. 이런 불필요한 논쟁보단 소상공인과 지역경제를 위한 민생 중심의 논의가 필요하다. 더해 앞으로 도입될 복지 정책 역시 국민 생활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시점이다.